카테고리 없음

기 치료의 실상과 허상

영부, 精山 2006. 9. 27. 15:50

기 치료의 실상과 허상 (1) 

아이들의 몸을 매일 저녁 한 차례씩 사라가 보살펴준다. 그간 전수 받은 영적인 능력을 연마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지만, 아이들과의 장벽을 허물기 위한 것도 있다. 나는 딸들을 주로 하고, 아들은 사라가 주로 해준다. 큰 딸은 몸이 안 좋을 때에 스스로 나에게 몸을 맡기는 편이고, 둘째 딸은 별로 아픈 데가 없어서 그런지 몸을 맡기는 일이 드물다. 막내인 아들은 거의 매일 사라에게 몸을 맡긴다. 여성은 남성에게, 남성은 여성에게 몸을 맡기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큰 딸이 어느 날, 왼쪽 어깨가 안 좋았던 모양이다. 특별히 어디 아픈 곳을 말하지 않고 그냥 몸이 전반적으로 무겁다고 하면서 “아빠. 나 몸이 안 좋아”하면서 이불을 깔더니 드러눕는다. 사라는 “쟤가 피곤하군. 아빠를 닮아서 오른쪽 아랫배가 장이 협착(狹窄)되었네.”하였다. 사라는 이미 보기만 하여도 장의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과연, 내가 큰 딸의 용천에 손을 가까이 했더니 발가락, 발목, 다리, 무릎, 엉덩이, 복부를 마치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기가 흘러간다고 하였는데, 특히 오른쪽 아랫배가 오랫동안 느낌이 강하게 남아 있다고 한다. 그런 걸 보면 아이들의 몸은 유전적인 기질이 강하다는 말이 사실인 모양이다. 내가 마른 것처럼 큰 딸도 말랐으니, 그 또한 유전이리라.  

그러고 보면 결혼할 적에 몸과 마음이 동시에 건강해야 한다는 것은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나 역시 부모로부터 그런 체질을 물려받았으니 왜소하고 나약한 몸을 내 탓이라고만 할 수는 없으리라. 문제는 그런 걸 진작 알았다면 좀 더 튼실한 몸으로 나를 만든 후에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제부터라도 내 후손들에게는 그런 유전을 물려주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이제라도 그런 걸 깨닫게 되었고, 내 손으로 웬만한 병은 고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되었으니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튼실하게 해야겠다. 복부와 흉부를 감싸고 있던 저릿한 기는 목에서 또 많이 머무른다고 하였다. 그것은 아마 큰 딸이 평소에 목이 좋이 않아서 고생하였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어! 아빠! 왼 어깨가 조금 아팠는데 지금 하나도 안 아파. 아빠 정말 대단한데.” 

하면서 큰 딸은 팔을 흔들었다.  

“그런데 아빠. 어떤 곳에서는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것 같고, 어떤 곳에서는 따스한 느낌이 들어. 아빠가 그런 기운을 다 보내주는 거야?” 

“바보 같으니라고. 아빠를 봐라. 이렇게 비쩍 마른 몸인데, 어느 곳에 너한테 보내 줄 기운이 남아 있겠니? 나 혼자 몸뚱이를 지탱하기도 빠듯할 정도의 기운 밖에 없는데.” 

“그럼, 어떻게 내 몸에 그런 기운이 생기고 병이 낫는 거야? 아빠가 기를 집어넣는 게 아냐?” 

“기라는 건 인위적으로 넣고, 빼는 게 아냐. 기를 자연의 현상에서 찾는다면 바람이라고 할 수 있지. 사람들 맘대로 바람을 조정할 수 있다면, 네 말대로 인체에서도 기를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겠지. 어때? 바람을 네 맘대로 불게 할 수 있어?” 

“하하하. 그럼 내가 신이게?” 

“그럼 바람은 어떻게 불까?” 

“그야, 기압이 이동하니까 그렇지.” 

“그래, 인체에도 기압이 있고, 기압의 변동에 따라 혈압이 있게 마련이지. 혈압은 강이나 바닷물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역시 바람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지.” 

나와 큰 딸과의 대화는 매양 이런 식으로 이어진다. 학문에 관한 질문도 비교적 많이 하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나는 인체와 연관해서 답을 한다. 인체처럼 신비하고 확실한 답을 주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전에 내 친구 엄마가 기 치료라는 것을 받아 본 적이 있는데, 기공사가 사람들이 많이 오는 날은 맥이 빠져서 보양식을 많이 먹는다고 하는 소릴 들었어. 그런 걸 보면 기 치료를 하면 기가 빠져나간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잖아?” 

“그건 대자연의 기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개인적인 기를 이용하기 때문이지. 대자연이 바람을 부는 것처럼, 사람도 바람을 불게 할 수가 있긴 있지. 하지만 그건 지극히 미약한 거야. 아무리 사람이 기를 터득하여 강하게 하였다고 하여도 대자연의 바람에 비하면 티끌만도 못한 거야.” 

“사람이 바람을 불게 한다고? 아빠, 어떻게 사람이 바람을 불게 해?” 

“자! 어때?” 

나는 입술을 모아 입으로 바람을 큰 딸의 얼굴에 불었다. 

“아! 맞다. 에이 그만해.” 

대자연의 기는 무한한 것이어서, 아무리 써도 줄어들거나 부족하지 않다. 만약 기공이나 신공으로 치병을 한 후에, 기운이 깔아진다면 아직 대자연의 기를 활용하지 못하는 증거다. 그것은 곧 아직도 ‘온전한 비움’을 실천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바람은 언제든지 빈 곳을 향해서 흐르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바람은 누가 불어넣고, 안 불어넣는 것이 아니라, 비우기만 하면 저절로 흐르게 마련이야. 인체도 마찬가지로 누가 기를 넣어주고, 안 넣어주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비우기만 하면 저절로 흐르게 마련이거든.” 

“그럼, 내가 몸과 마음을 지금 비웠다는 말이야? 난 비웠는지, 안 비웠는지 그런 것도 잘 모르는데?” 

“네가 스스로 비울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조금 도와줬지.” 

“어떻게? 난 아빠가 나를 어떻게 비웠는지 전혀 모르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