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혼의 진화를 위하여
1. 영과 혼
나무의 목적은 열매를 맺는 데에 있다. 인생의 목적은 영혼의 천화(天化)에 있다. 천화는 하늘 자체로 화하는 것을 가리킨다. 하늘로 화한다는 말은 10으로 된다는 말이다. 0에서 나와 10으로 된 상태! 바로 이것이 영혼의 천화다.
나무가 아무리 예쁘다고 하여도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생명이 끊어진다. 반대로 나무가 흉하게 생겼다고 하여도 열매를 맺으면 생명은 지속된다. 천지의 뜻은 생명이 영원히 이어지는 것이다. 생명은 곧 ‘살아 있는 명령’이다. 사람의 목숨은 사람이 좋아하건, 싫어하건 자신의 뜻대로 나오는 게 아니다. 그것은 천지의 뜻에 의한 것인데, 이를 가리켜 천명(天命)이라 하며, 살아 있는 하늘이 형상으로 나왔다고 하여 ‘생명(生命)’이라고 부른다.
나무에게 내린 천지의 명은 열매를 맺는 일이다. 인간에게 내린 천지의 명은 정신의 열매를 맺는 일인데, 정신의 열매는 곧 영혼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왜 영혼이라고 했을까? 정과 신을 합하여 정신이라고 한 것처럼, 영과 혼을 합하여 영혼이라고 한다. 정과 신이 서로 불가분(不可分)의 연관이 있는 것처럼, 영과 혼도 역시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고 있는데, 영은 하늘을, 혼은 땅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이걸 자세하게 언급하려면 신령과 혼백으로 분류해야 하겠지만, 여기에선 굳이 그럴 것 까지는 없을 듯 하다. 신령은 하늘에 속한 것이요, 혼백은 땅에 속한다. 신령과 혼백을 줄여서 말하면 ‘영혼(靈魂)’이다. 열매 속에는 음과 양이 있는 것처럼, 영혼도 음과 양이 함께 공존한다.
열매를 살피면 속은 부드럽고, 겉은 단단하다. 부드러운 것은 음이요, 단단한 것은 양이다. 양은 밖으로 발산하는 기운이 강하기 때문에 열매의 겉 표면을 이루고, 음은 안으로 모이는 기운이 강하기 때문에 속으로 들어간다. 영혼도 마찬가지여서 영은 표면으로 드러나는 반면에, 혼은 안에서 움직인다. 그러므로 영은 그릇이요, 혼은 그릇 속의 내용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릇이 새면 내용물이 밖으로 나오게 마련인 것처럼, 영이 단단하지 못하면 속의 혼도 밖으로 새게 마련이다. 내용물이 새면 허해지는 것처럼, 영이 상처를 많이 받을수록 혼도 허약해진다. 민족에게도 혼이 살아야 하는 것처럼, 사람에게도 역시 혼이 살아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고급 영으로 진화하면 혼도 당연히 좋게 변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