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해마다 연말이면 망년회니 송년회니 하면서 술자리가 자주 벌어진다.
술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주기도 하거니와, 자칫 인생을 망치기도 한다.
어느 것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술도 역시 선이 될 수도 있고, 악이 될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말하기를 술에는 알코올이 들어있어서 적당히 혈관을 자극하여 침체된 뇌를 활성시키기 떄문에 건강도 좋아지고, 기분도 좋아진다고 한다.
물이 건강에 좋다고 하지만, 그냥 밋밋한 물보다는 사람들이 술을 즐겨 찾는 까닭은 아마 술에는 물과 불이 함께 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음양의 조화만큼 가치가 있고 신비로운 것이 있을까?
음의 상징은 물이요, 양의 상징은 불이다.
물과 불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 물도 아니요, 불도 아니면서, 동시에 물도 되고, 불도 되는 신기한 물질로 변한다. 그것이 바로 술이다.
창조라는 것은 음과 양 중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이루어질 수 없다.
본래 술은 한 해의 농사를 마무리지으면서 풍요롭고 평화로운 은혜를 주신 신께 감사 드리는 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수확한 맏물 중에서 흠이 없는 것을 골라 의식을 치러야 하는데, 물과 불의 기운을 적당히 조화시키면서 만든 것이 바로 술이다.
인체에서 겉으로는 물을 관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불을 담고 있는 장기가 있다.
그것을 가리켜 족소음 경락이라고 하는데, 다름 아닌 신장이다.
적당한 술은 특히 신장이 안 좋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거룩한 성약이다.
그러나 도를 넘는다면 오히려 술은 신장을 망치는 흉기 중의 흉기가 된다.
술을 가리키는 한자 酒를 보면 삼수 변에 유(酉 닭 유)가 함께 한다. 그것을 보고 어떤 사람은 닭이 물 한 모금 찍어 먹고 하늘을 쳐다 보는 것처럼, 술도 천천히 마셔야 한다고 그럴 듯 하게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일이 있다.
삼수는 天水, 地水, 人水를 가리키는데, 삼수가 유처럼 된 것이 바로 술이다.
닭은 시간이나 세상의 징조를 알려주는 전령이다.
삼수가 한데 모여 깨달음을 얻는다면 세월의 징후나 자신의 징조를 미리 알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술을 마신 것처럼 흥취에 젖어 살 수 있다.
물은 오행으로 1, 6水다.
선천 물질문명에서는 모든 것의 중앙에 5, 10土가 있었으나, 후천에는 1, 6水가 들어간다.
그것이 하나 되어 새로운 후천의 정월을 물고 나오니 달보고 포효하던 호랑이(寅月歲首)는 뜨거운 6월의 염천에서 땀을 흘리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