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운불우(密雲不雨)
해마다 사자성어로 한 해의 단상을 표현하는 교수신문에서 올해에 선정한 문구다. 구름이 빽빽한데 비는 오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희대의 사기극으로 판명 난 황우석 사건을 필두로 하여, 중국 조폭들이 국내에 진출하여 '사기납치전화'를 하는 요즘 세태, FTA사태 등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던 우리 현실을 정확하게 짚은 듯 하다.
어느 날 관악산으로 등산을 가는데 누가 물었다.
"하늘에 양털구름이 있네요. 그런데 왜 구름이라고 이름 지었죠?"
"그야 이리저리 잘 구르니까 그렇죠"
"네???"
그는 어이 없다는 듯 끝내 웃고 말았다.
"구름이 왜 굴러가는지 생각해 보세요"
"구름은 바람이 부는 대로 가는 게 아닌가요?"
"그렇죠. 바람은 희망을 가리키죠. 그러니까 희망이 없는 사람에겐 구름도 없겠죠"
"네?"
"희망이 없으면 구름타고 다닐 수 없대요. 예수님도 구름타고 오신다고 했고, 손오공도 근두운이란 구름을 타고 다녔다고 하지 않나요?"
그는 내 대답이 마치 무슨 선문답이라도 되는 모양이었다.
구름을 한자로 雲이라고 쓴 이유는 무얼까?
비를 가리키는 雨 밑에 말 할 운(云)이 합하였으니 '비가 전하는 말'이라고나 할까?
비는 구름이 모여서 내리고, 구름은 바다의 물이 수증기가 되어 모였다.
둘의 모양은 다르지만 하늘에 있다는 점은 공통이다.
하늘에 있다는 건 맑아졌기 때문에 가능하다.
맑아진 기운이 많이 모이면 다시 땅으로 떨어진다.
비가 내리면 만물이 깨끗해지며, 생기가 넘친다.
그러니 비를 가리켜 급시우(及時雨), 또는 '단비'라고까지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금년도에는 우리사회는 구름은 빽빽했건만 비가 내리지 않았다고 교수들은 평했다.
내가 보기에는 비가 내리지 않은 까닭은 구름이 별로 모이지도 않았고, 구름이 모이지도 않았으니 숱한 바람이 불었어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정부에서 외쳐대는 각종 개혁 바람들은 구름도 없는 빈 하늘에 메아리도 없는 외침이었다.
바다에 태양 볕이 잘 비쳐야 하늘로 정화된 수증기가 올라가 구름이 될 것이 아닌가?
태양은 커녕 형광등도 못 되는 등잔불들이 권력에 따라 불나방처럼 이합집산을 하고 있으니 어디 한 번 바람이나 제대로 피울 수 있나?
이 시대의 태양은 어디에 있을까?
밀운불우를 외치기 전에 먼저 태양을 찾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날에는 하늘의 태양도 빛을 잃고, 달도 빛을 잃으며, 별들도 땅에 떨어진다"고 한 성경의 말씀이 지금처럼 실감나는 때도 없다.
예수님이 다시 오고 싶어도 어디 구름이 있어야지. 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