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기상(氣象)
마음은 무형이다. 그
것은 마치 텅 빈 허공과도 같다.
허공은 본래 무형이기에 항상 텅 빈 상태로 같은 모양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는 비록 눈에 안 보이지만 갖은 변화가 다 일어난다.
눈, 비, 구름, 바람 등 각종 기상상태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들이 상존한다.
그러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은 천차만별이다.
과학적으로는 말하기를 인체를 이루고 있는 무수한 신경네트워크에 투입되는 정보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인데, 그중에서도 특히 부모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각인된 정보의 차이때문이라고 한다.
신체적인 형질이나 성격적인 특성도 모두 이런 데에 기인한다고 한다.
사람의 마음은 기상상태와 흡사하다.
기상상태를 가리켜 '날씨'라고 하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에는 '맘씨'가 있다. 날씨의 변동에 따라 춘하추동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맘씨의 변동에 따라 희, 노, 애, 락이 깃들인다.
그러기 때문에 맘을 잘 다스리고 싶다면 먼저 기상을 연구해야 한다.
기상은 비록 눈에 보이진 않지만 엄청난 영향력을 세상에 끼친다. 그
러기 때문에 아침에 눈을 뜨면 먼저 '날씨'를 보는 건 아닐까?
봄과 여름은 비교적 탁한 기운이 감돌고, 가을과 겨울은 맑은 기운이 돈다.
탁한 기운은 따스한 편이요, 맑은 기운은 차가운 편이다.
사람도 맑은 기운과 탁한 기운이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이다.
다만 어느 것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느냐 하는 차이는 있지만.
탁하다고 해서 나쁘다고만 할 수도 없고, 맑다고 해서 좋은 것만도 아니다.
하늘이 맑기만 하다면 언제 구름이 끼고 비가 내릴 수 있을까?
때로는 흑암이 뒤덮기도 하며, 벼락을 내려야 하늘다운 게 아닌가?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고이지 못한다'고 하는 말도 있다.
하늘은 탁한 것도 아니요, 맑은 것도 아니다.
다만 그때그때의 변화에 대처하여 자연의 질서를 유지하면 그만이다.
그것이 진정한 자연의 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