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단주의 원한

영부, 精山 2006. 12. 24. 09:27

丹朱에게 양위를 하지 않은 까닭은 '어리석음'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아버지 요임금으로부터 왕위를 이어받지 못하였으니 천하를 잃었으며, 그것이 원한이 되었다고 보는 것도 일리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걸 문자 그대로 믿는다면 역시 단주보다 더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요?

왜냐하면 솔직히 단주 이전에 인류가 많았었는데, 어찌 원한이 없는 인간이 있었을까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분명히 원은 누구에게나 있었다고 나는 믿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증산께서 단주를 원의 시초로 삼아야 하는 이유는 보편적인 인간들의 한을 가리키는 걸로 볼 수는 없지 않을까요?

따라서 자신한테 왕위가 돌아 오지 못한 것을 원한으로 삼았으며, 그것이 모든 인류의 원의 시초라고 한 것을 문자대로만 해석하면 곤란하다고 봅니다.

그것은 마치 기독교 성경에서 아담과 하와를 뱀이 유혹하여 에덴에서 선악과를 먹은 것이 원죄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실은 아담과 하와 말고도 그 시대에 이미 사람이 무수히 많았으며, 에덴동산이나 선악과는 실제로 있었던 것이 아니라, 깨달음의 과일이요, 깨달음의 장소, 즉 우리 마음 밭을 가리킨 것이건만, 문자대로 믿다보니 만화보다도 더 우스운 소리로 전락해 버린 것과 같습니다.

단주는 '붉음'을 의미하는데, 아담도 역시 '붉음'을 의미합니다. 붉다는 것은 곧 '벌거숭이'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아직 심령이 어린 상태를 뜻합니다.

 

요임금이 누리고 있던 왕위는 요즘처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권력과 부, 명예의 상징이 아니었습니다. 당시에는 왕위가 세습적으로 흐른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성인의 기질이 있는 자에게 넘기고 있었습니다.  누구든 왕이 되면 하늘을 대신하여 도를 전하고 덕을 펼치는 선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자리였는데, 어찌 권력과 부를 세습하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을까요?

요임금이 단주에게 왕위를 물려주지 않은 까닭은 그와 같은 성인군자의 자질이 그에게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요임금은 단주에게 '바둑'을 공부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

바둑은 가로, 세로 19줄로 이루어졌으니, 도합 360도의 점을 의미합니다. (천원수 1은 제외) 360은 하늘을 가리킵니다. 19줄은 적멸수라고 합니다. 적멸은 모든 업장이 끊어진 곳을 가리키는데, 업장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無明' 즉 무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바둑을 공부하라고 한 것은 우주만물을 못 보는 무지나 무명에서 벗어나라는 가르침이었습니다.

 

단주의 원한을 팔괘로 본다면 문왕도의 9리화라고 봅니다. 9리화는 '불'을 가리키는 괘이기에 '붉은 단주'로 보아도 됩니다. 9리화는 선천 물질문명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데, 불행하게도 낙서는 10이 빠졌습니다. 9의 원한은 바로 10으로 가지 못한 것입니다. 9리화 자리로 후천에는 2곤지가 들어가야 비로소 10과 그 속에 있는 1이 바로 보여, 자성을 바로 볼 수 있습니다. 바둑을 공부하라고 한 것은 19의 중심인 10을 찾아 깨달으라고 했던 것인데, 그걸 몰랐던 것이 바로 단주의 원입니다.

 

단주를 수천년 전의 어느 인물로만 본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건 마치 아담을 최초의 인류로 보는 것과 다르지 않은데, 아담이나 단주나 모두 '나 자신'이요 '우리'의 모습을 가리키고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 9에서 10으로 가는 길을 찾아내지 못하면 내가 아담이요, 단주이고, 만약 내가 그걸 찾았다면 '증산'이라고 봅니다.

 

열 석자의 몸(시천주조화정영세불망만사지)으로 오신 증산개벽주는 바로 바둑을 깨달으시고 후천 5만 년의 법도외 기강을 세워주신 현무경 그 자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