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얼굴은 손과 더불어 평상 시에 가리지 않는 부위다. 배나 가슴 등은 천으로 감싸는 게 보통이지만, 얼굴과 손은 그렇게 하면 오히려 갑갑하다. 얼굴은 '얼이 들어 있는 굴'이다. 얼로 상징되는 정신은 남에게 가려선 안 된다. 하늘을 무엇으로 가린다면 세상은 온통 암흑천지가 되어 지척도 분간치 못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얼을 가린다면 엄청난 혼돈과 미망에 빠질 것이다.
요즘 들어 성형수술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아마 그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듯하다. 웬만한 연예인들은 성형은 다반사가 되었다. 예전에는 성형 한 것이 소문날 까봐 쉬쉬했지만,지금은 당당하게 밝힌다. 오히려 '나도 돈이 있다면 성형할 텐데'하는 부러움을 토로할 정도다.
얼굴은 왜 가리면 안 될까? 물론 얼굴을 가리면 갑갑하기 때문이겠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싶은 본능 때문이리라. 아름다움에는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의 두 가지가 있지만, 사람들은 외적인 면에만 신경을 쓴다. 이마의 주름을 없애고, 눈썹을 진하게 그리며, 속눈썹을 붙이고, 콧등을 높이는 등, 별별 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한다.
그러나 외적인 얼굴은 내면의 반영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지금 당장 분노를 폭발시켜 보라. 아무리 성형을 잘 하였다고 하여도 눈에는 노기로 인해 흰자위가 크게 보이고, 눈매는 매섭게 변할 것이며, 입술은 긴장된 상태로 변할 것이다. 반대로 아름다운 마음을 먹는다면 입술은 미소짓고, 긴장된 얼굴은 이완되어 부드럽게 변한다.
얼을 결정하는 것은 생각이다. 생각이 밝으면 얼굴도 밝게 변하고, 생각이 어두우면 얼굴도 어둡게 변한다. 그것은 오염된 공기나 먹구름이 끼면 하늘이 어두워지며, 맑은 공기나 새털구름이 끼면 하늘이 맑아지는 것과 같다.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지는 것처럼, 하늘에는 무수한 물방울이 이리저리 모이고 흩어진다. 그래서 성경에는 물을 가리켜 '말씀'이라고 했다. 하늘의 윗물과 아랫물로 나누고, 윗물이 있는 곳을 가리켜 궁창이라고 하며, 아랫물이 모인 것을 바다라고 하였다.
궁창과 바다의 차이점은 무얼까? 그걸 제대로 분간할 수 있다면 우리의 생각이나 의식구조에도 변화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