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간은 10으로 나타날까?
수는 기본적으로 10개다. 1, 2, 3, 4, 5, 6, 7, 8, 9, 10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11, 22, 33 … 등 무수한 숫자가 있지만, 그것은 모두 10개의 숫자를 발판으로 벌어진다. 그렇다면 왜 옛 어른들은 숫자를 10개로 만들었을까?
첫 번째 이유는, 10은 시공 중에서 공간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10은 한자로 十인데, 그 모양은 동서 북과 중앙이라는 5방이다. 5방은 공간을 가리킨다. 그냥 5방만 있다면 평면적인 원에 지나지 않는다. 5방에 각기 음양이 있어 입체적인 형태를 띠게 되면 비로소 입체적인 구(球 : 공)의 형상을 이룬다. 이것을 계산으로 나타내면 2 × 5 = 10이다.
이처럼 10은 구를 나타내는 상징인데, 그것은 결국 우주를 상징하는 부호다. 왜냐하면 우주는 커다란 한 개의 구(球)이기 때문이다. 구의 형상은 엄청나게 많다. 지구도 그렇고, 달도 그렇고, 인체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10은 어느 특정한 형상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구의 형상이나 원과 연관된 것이라면 어느 것이든지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구나 원의 형상을 지닌 것을 가리켜 한 마디로 ‘공간이라고 한다. ’시방세계’라는 표현이 있는데, 십방(十方)을 가리키는 말이며, 이는 곧 ‘공간’을 상징하는 용어다.
두번째 이유가 있다면, 공간은 움직이는 주체들을 모두 담을 수 있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우주를 이루는 주체는 천지인 3신인데, 그것은 각기 3단계의 변화를 한다.
천1 - 지2 - 인3 → 천4 - 지5 - 인6 → 천7 - 지8 - 인9
1단계 2단계 3단계
시(始) 중(中) 종(終)
이처럼 우주라는 허공(0)은 9변을 하기 때문에, 그것을 담는 그릇은 필연적으로 10(0)이 될 수밖에 없다. 아홉 개를 담는 건 10이 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1단계로 9변이 종료되면 10이며, 2단계로 9변이 종료되면 20, 3단계로 9변이 종료되면 30 … 의 순서로 벌어지는 것이 숫자의 나열이다.
세 번째 이유는, 10은 동서남북 사방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동방은 3이요, 서방은 4이고, 남방은 2요, 북방은 1로 상징하는데, 1 + 2 + 3 + 4 = 10이다. 하늘에는 무형이지만 원형이정(元亨利貞)이라는 사상(四象)이 있고, 그것이 땅으로 드러나면 4방이요, 인간에게 드러나면 이목구비, 혹은 사지(四肢)다. 집을 지을 때에도 네 기둥을 세우는 것은 이런 데에 기인한다. 이 네 기둥의 합이 바로 10이다.
왜 시간은 12로 나타날까?
공간을 10으로 나타낸다면 시간의 기본 단위는 12다. 시간은 본래 공간을 터로 해서 움직이는 것들의 변화를 가리킨다. 공간은 항상 변함이 없지만, 그 속에서 벌어지는 움직임은 항상 변하게 마련이다. 변함이 없는 건 0으로 나타나는 법이기에 공간은 10이라고 하였으며, 움직임은 당연히 음양의 2로 나타나는 법인데, 0이 공간의 틀을 갖춘 10 속에 있을 때에 비로소 가치가 드러나는 법이므로 12가 되어야 시간의 기본 단위가 형성된다. 달리 말한다면 우주의 공간 속에서 움직이는 주체는 천지인 3신인데, 각기 동서남북 4방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12가 변화의 기본 단위라고 한다. 우주에는 음양이 있는데, 각기 상, 중, 하로 3변을 한다. 상중하는 수직적인 변화를 하기 때문에 수평적인 변화를 해야만 비로소 음양의 변화가 이루어진다.
十
공간은 十자의 형상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변화도 十자의 형상에서 벌어져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수직으로 3변하고, 수평으로 3변하여 음양이 도합 6변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므로 2 × 6 = 12로 된 것이다. 이런 이치에 따라 1년은 12개월이 되었고, 하루는 12시가 되었으며, 띠도 12지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