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많은 생명체 중에서도 가장 영귀한 인간의 몸으로 나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무한한 행복감을 느꼈다.
소나, 돼지, 개 같은 짐승들을 보면서 그들과 인간이 탄생하는 과정은 별반 차이가 없는데도 감히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영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내가 어쩌다가 강아지로 태어났다면?
하긴 짐승들은 인간처럼 심각하게 삶에 대한 생각이나, 번민을 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그러다가 한 세상 가버린다는 것이 영 허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짐승으로 태어나고 인간으로 태어나는 게, 그냥 단순한 생식의 법칙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내가 모르는 어떤 인연이나 법칙에 의한 것인가?
이런 문제들 때문에 나는 다른 일을 할 수 없었다.
무언가 다른 일을 하려고 하여도 내 마음과 머릿 속에는 어느 새 그런 문제가 살포시 내려 앉곤 하였다.
그래서 성경과 불경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각종 예언서나 비결서 등을 보기도 하였다.
전생이나 윤회에 관한 기록도 많이 보았다.
사주를 공부해 보기도 하였다.
그 결과, 어느 정도의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명료하게 와 닿는 것은 없었다.
그러다 현무경을 접하게 되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유일하게 머리를 숙인 월학선사님을 통해서였다.
그때 모든 것이 풀렸다.
그것은 말 그대로 '천지개벽'이었다.
하지만 현무경은 너무 어려웠다.
진리는 매우 쉽고 단조로운 것이라고 하지만 그건 정상에 섰을 때의 일이다.
정상에서 보는 시가지는 한 눈에 다 보인다.
그러나 그곳에 도달하기는 매우 힘들다.
그리고 정상에서 보이는 시가지를 말한다는 건 더 어렵다.
그냥 '산에 오르니 기분이 좋다. 훤하게 다 보인다'고 하는 식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산 꼭대기의 바위가 어떻게 생기고, 이름 모를 식물과 나무, 주변 경관 등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지극히 힘들다.
왜냐하면 대부분 생소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여 내가 정상에 도달했다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나는 정상까지는 멀었다.
그러나 그것만이라도 함께 나누고 싶은 걸 어찌하랴!
나는 어떻게 하면 그 귀한 복음을 쉽게, 보편화, 일반화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좋은 것일 수록 함께 나누어야 하며, 그것이 사람의 본분이라고 나는 믿는다.
귀하디 귀한 인간의 몸을 받고 나온 내 형제자매들한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문 40자에 대한 기초를 튼실히 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런데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우선 몸이나 건강하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밥따로 물따로를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권장하고 상담하는 일을 하였다.
월급이 나오는 것도 아니요, 차비 한 푼 주어지는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그것이 사람들을 위하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힘든 것도 없었고, 후회도 없다.
하지만 그것도 역시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아직도 천문 40자가 다 풀린 건 아니다.
하지만 더 이상 미적거리기에는 세월이 너무 촉박하다.
때라는 것은 한 없이 머물지 않는다.
새벽은 잠시 머물다 가게 마련이다.
그 시간에 잠을 자는 사람도 있지만,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사지당왕 재어천지 필불재인 연이 무인 무천지고 천지생인용인 불참어 천지용인지시 하가왈 인생호
事之當旺 在於天地 必不在人 然而 無人 無天地故 天地生人用人 不參於 天地用人之時 何可曰 人生乎
: 일의 왕성함이 천지에 있고 꼭 사람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이 없으면 천지도 없는 고로 천지가 사람을 낳고 쓰는 것이니라, 천지가 사람을 쓰려고 할 때에 불참한다면 어찌 인생이라고 할 수 있으리오!
이제는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인연 있는 자들은 이곳으로 오라!
일심을 가진 자에게 주리라고 한 海印을 개벽주가 준비하고 있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