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돼지띠에 관하여
금년도는 60년 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정해년이다. 천간으로 정(丁)은 밝은 남방을 가리키고, 해(亥)는 돼지를 가리키므로 당연히 ‘붉은 돼지’라고 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중국에서부터 금년은 600년 만에 한 번 돌아오는 황금돼지해라는 풍문을 퍼뜨렸다. 상식적으로 본다면 황금은 기유(己酉)년이라고 해야 옳다. 그런데도 그들은 아무 근거도 없이 황금돼지해라고 하였는데, 그것은 아마 자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이거나, 그것을 이용하여 한몫을 잡아보려는 장사치들의 상혼이 스며 있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인 판단이리라.
그러나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시류(時流)는 무시할 수 없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사람들의 눈에는 안 보일지라도 분명한 사실은 현실에 투영되는 모든 대소사는 안 보이는 기운의 작용에 의한 것이다. 맨 처음 바람의 눈은 안 보이지만, 그것이 거센 태풍을 몰고 오는 것처럼 현실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다니는 흐름이라면 그 속에는 무언가 하늘의 뜻이 들어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은 보는 눈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있을 따름이다.
우선 공개질의에 응답을 해 주신 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실력이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일 수록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지 않고, 마치 은둔자처럼 하는 것이 미덕처럼 되어 버린 작금의 현실에서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는 것은 적지 않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나 역시 정답을 알고 있어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 다만 공부하는 사람들의 수준을 한 번 알고 싶었으며, 내 견해와 다른 분들의 견해를 한 번 비교해 보고 싶었을 따름이다. 그러므로 비록 내 견해에 동조하지 않더라도 공부하는 넓은 아량으로 경청해 준다면 더 없이 미쁜 일이라고 믿는다.
1. 팔괘로 보는 경우
팔괘에서 황금은 3양인 건괘로 상징한다. 선천 낙서에서는 동북방의 자축에서 1양 -, 인묘에서 2양 =, 진사에서 3양 ㅁ, 오미에서 1음 --, 신유에서 2음 ==, 술해에서 3음 ☷으로 변화한다. 그러나 후천의 인존문명에서는 동북방에서 오미가 1양 -, 신유가 2양 =, 술해가 3양 ☰으로 변화한다. 그러므로 돼지에 해당하는 亥는 자연스럽게 3양 자리, 즉 건괘 자리로 이동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본다면 돼지는 모두 건괘에 해당하게 되며, 그것은 곧 돼지띠는 모두 황금돼지라고 해야 하는 자가당착에 빠진다. 돼지띠는 청돼지인 을해, 홍돼지인 정해, 황돼지인 기해, 백돼지인 신해, 흑돼지인 계해가 있는데, 황금돼지라고 하려면 기해라고 하는 편이 훨씬 합리적인데, 굳이 정해년을 그렇다고 하는 이유는 무얼까?
2. 간지로 보는 경우
우주의 변화는 음양의 변화이고, 음양의 변화는 태양과 태음의 변화다. 태양의 변화는 연(연(年)과 일(日)을 형성하고, 태음의 변화는 월(月)과 시(時)를 형성한다. 일진에서 하루의 시간의 첫머리가 나오는 것을 가리켜 시두법(時頭法)이라고 한다. 선천의 정해일에서는 경자시(庚子時)로 시두가 시작하였다. 이처럼 정해일의 12간은 경자시, 신축시, 임인시, 계묘시, 갑진시, 을사시, 병오시, 정미시, 무신시, 기유시, 경술시, 신해시로 흐른다.
그러나 후천 인존문명에서는 정해일의 시두는 기사시로 시작한다. 따라서 기사시, 경오시, 신미시, 임신시, 계유시, 갑술시, 을해시, 병자시, 정축시, 무인시, 기묘시, 경진시로 하루 12시간이 흐른다.
이처럼 인존세상에서는 정해에서 기사가 나오게 되어 있는데, 기사는 잘 알다시피 황색이다. 팔괘로 본다면 낙서의 서남방에 있던 2곤지가 용담도에는 남방으로 자리를 이동하므로 동남방으로 자리를 옮긴 亥의 색이 2곤지의 누런색이므로 이 역시 황금돼지라고 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황금이라고 하는 까닭은 앞에서 밝힌 것처럼 3양자리로 해가 이동하였기 때문이라고 하는 편이 맞을 듯 하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돼지를 가리키는 亥는 현무경에서 밝힌 심령신대라고 볼 적에 정해년에는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가슴에 밝은 태양처럼 찬란한 황금이 떠오른다는 암시를 주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세상은 하늘은 불이요, 땅은 물이 있어 서로 상극을 하는 운수이고, 오운육기학으로 볼 때에 정임합화목(丁壬合化木)하여 목의 기운이 불급한 해가 되어, 목이 토를 자극하지 못하고 오히려 토가 목을 모(侮 업신 여김)하니 아마 후덥지근하고 지루한 날씨가 많겠다. 소화기계통의 질병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고, 봄, 여름에는 바람이 많이 불겠다. 국가도 매우 혼란하겠지만, 이 모두가 과도기인 것을 어쩌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