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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운 가사
선천건곤 先天乾坤 20세를 성문盛門으로 지내다가 후천건곤 20세를 고족孤族으로 지내나니 성문고족 이내집안 법수法數없이 지내도다 소업성공所業成功 바이없어 일희일비一喜一悲 아닐런가 세상풍속 돌아보고 이내 身命신명 돌아보니 나이 이미 40이요 ...
이글은 수운선생께서 동학을 창도하시는 과정을 기술한 봉명서의 내용이다. 선천건곤 20세는 선천 주역의 문물을 상징하고, 후천건곤 20세는 후천 정역의 문물을 상징한다. 선천의 문물로 성대하게 지내다가 후천의 문물을 접한 이후에는 외롭게 지낼 수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하다가 어느덧 나이 40(서기 1860년 경신년 음력 4월 5일)에 천명과 신교를 받들어 동학을 창도하게 된다. 40은 천지의 기준을 8방에 드러낼 수 있는 상징적인 법수이므로 수운선생도 그때에 동학을 창도하신 것이다.
위에서 본 것처럼 천지의 합은 5가 기본을 이루는데, 그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구구단의 5단이다.
5단의 의미
5단의 의미를 살펴보면,
5 × 1 = 5 → 5 : 기본적인 천지의 합, 천지의 중심
5 × 2 = 10 → 1 : 천지의 합이 땅에도 세워져 땅의 중심이 잡힘.
5 × 3 = 15 → 6 : 인간의 중심이 잡힘.
5 × 4 = 20 → 2 : 천지인물, 사방의 중심이 잡힘.
5 × 5 = 25 → 7 : 천지의 중심이 스스로 온전해 져서 5행을 갖춘 상태.
5 × 6 = 30 → 3 : 천지의 기운이 형성 됨. 6기
5 × 7 = 35 → 8 : 천지의 빛이 밝게 드러남. 7성
5 × 8 = 40 → 4 : 천지의 형상이 8방에 드러남. 8괘
5 × 9 = 45 → 9 : 천지의 9궁이 모두 드러남. 9궁
합 225 54
5단의 합은 225다. 윤궐집중(允厥執中)하라는 역의 원리대로 5단의 중심인 5 × 5 = 25에 9를 곱한 수가 225다. 25는 양수의 합이다 (1, 3, 5, 7, 9의 합). 따라서 5단은 양수의 중심을 모아 놓았다고 할 수 있다. 양수의 중심은 곧 형상의 중심이다. 만물에는 동정이 있게 마련인데, 동적인 면은 양수로 나타내고, 정적인 면은 음수로 나타낸다.
우주를 움직이는 3대 주체인 천지인 3신에는 각기 중심이 있으니, 하늘의 중심은 4이고, 땅의 중심은 5이며, 인간의 중심은 6이다. 5단은 땅의 중심인 5가 10방 세계에서 어떻게 변화 하는 가를 보여준다. 4단은 하늘의 중심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6단은 인간의 중심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상징한다. 땅의 중심이란 것은 형상의 중심이라는 의미이므로 눈에 보이는 만물(양)의 중심이 변하는 상태인데, 이것이 곧 5단이다.
5는 3천 2지가 합한 천지의 합인데, 만물의 중심에 내재한 음양의 합을 의미한다. 따라서 5는 모든 만물의 가장 기초적인 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 하늘은 무형이므로 속이 텅 빈 4방이라는 4가 중심인데, 그 속에 무언가 형상이 있으면 그게 바로 허공의 중심이요, 4의 중심이요 숫자로 말하면 5다. 따라서 5는 무형으로 있던 하늘의 중심을 세워 만물의 기강을 잡아주는 단초가 된다. 그것을 가리켜 5행이라고 부른다. 5행은 각기 음양이 있으니 그 합은 10이다. 사람에게도 얼굴에는 5관이 있고, 복부에는 5장이 있으며, 손가락과 발가락은 각각 5지가 있게 된 것도 이와 같은 연유에서다. 아니,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우리 국화인 무궁화다. 동물 중에서 손가락과 발가락을 다섯 개씩 지니고 있는 것은 오직 인간이다. 그걸 모두 합하면 20개가 되는데, 20개의 가락을 통해서 천지사방의 중심을 세우는 것이 인간이라는 의미임을 말해준다. 5가 하늘에 있으면 5요, 땅에 있으면 10이요, 인간 속으로 들어오면 15다. 물론 사방으로 퍼지면 20이다. 만물의 중심은 인간이기에 15가 스스로 온전해진 15 × 15 는 5단 전체의 합인 225다.
5 × 2 = 10은 5행이 음양으로 짝을 갖춘 상태를 가리킨다. 5행이 비록 만물의 기본이라고는 하지만 짝이 없으면 그 기능을 다 할 수 없다. 하늘에 비록 5행이 있다고 하여도 땅에서 상대를 만나지 못하면 형상으로 드러나지 못한다. 5장이 안에 있다고 하여도 밖에 있는 10구멍으로 허공의 대기와 통하지 못한다면 인체는 당장 그 기능이 멈출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체에 있는 열개의 구멍은 오장육부에 있는 음양이 드나드는 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숫자 10개도 만물의 중심에 있는 음양이 드나드는 도구다. 5 × 2 = 10의 1과 0을 합한 수(앞으로는 이를 가리켜 기본합수라고 하겠다)가 1이 되는 까닭은 10무극의 기본이 1태극이라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즉 천부경의 일적십거(一績十鉅)는 이를 두고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