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희도의 중심은 텅 비었는데, 그것은 하늘의 중심은 본래 허공이기 때문이다. 문왕도의 중심은 5토가 들어갔는데, 그것은 선천은 양토가 기준이 되어 만사를 운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낙서의 태세는 무진(戊辰)년이라고 하였다. 중앙에서부터 문이 열리는 법이므로 천간이 무(戊)가 되어야 하는 건 알겠는데, 왜 지지(地支)는 진(辰)이라고 한 걸까? 무에는 무자, 무인, 무진, 무오, 무신, 무술의 6무가 있는데, 왜 하필 무진으로 태세를 삼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방위는 변함이 없기에 괘상(卦象)이 주어지지 않지만, 시간은 변동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괘상을 붙인다. 자축(子丑)에서 시작한 1양(-)은 인묘(寅卯)에서 2양(=)으로 성장하고, 진사(辰巳)에서 3양(≡)으로 극양(極陽)한 상태에 이른다. 선천은 양을 위주로 운행하는 법이므로 건(乾)을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건괘는 3양을 가리키는데, 진사지간(辰巳之間)에 있다. 예부터 ‘辰巳之間에 聖人出(진사지간에서 성인이 나온다는 말)’이라고 한 것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 그러면 진도 있고, 사도 있는데, 왜 사가 아니라 진이 되어야만 했을까? 그것은 선천은 양을 위주로 하기 때문이다. 12지지는 양과 음이 교대로 이어지는 것인데, 자인진오신술은 양이요, 축묘사미유해는 음이다.
도표 1. 12지지의 음양
陰 陽 三才 丑 子 자오묘유 - 天 亥 寅 酉 辰 진술축미 - 地 未 午 巳 申 인신사해 - 人 卯 戌
천간과 지지의 조합(組合)인 60갑자를 보면 양간(陽干)은 양지(陽支)와 음간(陰干)은 음지(陰支)와 한 짝을 이룬다.
도표 2 간지(干支)의 음양
10 천간(天干) 12 지지(地支) 양간(陽干) 음간(陰干) 양지(陽支) 음지(陰支) 갑 을 자 축 병 정 인 묘 무 기 진 사 경 신 오 미 임 계 신 유 술 해
도표 3 60갑자
1갑자 2을축 3병인 4정묘 5무진 6기사 7경오 8신미 9임신 10계유 11갑술 12을해 13병자 14정축 15무인 16기묘 17경진 18신사 19임오 20계미 21갑신 22을유 23병술 24정해 25무자 26기축 27경인 28신묘 29임진 30계사 31갑오 32을미 33병신 34정유 35무술 36기해 37경자 38신축 39임인 40계묘 41갑진 42을사 43병오 44정미 45무신 46기유 47경술 48신해 49임자 50계축 51갑인 52을묘 53병진 54정사 55무오 56기미 57경신 58신유 59임술 60계해 자술신오진인의 순서 축해유미사묘의 순서 인자술신오진의 순서 묘축해유미사의 순서 진인자술신오의 순서 사묘축해유미의 순서 오진인자술신의 순서 미사묘축해유의 순서 신오진인자술의 순서 유미사묘축해의 순서
(반드시 옆의 번호와 함께 암송할 것)
60갑자의 조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양간은 반드시 양지와 함께 하고, 음간은 음지와 함께 한다. 예를 들면 양간인 갑은 양지와 함께 하여 갑자, 갑인, 갑진, 갑오, 갑신, 갑술의 6갑이 되는 법이지, 결코 음지와 함께 하여 갑축, 갑묘, 갑사, 갑미, 갑유, 갑해라는 조합은 있을 수 없다. 그 까닭은 천간과 지지는 어디까지나 기본 재료이기 때문이다. 기본 재료는 어린아이와 같아서 음양이 함부로 합방(合房)을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음양에도 각기 음양이 있는 것이 철리(哲理)인데, 하늘의 양(양중 양)과 땅의 양(양중 음)이 합해야 온전한 양이 될 수 있고, 땅의 음(음중 음)과 하늘의 음(음중 양)이 합해야 비로소 온전한 음이 되기 때문에 그와 같이 간지를 조합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처럼 양간은 양지와 함께 조합을 하는 법이므로 천간 무는 진과 조합을 하여 무진(戊辰)이 되었다. 따라서 무진은 ‘가장 밝아진 하늘의 중심’이라는 의미가 된다. 선천이라는 것은 하루로 치면 낮에 해당하므로 당연히 하늘에 태양이 가장 밝은 상태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런 원리에 입각해서 우리의 최초 국가라고 할 수 있는 고조선도 BC 2,333년에 개국(開國)하였는데, 이때의 간지가 바로 무진년이다. 선천에서 용꿈을 가장 귀하게 여긴 까닭도 실은 그것이 가장 밝은 건괘의 상징이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