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봉이 김선달

영부, 精山 2007. 1. 13. 07:49
 

그러나 후천이 오면 선천과는 모든 기준이 정반대로 뒤집어진다. 선천은 한 낮의 태양을 기준으로 삼지만, 후천은 밤중의 달을 기준으로 한다. 태양은 1양, 2양, 3양으로 변화를 하지만, 달은 1음(--), 2음(󰁐), 3음(☷)으로 변화한다. 1음은 오미(午未)에서 나오고, 2음은 신유(申酉)에서 나오며, 3음은 술해(戌亥)에서 나온다. 방위로 따진다면 3양이 있던 진사지간은 동남방이요, 3음이 있는 술해지간은 서북방이다. 서북방은 예로부터 박대(薄待)를 당한 곳으로 유명하다. 조선시대에는 아예 정계로 진출하지 못하도록 서북인을 등용하지 않았을 정도로 박대를 하였는데, 홍경래, 이괄 등이 이에 반발하여 무력혁명을 일으켰을 정도다. 대동강물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도 서북인이다.


                        김선달이 봉이라고 불리게 된 사연

 

 이야기가 나온 김에 잠간 야담을 소개하기로 한다. 김선달이 한양으로 입신양명을 하기 위하여 찾아갔지만, 서북인에 대한 차별정책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자, 울분을 달래면서 세상을 조롱하기 시작하였다. 김선달이 하루는 장 구경을 하러갔다가 닭 전 옆을 지나가게 되었다. 마침 닭장 안에는 유달리 크고 모양이 좋은 닭 한마리가 있어서 주인을 불러 그 닭이 ‘봉(鳳)’이 아니냐고 물었다. 김선달이 짐짓 모자라는 체하고 계속 묻자 처음에는 아니라고 부정하던 닭장수가 봉이라고 대답하였다. 비싼 값을 주고 그 닭을 산 김선달은 원님에게로 달려가 그것을 봉이라고 바치자, 화가 난 원님이 김선달의 볼기를 쳤다. 김선달이 원님에게 자기는 닭 장수에게 속았을 뿐이라고 하자, 닭장수를 대령시키라는 호령이 떨어졌다. 그 결과 김선달은 닭 장수에게 닭 값과 볼기맞은 값으로 많은 배상을 받았다. 닭장수에게 닭을 ‘봉’이라 속여 이득을 보았다 하여 그 뒤 봉이 김선달이라 불리게 되었다 고 한다.


계절로 치면 동남방은 꽃피는 춘삼월, 춘사월이요, 서북방은 서리가 내리는 음력 9, 10월이다. 선천은 대낮과 같아서 모든 형상이 잘 보인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보이는 형상을 위주로 의식이 흘러간다. 형상은 잘 알다시피 내밀(內密)한 영혼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보이는 형상을 통하지 않으면 안 보이는 영혼의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좆게 마련이므로 선천은 어쩔 수 없이 물질을 중시하는 황금만능주의가 판을 치게 되었다. 그 상징이 바로 무진이다.

 하지만 때가 기울면 천하를 호령하던 태양도 그 자리를 달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밤이 오면 낮처럼 형상이 잘 안 보인다. 지금이야 각종 조명기구가 발달하여 밤중에도 대낮처럼 밝게 비춘다고 하지만, 그건 인공적인 밝음이지, 태양과 같은 밝음은 아니다. 밤이 오면 당연히 양이 아니라 음을 위주로 살게 된다. 그러므로 선천에서 가장 괄시를 받았던 서북지방이 반대로 빛을 보게 된다. 즉 술해지간이 진사지간으로 가게 되는 대변화가 일어나는데, 그것을 가리켜 개벽이라고 한다.

 시중에서 개벽을 논하는 종단이나 사람들이 많은데, 그중에는 마치 지축이 바로 잡혀서 상전벽해가 되는 것을 개벽인 것처럼 말하고 다시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개벽주이신 증산께서는 말씀하시기를


공부하는 자들이 방위가 바뀐다고 이르니 내가 천지를 돌려놓았음을 세상이 어찌 알리오. - 대순전경 5장 44절


 라는 기록이 있다. 이는 곧 천지개벽을 단행한 것이 바로 천지의 방위를 돌려놓았다는 의미가 아닌가? 방위가 바뀌면 음과 양이 교차하고, 수화금목이 상극이 없어지게 되어, 결국 우주만물의 기운과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게 되어 천지인 3계가 동시에 개벽을 하게 된다. 이에 대한 것은 계속하여 반복적으로 언급될 것이다. 여하튼 이미 개벽주는 천지의 방위를 돌려놓았다고 공언을 하였다. 그걸 믿지 않는다면 개벽주를 부정하는 결과가 아닌가? 지축이 바뀐다는 의미에 대해서는 현무경 해설 전편에 걸쳐서 상술(詳述)될 것이다.

 이처럼 홀대받던 곳이 광명의 자리로 개벽을 하게 되면 이제까지와는 시각으로 12지지가 전개된다. 선천에는 자축지간에서 1양이 시작되어 인묘지간 2양, 진사지간 3양으로 양이 운행을 하였지만, 후천에는 음양이 서로 자리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즉 다음과 같은 지지의 변동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