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目) : 一
인체도 이런 이치를 그대로 보여주는데, 그것도 역시 천지인 3신의 원리에 따라 머리와 흉복, 사지의 순서로 그 이치가 나타난다. 첫째, 머리는 겉으로 보기에는 이목구비라는 네 개의 기관이 있지만, 그 합은 10이다. 그것은 눈(目)을 1, 귀(耳)를 2, 코(鼻)를 3, 입(口)을 4라고 본 결과다.
눈은 반짝반짝 광채를 내는데 그것은 불의 성질을 닮았다. 불은 빛과 상통한다. 성경에도 이르기를 맨 처음에 나온 것이 ‘빛’이라고 하였다. 빛이 비쳐야만 비로소 만물이 밝아진다. 만물이 밝아진다고 하는 것은 형상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드러낸다는 뜻이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눈으로 보는 것은 깨달음의 최상이다. 그러기 때문에 인체에서도 눈을 제일 높은 곳에 자리를 잡게 만들었다. 높은 곳에 있어야 멀리, 높게, 크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눈은 하늘의 태양과 같은 기능을 지녔다. 태양이 누구의 도움이 없이 항상 스스로 발광(發光) 하는 것처럼, 눈도 역시 인체에서 유일하게 스스로 빛을 발하는 곳이다. 눈은 본래 강렬한 빛을 지니고 있는 양의 총본산이므로 불이나 열(熱)을 제일 싫어한다. 사람이 신경을 잔뜩 쓰거나, 용접을 하고 난 후에는 눈이 잘 안 보이게 되는데, 그 까닭은 눈이 열을 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력을 좋게 하고 싶다면 차가운 물이나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불이나 빛은 동시에 여러 면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눈도 역시 사물을 볼 때에는 여러 가지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즉 귀는 한 가지의 소리를 통해서 여러 가지 다른 정황을 파악할 수 있는 반면에, 눈은 여러 가지 사물을 본 후에, 하나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따라서 인체에서도 신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계속 다양하게 활동을 한다. 그래야만 사물을 보는 시각이 넓고 바르게 된다. 그러므로 사람이 눈과 귀만 제대로 사용한다면 사물을 정확히 분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귀가 물이 있어 모든 걸 수평으로 하는 반면, 눈은 불의 성질이 강하기 때문에 물과는 반대로 사물에 차별을 두기를 좋아한다. 이처럼 눈은 여러 가지 모양과 차별을 동시에 볼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을 어지럽게 한다. 활활 타오르는 불을 보고 마음이 차분해진다는 사람은 아마 없을 터인데, 그것은 불의 속성이 본래 격정적이며 활동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음이 산란해질 때에는 잠시라도 눈을 감으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눈은 앞으로 나아가려 하고, 귀는 그걸 억제하여 한 곳으로 모으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한 곳으로 모이는 걸 좋아하는 것은 정(精)이요, 분산하는 걸 좋아하는 것은 신(神)이다. 따라서 귀를 보면 정력의 상태를 알 수 있고, 눈을 보면 신의 상태를 알 수 있다. 귀가 밝은 것은 총(聰)이라고 하며, 눈이 밝은 것은 명(明)이라고 하여 총명(聰明)이라는 용어가 나왔다. 귀가 욕심을 부리면 너무 한 곳에 모아두려는 자린고비가 될 것이요, 눈이 욕심을 부리면 너무 여러 곳에 자신을 내세우기를 좋아하는 허례허식이 된다. 1의 성질도 이와 같아서 한 겨울의 동지에 시생한 1양처럼 어두운 세상에 빛을 밝히려는 강한 욕구를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