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하튼 개벽의 도수는 햇머리와 달머리 즉, 음양의 변화가 가장 기본이다. 그러므로 기유년의 태세와 세수, 일진과 시진(時辰) 등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유년의 세수는 선천의 법대로라면 3병인(丙寅)월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후천의 도수로는 34정유(丁酉)월이 된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선천은 3원두법(三元頭法)에 의하고, 후천은 5원두법(五元頭法)에 의하기 때문인데, 자세한 것은 곧 밝히기로 하겠다. 다만 여기서는 그런 것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만 알아두는 수밖에 없다.
햇머리는 기유년이요, 달머리는 정유월이므로 하늘과 땅에서 온통 닭이 울면서 홰를 치는 격이다. 본래 달은 새로운 시간을 일러주는 전령(傳令)이다. 개벽의 도수에 있어 새와 닭은 달머리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아주 중요한 상징이다.
하루는 부친이 벼를 말리는 데 새와 닭의 무리를 심히 쫓으시니 개벽주가 만류하여 가라사대 새, 짐승이 한 알 씩 쪼아 먹는 것을 그렇게 못 보시니 사람을 먹일 수 있나이까 하시되 부친이 듣지 않고 굳이 쫓더니 뜻밖에 백일(白日)에 뇌우(雷雨)가 대작(大作)하여 말리던 벼가 다 표류(漂流)하여 한 알도 건지지 못하였더라. 대순전경 1장 11절
이 일은 증산께서 아직 열 살도 되기 전의 일인 듯 하다. 증산의 부친은 벼를 새가 쪼아 먹는 것을 쫓지 않을 수 없었지만, 개벽주의 입장에서는 새와 닭은 새로운 후천의 세수(歲首)가 빨리 와야 하는데 그걸 부친이 방해하는 걸로 보였다. 여기서 부친은 선천의 하도를 가리킨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백일은 3양이 건괘를 형성하는 동남 손방을 가리키는데, 5진뢰가 7손풍과 뇌풍상박으로 뇌우를 크게 일으켜 중앙의 1, 6수가 흘러넘쳐 모든 것이 표류하게 된다는 이치를 보여준다.
항상 종도들을 둘러 앉히사 몸을 요동(搖動)하지 못하게 하시고 잡념을 떼고 정심(正心)하라 하시며, 밤이면 닭이 운 뒤에 자게 하시고, 겨울에는 흔히 문을 열어 놓고 마루에 앉아 계시되, 방안에 있는 사람이 추움을 깨닫지 아니하며, 혹 춥다고 말하는 자가 있으면 즉시 더워지며, 여름에는 모기가 머리 위에서만 소리하고 물지 아니하며, 혹 덥다고 말하는 자가 있으면 즉시 서늘한 기운이 돌며, 빈대 있는 방에 하루 저녁만 주무시면 빈대가 없어지며, 길 갈 때에 혹 덥다고 말하는 자가 있으면 부채나 삿갓으로 한 번 두르시면 문득 구름이 해를 덮고 바람이 서늘하게 일어나니라. - 대순전경 2장 122절
닭이 운 뒤에 자게 한 것은 새로운 후천의 달머리를 깨달아 알아들어야 한다는 상징인 듯 하다.
다음에는 기유 정월 설날의 일진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그날의 일진은 임오(壬午)일이다. 하필 임오일에 현무경을 성편해야 하는 까닭이라도 있을까? 물론, 그것은 중요한 도수인데 어찌 아무런 의미가 없단 말인가? 임오는 임자와 더불어 선천의 시간을 다스렸다. 천행 15도의 원리에 의해 선천의 태세가 나온 무진, 무술로부터 15도가 지난 임자, 임오가 나오는데, 이를 가리켜 도부두(圖符頭)가 나왔다고 한다. 부두는 일월이 한데 어울려서 나오는 머리를 가리키는데, 원부두, 도부두, 용부두의 세 가지가 있다. 이에 대한 언급도 곧 있을 예정이다. 그런 건 나중에 다시 상술할 것이므로 그때에 가서 다시 공부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다만 선천 낙서의 도부두가 임자, 임오였다는 사실만 알고 넘어가기고 한다. 낙서를 가리켜 임자도(壬子圖)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치 때문이다. 임자에서 천유 13도를 가면 용부두가 나오는데, 임자 - 계축 - 갑인 - 을묘 - 병진 - 정사 - 무오 - 기미 - 경신 - 신유 - 임술 - 60계해가 되고, 임오 - 계미 - 갑신 - 을유 - 병술 - 정해 - 무자 - 기축 - 경인 - 신묘 - 임진 - 30계사가 된다. 이처럼 계사, 계해가 후천 문명의 새로운 시간을 열어주는 기준이 되는데, 현무경에서는 이를 그냥 ‘기유정월일일사시’라고만 밝혔다. 사시는 오전의 머리가 되고, 해시는 오후의 머리가 되는데, 하루의 머리인 사시만 기록으로 밝혔을 따름이다.
사실 낙서를 기준으로 본다면 임오일의 머릿 시간은 37경자(庚子)시가 되어야 하고, 사시로 따진다면 42을사(乙巳)시가 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이치는 앞으로 자주 나올 것이므로 그냥 편하게 따라오기만 하면 저절로 이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