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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극 (2)

영부, 精山 2007. 1. 24. 07:23

이처럼 3극은 무극, 태극, 황극을 가리키는데, 현무경에는 이런 이치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현무경 18매의 첫 장은 완전 백지로 되어 있으니, 그것은 무극을 가리키는 것이요, 나머지 17장은 태극이 만물에서 운행하는 과정을 가리켰다. 그런데 맨 마지막 18매는 앞면에는 44자의 글이 기록되어 있지만, 뒷면은 다시 백지로 되어 있으니, 이는 곧 황극을 의미한다. 44자에 백지인 10무극을 합하면 55 대정수가 되니, 5황극(11 × 5)이 성립한다.  

 

현무경 마지막 성도장 4절 27자와 총결과 17자 - 합 44자 

 

聖師醫統 慶州龍潭 無極神 大道德 奉天命 奉神敎 大先生前如律令 審行先知後覺元亨利貞 布敎五十年工夫 : 거룩한 스승이 전하신 의통은 경주용담이니 무극신 대도덕으로 천명과 신교를 받들어 큰 선생 앞에서 율령처럼 앞선 공부와 가르침을 잘 살핀 후에 원형이정을 깨달아 50년 공부를 펼치노라. 

 

 

마지막 장에 44를 써 놓은 것은 원형이정으로 천하 사방이 모두 11귀체를 이루었음을 상징하기 때문인데, 그것이 바로 성사의통이며, 경주용담 무극신이 되어 천명과 신교를 받들게 된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서는 어차피 다시 언급할 것이므로 생략하기로 하고, 다만 이 글을 인용한 까닭은 현무경의 마직막 장에서 지금 언급하고 있는 ‘무극신’이 등장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무극과 무극신은 서로 다르다. 무극은 그냥 자연의 이치라고 한다면 무극신은 그것이 인간의 마음과 의식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상태를 가리킨다. 완전백지로 출발한 현무경의 무극은 마침내 무극신이 되어 인간의 마음과 의식 속에서 천명과 신교로써 포교 50년 공부를 완성하게 된다는 가르침을 전하는 것이 현무경이다.  

50년 공부라고 하니까 어느 사람들은 마치 자신들의 교주가 50년 간 수도를 한 것을 가리키는 것처럼 아전인수를 하고 있지만, 이는 얼토당토 않는 무지의 소치(所致)이다. 포교50년에 대해서는 따로 장(場)을 달리하여 해설을 할 것이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이처럼 현무경은 무극에서 무극신으로 귀결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것을 한 마디로 ‘경주용담’이라고 하였다. 용담은 용담도를 가리키는 것으로 용담도는 현무경과 천지공사의 내용을 집약한 후천 5만 년의 청사진이다.  

 

도표 7                          (용담도) 

 

 

 

 

 

 

 

 

 

 

* 그림이 안 뜨네요.

 

현무경은 본래 백지에 붓으로 기록하였는데, 백지는 흰색이므로 서방의 4, 9금 열매를 가리키는 동시에 무극을 상징한다. 현무경은 인류의 모든 문화와 사상의 열매이므로 당연히 흰색을 바탕으로 한다. 무극은 아무런 걸림이 없는 영원한 대자유다. 천부경의 첫머리에 이르기를 ‘一始無始一’이라고 하였는데, 그것은 곧 무극을 말한다. 불교에서는 이를 가리켜 공(空)이라고 하였으며, 숫자로는 영(零)이라고 하였고, 도(道)나 자연(自然)이라고도 볼 수 있다. 종교에서 말하는 ‘유일신’ 혹은 ‘절대자’라는 개념도 이와 다르지 않다. 무극은 이처럼 모든 것의 근본이요, 감히 무어라고 이름 붙일 수 없는 근원 중의 근원이요, 아무리 써도 다함이 없고, 아무리 가 봐도 막힘이 없는 것이므로 그 이름을 무극(無極)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무극이야말로 모든 것의 전부라고 해야 하는데, 그것은 결코 아무런 형상이 있을 수없다. 현무경의 첫 장을 완전 백지로 둔 것은 이와 같은 무극의 속성을 일깨워주려는 의도에서다.  

아무 형상이 없으니 절대로 사라질 염려도 없고, 도둑맞을 걱정도 필요 없으며, 생사에 얽매이는 일도 없으니 그야말로 대자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주는 무형으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주는 기기묘묘한 갖가지 만상으로 충만하다. 이렇게 무수한 형상들이 있지만, 그 모든 것들도 결국은 커다란 한 개의 우주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는 하나다. 성경에 ‘하나님도 하나요, 성령도 하나요, 아들도 하나’라고 하면서 모든 것은 하나라고 한 것과 같은 말씀이다. 비유하자면 내 몸에는 무수한 세포들이 있지만, 그 모든 것은 하나의 몸체를 이루고 있는 것과 같다. 몸체도 하나요, 세포도 하나요, 핏줄도 하나다. 이 하나를 가리켜 태극(太極)이라고 하며 숫자로는 1이라고 한다.  

무극은 10이요, 태극은 1이라고 옛 어른들은 기록으로 남겨 놓았는데, 10은 체(體)요, 1은 용(用)이다. 체라는 것은 바탕을 가리킨다. 용은 바탕 위에서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바탕은 변하면 안 되기 때문에 항상 0의 형태를 유지하지만, 용은 항상 변하게 마련이므로 0의 형태가 아닌 1의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다. 0은 상하, 전후, 좌우가 없지만, 1은 상하, 전후, 좌우로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면서 변화를 한다. 따라서 우주만물의 신묘막측한 변화를 유발하는 것은 태극이다. 현무경의 첫 장을 제외한 나머지 17매에는 태극이 움직인다. 태극에는 음양이 있으니 음은 2로 양은 1로 표현한다. 음양은 또한 각기 3변을 하는데, 1 × 3 × 3 = 9 즉 9궁으로 양의 끝을 이루고, 2 × 2 × 2 = 8 즉 8괘로 음의 끝을 이룬다. 그러므로 태극은 결국 9궁8괘의 17자가 되어 만물의 변화를 주도하는 셈이다. 이런 이치에 의해 현무경은 처음의 서종과부터 17자(益者三友 損者三友 其瑞在東 言聽神計用)로 시작을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총결과도 역시 17자(審行先知後覺元亨利貞 布敎五十年工夫)로 끝을 맺었다.  

하지만 같은 17자라고 하여도 서종과와 총결과의 내용은 전혀 다르다. 서종과는 8괘와 9궁의 17자로 머리를 들었지만, 총결과는 10무극을 바탕으로 한 7성의 작용으로 끝난다. 이것은 만물은 자연의 8괘와 9궁을 매체로 하여 변화를 하지만, 그 열매는 인간의 마음(10)에서 발(發)하는 7규에서 이루어진다는 걸 암시한다. 그것이 바로 용담도의 북방에 10건천이 있고, 중앙에서 1, 6수(7)가 모든 걸 용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현무(玄武)의 현은 북방을 가리키며, 무는 모든 전쟁(戈 : 창 과, 싸움 과)을 하나로 (一) 그치게(止) 한다는 의미가 있는데, 그것은 모든 방위의 머리인 북방으로 건괘가 10무극으로 완성될 적에 가능한 법이다. 본래 북방은 겨울과 검은색으로 상통하는데 그 의미를 현(玄)이라고 하였고, 玄은 ㅗ(머리 두)와 幺(요 : 아늑할 요, 깊을 요, 어릴 요, 하나 요)가 합한 글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깊고 깊은 깨달음을 의미한다.  

10은 체요, 1은 용이라고 한 말은 더 깊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10은 보통 0과 같은 원을 연상하게 마련이지만, 그 근본은 4각형인 방(方)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1 + 2 + 3 + 4 = 10이기 때문이다. 비록 눈에는 안 보이지만 원은 4방이라는 바탕이 기본을 형성한다. 이런 이치를 알았기 때문에 옛 어른들은 원형이정이라는 호천사부(昊天四府)를 말씀했던 것이다. 호천사부를 근거로하여 역(易), 서(書), 시(詩), 춘추(春秋)라는 성인사부(聖人四府)가 나왔다. 인간의 마음속에도 사단(四端 ; 인의예지를 촉발하는 네 가지 마음 즉,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이 있다고 성현들은 가르쳤다. 현무경 원본을 보면 백지를 반으로 접어놓았는데, 이는 곧 모든 것이 음양으로 구성되었다는 뜻이 있고, 그것은 다시 4면, 즉 사상, 사방으로 되었음을 말해주는 것도 이런 이치에 기인한다.  

여하튼 현무경은 첫 장의 백지인 무극에서 시작하여 1100자로 이루어진 문자 즉 태극을 통하여 맨 마지막에는 반공반색(半空半色)의 황극으로 열매를 맺는다. 따라서 황극은 곧 무극의 완성이요, 무극신의 등장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