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선천 종교 중에서도 ‘재림주’나 ‘미륵불’이 다시 오신다고 예언을 한 기록은 있었지만, 직접 그 물꼬를 튼 것은 수운대신사를 통한 동학이 처음이었다.
그것은 아주 중요한 사안이었으므로 수운 대신사는 직접 자신의 손으로 붓을 들어 동경대전과 용담유사란 경전을 지으셨다.
성경이나 불경, 논어, 천부경, 도덕경 등은 모두 제자들이 전해 들은 것을 녹취한 것이지만, 수운과 증산은 직접 친필로 경전을 만들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그것은 실상이 아닌 것을 경전으로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는 걸 성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이 드러나면 반드시 그 열매를 세상에 보여야 한다.
하도 시절에는 물질이나 마음이라는 개념도 없이 그저 순진하게 천성(天性)대로 살았지만, 낙서 시절에는 땅의 물질을 위주로 모든 기운이 흘러가기 때문에 사람들의 의식도 그렇게 흘렀다.
그러나 용담 시절에는 순진한 천성도 해원(解寃)하고, 물질도 동시에 해원해야 한다. 마음만 착하다고 해서 인간이 되는 것도 아니며, 물질이 풍족하다고 해서 인간이 되는 것도 아니다.
마음과 물질이 동시에 해원을 하여 영과 육이 온전한 상태에 이르러야 비로소 인간다운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상태를 가리켜 11귀체라고 하거니와, 지상선경이라고 한다.
지금은 인존시대다. 그러므로 천지의 신명도 인간의 마음속에서 활동한다. 아무리 천지에 있는 신명에게 빌어보아야 내 마음 하나 잘 다스리는 것만 못하다. 예전에는 좋은 터나 명당에 장사를 지내던가, 자리를 잡으면 발복(發福)하였지만, 지금부터는 사람의 마음이 명당자리요, 천국이며, 교회요, 사찰이다.
생각해 보라!
도솔천 내원궁에서 가만히 있어도 되는 개벽주가 무엇하러 이 오탁(汚濁)세계에 그것도 지구촌의 일각에 불과한 조선 땅에 사람의 몸으로 태어나 ‘강삿갓’ ‘강미치개’ ‘강무당’ 등의 빈축(嚬蹙 찡그리고 대듦)을 받으면서 해괴한 천지공사를 벌여야만 했으며, 아무도 믿기 힘든 현무경을 남겨야 했을까?
그것은 사람이 아니면 능히 천하를 건질 방도가 없기 때문이었다.
현무경에 비장한 영부(靈符)는 하늘과 땅의 신명들과 인간이 모여 함께 공약한 증거다. 사람과 사람끼리는 서로 문서를 작성하여 도장을 찍어 증거로 삼지만(하긴 그것도 지금은 못 믿는 세상이다), 신명과 인간의 약속은 무엇으로 증거할까?
그것이 바로 영부다. 신명계에서 천하를 다스리던 도장(옥새)을 인간의 손에 쥐어주어야 비로소 그 권능이 인간에게 넘어온다.
그간 천하를 다스리던 천지신명은 마땅히 장성한 자녀에게 그 권능을 이양해야 한다.
그러려면 불가불 인간이 천하를 다스리고 삼계를 통일하여 조화정부를 세워야 하는데, 그것을 몸소 시범으로 보여주지 않고 누가 그걸 알 것인가? 그것은 개벽주가 아니면 능히 해결할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러기 때문에 직접 인간의 몸으로 탄강하여 천지신명들과 더불어 후천 5만 년의 설계를 상의하고, 그때마다 번개와 우뢰로 가부간에 질정하면서 짜 놓은 도수가 바로 현무경이다.
개벽주가 천지공사를 마치신 뒤에 <포교오십년공부종필>이라 써서 불사르시고 여러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옛 사람이 오십 살에 사십구 년 동안 그름을 깨달았다 하나니 이제 그 도수를 썼노라. 내가 천지운로를 뜯어고쳐 물 샐 틈 없이 도수를 굳게 짜 놓았으니 제 도수에 돌아 닿는 대로 새 기틀이 열리리라. 너희들은 삼가 타락치 말고 오직 일심으로 믿어 나가라. 이제 구년 동안 보아 온 개벽공사의 확증을 천지에 질정(質正)하리니 너희들도 참관하여 믿음을 굳게 하라. 오직 천지는 말이 없으니 뇌성과 지진으로 표징(表徵)하리라 하시고 글을 써서 불사르시니 문득 천동(天動)과 지진이 아울러 크게 일어나더라. (대순전경 4장 173절) |
이처럼 개벽주는 선천 물질문명에서 후천 인존문명으로 주권이 넘어갔으며, 그 방편으로 현무경과 영부수련으로 의통의 길을 열어 놓았으니, 복 있는 자는 거룩한 대열에 참여할 것이요, 그렇지 않은 자는 돼지 앞에 진주와 같으리라.
영부일기를 치는 것은 곧 인간에게 맡겨진 천하사를 하는 것이며, 일기를 소축하는 것은 곧 옥새를 찍는 것과 같으니 말로만 듣던 신선과 불보살이 또 어디 있을까?
영부수련(영부일기법)에 대해서는 따로 상술할 것이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이상, 현무경은 삼극이 운행하는 과정을 나타내고, 무극신으로 봉천명과 봉신교를 할 수 있는 황극인으로 개벽되는 법을 일러준다.
천지가 쥐고 있던 대권(大權)을 이제는 자녀인 인간이 물려받아 후천 5만 년의 대업을 수행할 황극인들이여! 무엇이 인생인 가를 잘 판단하여 영생의 길에 참여할 지어다.
도를 잘 닦는 자는 그 정혼(精魂)이 굳게 뭉쳐서 죽어서 천상(天上)에 올라 영원히 흩어지지 아니하나, 도를 닦지 않은 자는 정혼이 흩어져서 연기(煙氣)와 같이 사라지느니라. - 대순전경 6장 77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