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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7화

영부, 精山 2007. 1. 29. 07:33
 

 2, 7火


 북방의 1, 6수와는 반대로 2, 7은 하도의 위에 있다. 내면에는 2가 있고, 외면에는 7이 있으므로, 2를 생화(生火)라고 하며, 7을 성화(成火)라고 한다.

 

2와 7을 가리켜 불이라고 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물론 1, 6수와 상대적인 것이므로 불이라고 하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모이면 흩어지는 회자정리(會者定離)는 만물의 철칙이다. 무형의 0에서 나와 1, 6수라는 물로 모인 것은 언젠가는 다시 흩어진다.

 

 아니, 정확히 말한다면 무형에서 물로 형성될 때에 이미 그 속에는 2로 상징되는 분산의 기운도 공존했던 것이다.

 

 물은 밑으로 내려가므로 하도의 밑에 배치를 한 것처럼, 불은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으므로 하도에서도 위에 배치를 하였다.

 

물은 속에 1이라는 양기가 있어 속을 투명하게 하였지만, 불은 속에 2라는 음기가 있어 속을 탁하게 한다. 불이 겉으로는 빛과 열이 강하지만, 정작 속은 탁하여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까닭은 이와 같은 이치 때문이다.

 

 2에 5가 합하면 7이 되는데, 0속에 있던 불의 기운을 가리켜 2라고 하며, 그것이 5방과 5행을 갖추면 7이 된다.

 

1을 가리켜 첫 번째 생하는 기운이라고 하여 하늘이라고 한다면, 2는 두 번째 생기는 기운이라고 하여 땅으로 본다.

 

6이 물의 형상을 이루어 6각형의 분자구조를 지닌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은 모든 물질로 하여금 자신의 형상을 밝게 드러내라는 의미다.

 

이처럼 자신의 형상을 밝게 드러내는 것을 가리켜 7성이라고 한다. 하늘의 7성은 태양처럼 밝게 만물을 비치는 것은 아니지만, 하늘에서 항상 동서남북 4방을 일러주는 기준이 되고 있으니 이는 곧 만물의 갈 길을 밝게 비쳐주는 셈이다.

 

여름에는 만물이 태양의 볕을 받아 자신의 모습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는데, 그 모습이 하늘의 7성처럼 밝다고 하여 7과 여름을 같은 속성으로 본다.

 

왕성한 활동력, 화려한 외모나 번화 등은 모두 7수로 상징된다. 2는 생화 또는 천화(天火)라고 하는데, 불의 내면을 가리키고, 7은 성화 또는 지화(地火)라고 하여 불의 외면을 가리킨다.

 

천화는 지화 위에 있어야 하므로 하도에서도 7이 위에 있고, 2는 밑에 있게 되었다. 그러나 내외를 논할 때에는 천화가 밖에 있고, 지화가 속에 있다고 한다.

 

물은 이와 반대로 내외를 논할 때에는 지수가 밖에 있고, 천수가 속에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하늘에서는 물의 내면인 1양을 중시하기 때문에 하늘도 역시 밝은 법이요, 겉으로는 6의 음기인 차가운 물이 구름이나 비를 이루게 된다.

 

땅에서는 이와 반대로 불의 내면인 2음을 중시하는 속성을 닮아 속은 비록 어두우면서도 따스한 온기가 있게 되었고, 겉으로는 불의 외면인 7수를 닮아 만물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1이 동지에 시생하는 1양이라면, 2는 하지에 시생하는 1음이다. 1양이 어두운 대지에 생동하는 생명의 숨길을 불어넣는다면, 2는 작렬(炸裂)하는 대지에 정숙(靜肅)한 그늘을 드리운다.

 

동지에 새로운 생명의 기틀이 무형으로 짜여진다면, 하지에는 그것이 무너지기 시작하는데, 이는 곧 열매의 시작을 의미한다. 화려했던 꽃이 시들어지기 시작하고, 인생에서도 황혼으로 접어들기 시작하는 때가 바로 하지다.

 

 1, 6수가 밑으로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형국이라면, 2, 7화는 더 이상 위로 올라갈 곳이 없는 형국이다.

 

그러기에 1, 6수는 위로 상승할 일만 남았고, 2, 7화는 밑으로 떨어질 일만 남았다. 1, 6수는 만물의 형상을 만들어내지만, 2, 7화는 만물의 형상을 태워 없앤다. 

 

 이처럼 물과 불은 서로 정반대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1을 가리켜 하늘이라고 하며, 2를 가리켜 땅이라고 한다.

 

 1이 겨울을 가리킨다면 2는 여름이다. 겨울이 차가운 한기가 주류를 이룬다면 여름은 뜨거운 열기가 왕성하다.

 

날씨가 추우면 음식물이 상하지 않기 때문에 겨울은 자연의 냉장고다. 그러기 때문에 겨울을 상징하는 1, 6수는 만물을 새롭게 정비한다.

 

물은 모든 걸 살찌게 하는 법이므로 사람도 겨울에는 살이 찌게 마련이다. 반대로 여름은 만물의 형상을 뜨거운 열기로 마르게 한다.

 

따라서 사람도 여름에는 살이 마른다. 2의 속성은 모든 걸 마르게 하며 분열을 재촉한다. 하지만 2에는 열기와 광채가 있기 때문에 모든 걸 밝게 한다.

 

 1을 인체의 장기와 견주어 본다면 신장이라고 할 수 있으며, 2는 심장이라고 할 수 있다. 신장은 밑에 있고, 심장은 위에 있는 것은 하도에서 1이 밑에 있고, 2가 위에 있는 것과 같다.

 

신장이 물을 관리하고, 심장이 불을 관리하는 것도 1과 2의 속성을 그대로 닮았다. 신장이 겨울의 속성처럼 은밀하게 일을 처리하는 반면, 심장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박동 하는 모습은 여름과 흡사하다.

 

따라서 1은 겨울처럼 실속이 있는 반면, 2는 여름처럼 고단하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여름의 화려함이지, 겨울의 스산함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2는 하늘의 7성이 되어 무수한 전설과 신화를 낳지만, 1은 묵묵히 만물의 기본 6각형을 이루고 있다.

 

 색깔에 있어서도 1과 6은 무명인 검은색이지만, 2와 7은 화려한 붉은색이다. 그러므로 1, 6수는 정(精)을 상징하고, 2, 7화는 신(神)을 상징한다.

 

 예부터 이르기를 피부가 검으면 정력이 강하다고 한 것은 그것이 겨울의 속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검건, 희건 피부에 생기가 넘치고 윤택이 있으면 그만이다.

 

검은색을 정력이 강하다고 보는 것은 정(精)은 모여야 충실해지기 때문인데, 검은색은 ‘흡수’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한 겨울에 돋보기로 햇살을 검은 종이에 모으면 연기가 나면서 급기야는 불이 붙는다는 것도 이런 원리에 기인한다.

 

정은 한 곳에 모여야 강해지지만, 신은 불처럼 널리 퍼져야 환해진다. 정은 맑아야 하고, 신은 밝아야 한다. 그것은 정은 물의 속성을 지니고, 신은 불의 속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1과 6은 짠맛인데 비해, 2와 7은 쓴맛이다. 짠맛은 기운을 될 수 있으면 모으려고 하는데 비해, 쓴맛은 기운을 분산시킨다.

 

인생살이를 하면서도 여러 번 ‘쓴맛’을 볼 기회가 있는데, 그때는 대개 돈이나 사람들이 모두 떠난다. 쓴맛은 ‘무언가 다 써버린 상태’를 가리킨다.

 

이것은 무언가 단단히 준비하고 치밀하게 ‘짜 놓은’ 짠맛과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만 본다면 쓴맛은 아주 몹쓸 것처럼 보이지만, 다 써 버려야 새로운 것이 생긴다는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인 면도 있다.

 

즉 겨울의 짠맛은 가을에 수확을 하여 겨울의 창고에 거두어 들여 새로운 봄의 틀을 짜내기 위해 힘을 비축하는 것이라면, 여름의 쓴맛은 봄에 생육한 만물에 뜨거운 사랑으로 열기를 뿜어내느라 힘을 다 써버린 형국이다.

 

 숫자의 계산으로 본다면 1수(양)와 6수(음)이 합하면 7화가 되는데, 이는 곧 물이 다하면 불이 된다는 자연의 철칙을 말해준다. 

 

 1수와 6수에 들어 있는 1 (6 - 5)을 합하면 2화가 되는데, 이것도 역시 양 + 양 = 음이 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