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9금(金)
4, 9는 오행으로 金이라고 한다. 금은 지구상의 만물 중에서 가장 단단한 상태를 가리킨다. 단단한 것은 열매다.
그러므로 금을 가리켜 열매라고 부른다. 하도에서 1, 6수와 2, 7화를 각기 상하로 배치한 것은 물과 불의 성질이 상승(上昇)과 하강(下降)을 주로 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서 3, 8목과 4, 9금을 좌우에 배치한 것은 각기 발산(發散)과 수축(收縮)을 하기 때문이다. 3을 묘목이라고 한 것과 비교하면 4는 열매요, 3이 봄이라면, 4는 서방을 가리킨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4, 9는 춘분을 상징하는 3, 8목과 더불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추분에 해당한다.
추분과 춘분은 낮과 밤이 같지만 춘분은 내면에 3과 같은 양을 안고 있는데 비해, 추분은 4와 같은 음을 안고 있는 게 다르다.
또한 춘분은 겉으로 8과 같은 음을 드러내고 있는데 비해, 추분은 9와 같은 양을 드러내고 있다. 즉 춘분은 외유내강이라고 한다면, 추분은 내유외강이라고 할 수 있다.
춘분은 하루 중에서 새벽 인시, 묘시에 해당하여 동산에 떠오르는 태양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추분은 저녁에 서산으로 뉘엿뉘엿 지는 태양을 기준으로 삼는다.
새벽의 태양은 무언가 희망찬 꿈을 꾸게 하지만, 석양(夕陽)은 편안한 휴식을 연상하게 한다.
따라서 3, 8은 희망찬 꿈을 꾸게 하고, 4, 9는 편안한 휴식을 취하게 한다.
인류의 문명도 이와 같은 사이클이 있게 마련이어서, 한 때는 희망에 부풀기도 하며, 화려한 번영을 누리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모든 욕심을 버리고 달관한 노인들처럼 편안한 휴식을 즐기려는 때가 있다.
앞으로 인류는 서서히 마음 편한 것이 제일이라는 진리를 여유롭게 즐기면서 살아가는 날이 다가올 것이다.
욕망이나 욕심이 발동할 때에는 4를 죽을 사라고 하여 싫어하지만, 4, 9금의 기운이 튼실해질수록 인류는 오히려 4를 좋아하게 된다.
4는 생수 중에서 마지막 숫자다. 물론 5가 있기는 하지만, 5는 10과 더불어 우주만물의 바탕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형상으로 칠 수 없다. 마지막은 열매이므로 생수의 열매는 4가 되고, 성수의 열매는 9가 된다.
3, 8을 아들이라고 한다면, 4, 9는 딸이다.
3, 8목은 동방에서 떠오르는 태양의 정기를 많이 닮았기에 아들이라고 하며, 4, 9금은 서방으로 지는 석양과 같기에 딸이라고 한 것이다.
동산에 뜨는 태양은 찬란한 광명을 안겨 주고, 서산에 지는 석양은 포근한 안식을 제공한다. 이것을 본 뜬 것이 3, 8목인 간담이요, 4, 9금인 폐, 대장이다.
간담이 혼을 맡는다면, 폐, 대장은 백(魄)을 맡는다.
4, 9금은 단단한 겉모습을 자랑한다. 물질 중에서 단단하면서 건조한 것을 찾는다면, 돌이나 보석 같은 광물질이다.
그런 것을 통틀어서 금(金)이라고 한다.
단단한 겉모습을 가리켜 9라고 하며, 속의 부드러운 기운을 가리켜 4라고 한다. 양은 본래 단단한 강(剛)을 가리키고, 음은 유(柔)를 가리킨다.
9는 양수 중에서 가장 큰 수이기 때문에 가장 단단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은 내면에 8방의 기운을 한 곳으로 끌어 모아주는 4(四)가 있기 때문이다. (八방을 사방의 틀 □속에 가두어 놓은 형상이 四)
이런 4, 9금의 성질은 흡사 가을과 같다. 가을은 여름에 무성했던 잎사귀와 화려했던 꽃들이 다 떨어지고 알곡만 남는다.
木火로 통명(通明)하던 봄과 여름은 형상을 밝게 했지만, 金水로 통하는 가을과 겨울은 내면을 밝게 한다.
본래 가을의 열매는 잎사귀와 꽃의 그늘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내면의 기운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금도 마찬가지다.
사물 속에 들어 있던 눈에 안 보이던 내면의 양기가 겉으로 결집된 형체가 바로 금이다. 사물 속에 들어 있던 눈에 안 보이던 내면의 음기가 겉으로 결집된 형체를 8목이라고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금의 9양은 그 출발을 4라는 음에서 하기 때문에 강한 구심력이 생겨 응집력과 건조함, 단단함을 지니게 된 것이고, 목의 8음은 그 출발을 3이라는 양에서 하기 때문에 강한 원심력이 생겨 발산과 성장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4, 9금의 색깔은 흰색이다. 흰색은 순결의 상징이다. 가을의 열매는 일체의 군더더기가 탈색된 청명함의 상징이다.
겨울의 1, 6수가 모든 색을 하나로 모아 놓은 것이라면, 가을의 4, 9금은 모든 빛을 하나로 모아 놓았다. 따라서 금과 같은 보석들은 영롱한 빛의 창고라고 한다면, 물은 만물을 형체로 드러나게 하는 염색창고다.
이처럼 같은 수렴의 계절이라고 하여도 가을의 금과 겨울의 수는 차이가 있다.
가을은 군더더기가 없는 상쾌함, 청량감 등이 주류를 이루는데, 그 맛을 가리켜 매운맛이라고 한다.
본래 매운맛은 고추처럼 매운 걸 가리킨 게 아니라, 가을하늘처럼 청량한 맛을 가리킨다. 그것은 건조함과 더불어 말끔한 느낌을 지닌다.
이런 성질을 잘 나타내는 것이 바로 폐와 대장이다. 폐는 오염된 공기를 맑게 정화시킨다.
하늘이 어둡고 공기가 탁하면 기운을 차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폐와 대장에 이상이 생기면 인체는 저절로 맥이 없게 마련이다.
가을의 열매는 습기를 제일 싫어하는 것처럼 폐도 역시 습기를 싫어한다.
그러나 너무 건조하고 메마르면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것처럼, 폐도 역시 너무 건조하면 심장의 열기에 허화(虛火)가 발동하는데 폐결핵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숫자의 계산을 통해서 살펴보면, 가을의 4는 겨울의 1과 봄의 3이 합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