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낙서(洛書)의 신비
낙서의 모양
낙서는 하나라의 우임금이 황하에서 치수(治水) 할 적에 나타난 신비한 거북의 등에 그려져 있던 문양(紋樣)인데. 이 또한 하늘에서 내리신 상서(祥瑞)라고 한다. 우임금은 낙서를 보고 크게 깨달아 9년 홍수의 대재앙을 슬기롭게 극복했다고 한다. 흔히 오행에서 말하는 상극의 법칙은 낙서에서 나왔다.
(낙서와 문왕 8괘도)
하도와 낙서의 차이
하도와 낙서의 차이는 숫자의 배열이 서로 다르다는 데에 있다. 그것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하도는 1에서 10까지의 수가 다 있지만, 낙서는 10이 없다.
하도는 우주창조의 설계도라고 한다. 설계도는 아직 실물로 드러나기 전에 머릿속에서만 존재한다. 그러므로 하도에서는 사실 아무런 형상이나 변동을 찾을 수 없다.
이처럼 관념으로만 있기 때문에 하도의 무용론(無用論)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설계도가 없다면 작업이나 공사는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게 마련이어서 큰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인간이 하는 일도 그렇거든, 하물며 거대한 우주만물의 창조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기 때문에 하도를 보면 북방의 1, 6수(水), 남방의 2, 7화(火), 동방의 3, 8목(木), 서방의 4, 9금(金), 중앙의 5, 10토(土)가 모두 갖추어져 있다.
또한 상, 중, 하에 걸쳐 2, 7화 - 5,10토 - 1, 6수가 벌어져 있고, 좌, 중, 우에 걸쳐 3, 8목 - 5, 10토 - 4, 9금으로 벌어져 있으니 이는 우주만물은 3계로 벌어져 있음을 나타낸다.
낙서에 10이 빠진 것은 낙서는 곧 무형적인 우주의 본체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10이 빠진 것은 1, 2, 3, 4, 5, 6, 7, 8, 9라는 유형적인 세계에 대한 상징을 주로 한다는 걸 암시한다.
따라서 낙서는 어쩔 수 없이 눈에 보이는 물질문명, 과학문명을 주도할 수밖에 없었다.
1에서 9에 이르는 수의 중심은 5다.
그러기 때문에 낙서의 중심에는 흰점 다섯 개가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은 곧 물질문명은 1, 3, 5, 7, 9로 상징되는 양(陽)의 문명이 선도(先導)한다는 이치를 보여준다.
둘째, 하도는 5행이 좌선(左旋)으로 상생을 하고, 낙서는 우선(右旋)으로 상극을 한다.
하도는 겨울(1, 6수)이 지나면 봄(3, 8목)이 오고, 그 뒤를 이어 여름(2, 7화)이 오며, 늦여름(5, 10토)을 지나면, 가을(4, 9금)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걸 보여준다.
이처럼 하도는 좌측에서 우측으로 좌선을 하는데 이를 가리켜 오행의 상생이라고 한다.
이에 비해 낙서는 반대로 우선을 하는데, 그것은 금(4, 9)과 화(2, 7)가 서로 자리를 맞바꾼 교역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도의 남방에 있어야 할 2, 7화가 서방으로 자리를 옮기고, 서방에 있어야 할 4, 9금이 남방으로 자리를 이동하였다.
이것 때문에 1, 6수는 오른 편의 2, 7화를 극(克)하고, 2, 7화는 그 오른편의 4, 9금을 극하며, 4, 9금은 다시 오른 편의 3, 8목을 극하고, 3, 8은 다시 중앙의 5, 10토를 극하며, 5, 10토는 밑(오른 편)의 1, 6수를 극하게 되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데, 만약 상극이 없다면 만물은 온전한 성숙을 할 수 없다.
예를 들면 4, 9금으로 상징되는 열매는 2, 7화로 상징되는 태양의 일조량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알찬 열매를 맺지 못한다.
또한 3, 8목은 낫이나 칼 같은 금(金)으로 다듬어지지 않으면 쓸만한 재목이 될 수 없다.
물이 비록 생명의 시원이라고 하여도 토의 상극이 없다면 제멋대로 흘러 범람하기 일쑤다.
토도 마찬가지여서 나무가 뿌리를 박지 못한다면 묵은 땅이 될 수밖에 없다. 불도 물의 기운으로 적당한 자극을 하지 않는다면 모든 걸 다 태우게 되고 만다.
따라서 낙서는 하도에 그려진 이상적인 설계를 구체화하기 위한 작업도라고 할 수 있다.
낙서가 하도와는 달리 복잡다단한 까닭은 이와 같이 변화하는 과정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낙서는 땅의 문명이다.
낙서의 숫자가 배열된 모양을 살펴보면,
4천 9인 2지
3인 5지 7천
8지 1천 6인
으로 되어 있는데, 유독 땅을 가리키는 2(地始) - 5(地中) - 8(地終)이 중심을 가르고 있다.
이처럼 낙서는 땅의 시, 중, 종이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곧 낙서는 지존문명(地尊文明)임을 입증해 준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지만, 자세한 것은 팔괘를 언급할 적에 다시 나올 것이므로 여기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