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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무경을 공부하는 요령 2

영부, 精山 2007. 3. 7. 09:39
 

3. 필수 암기 사항 : 천문 40자와 28성수

 

 현무경은 다른 경전과는 달리 철저하게 도수를 적용한다. 그러기 때문에 막연하게 상징적인 문구로 공부해서는 결코 그 의미를 알 수 없다.

 

 도수는 천지인신이라는 四物에 통하는 것이므로 하늘을 상징하는 10천간, 땅을 상징하는 12지지, 인간을 상징하는 8괘, 신을 상징하는 10수 등 천문 40자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언어도단과 불립문자의 경지는 아무 것도 공부하지 않고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은 천문 40자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흔히 명상가나 마음을 닦는 수도인들은 말하기를 ‘인위적인 인간의 지식은 많이 알수록 마음을 어둡게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간 인류가 쌓아온 학문들은 마음을 어둡게 하는 악마라는 말인가? 만일 인류 사회에 학문이나 지식이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문명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왔을까?

 

또한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야 한다’고 하는 주장을 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 인위적인 학문을 멀리해야 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도대체 자연과 동화하는 건 어떤 상태일까?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 차라리 인간을 제외한 광물, 동물, 식물들처럼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사람이 짐승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지혜와 지식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 인위적인 지식을 배제하려고 하고, 자연과의 동화를 주창(主唱)하는 사람들은 지혜가 아닌, 지식을 경계하려는 의도라고 짐작한다.

 

그러나 지혜와 지식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지혜가  태양과 같다면, 지식은 달과 같다.

 

 태양은 항상 스스로 빛을 내지만, 달은 태양의 볕을 반사한다. 세상에 지혜만 있고 지식이 없다면, 낮만 있고 밤이 없는 것과 같아서 생물들은 생존 자체가 위태롭다.

 

 지혜와 지식의 차이점을 약술(略述)한다면, 태양과 달을 비유로 하면 좋을 듯하다. 태양은 스스로 빛을 내지만 밤이 오면 달에게 그 자리를 내준다. 낮은 모든 것이 태양 볕에 드러나  밝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의 관심은 눈에 보이는 것으로 치우치게 마련이어서 물질위주로 흐르게 마련인데 이를 가리켜 물질문명이라고 한다.

 

반대로 밤이 오면 형상은 어두워서 비록 잘 보이지는 않지만 내면의 세계로 의식이 흐르게 마련이므로 정신문명이 발달하게 된다.

 

 속담에 이르기를 주경야독(晝耕夜讀)이라고 한 것은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어두운 밤을 비추는 것이 달인 것처럼, 인간의 어두운 마음이나 의식을 바로 잡아주는 것이 지식이다.

 

 지식은 공부나 학습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공부나 학습은 마음이나 의식이 아직 어두울 때에 행하는 것이다.

 

마음이나 의식이 태양처럼 항상 스스로 밝아지면 더 이상 공부나 학습을 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마치 낮에는 일터에 나가 일을 하는 것과 같다. 공부나 학습을 통해 쌓아진 지식은 사회를 밝게 하는 데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천지에는 항상 낮과 밤이 교차한다. 그것은 곧 인간이 비록 지혜를 얻었다고 하여도 항상 학습이나 공부를 통하여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걸 가리킨다.

 

지혜나 깨달음을 한 번에 순간적으로 터득하였다고 하여도 반드시 지식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천지가 인간에게 낮과 밤을 주어서 낮에는 모든 걸 보이게 하고, 밤에는 어둠에 싸이게 하는 까닭은, 형상을 통해 무형적인 정신을 알게 하고, 무형을 통해 유형적인 만물을 잘 다스리라는 뜻이 들어 있다.

 

 이처럼 지혜는 지식을 통해서 더욱 밝게 드러나며, 지식은 지혜를 더 밝게 해준다. 그러므로 현명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지혜와 지식을 겸전(兼全)하려고 하는 것이 마땅하다.


 천문 40자는 지식을 온전하게 하는 데에 있어서 필수적인 항목(項目)이다. 그러나 이것을 학습하는 데에도 요령이 있게 마련이다.

 

 무조건 외우는 것만이 능사(能事)는 아니다. 어느 면에서는 무조건 외우는 것이 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아까운 시간만 허비하는 것이 십중팔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