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육신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그릇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속에 담기는 내용물이 더 중요하다.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일생이 결정된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한다면 육신을 벗은 사후에도 그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현대인들은 각종 매스컴이나 인터넷에 중독이 된 상태여서, 잠시라도 그런 것들을 멀리하면 공허하게 마련이다.
노인네가 될수록 무서운 것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육신이 늙어가는 것도 무섭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의식의 공허함이다.
혼자 있어도 속에서 진리가 샘솟는 사람은 결코 외롭거나 권태감이 없지만, 그렇지 못하면 말벗이 없어지고, 친구나 아는 사람들이 죽어서 홀로 남는다는 것처럼 무서운 게 없다.
사람의 고향은 하늘이다. 하늘은 아무런 형상도 없다. 형상은 항상 변하는 것이기에 반드시 공허하게 마련이다.
성경 창세기의 첫 머리를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은 혼돈하고 공허하며 하나님의 신은 水面에 운행하시니라. - 창세기 1장 1절, 2절 |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다고 한 것은 질서가 잡히지 않았음을 가리킨다. 천지를 창조했을 때의 상황은 하늘이나 땅이나 모두 물로 충만했었다.
땅에만 물이 있는 게 아니라, 허공에도 물이 있는 것이 우주다. 다만 천지창조 시에는 그 물이 한데 합해서 천지가 구분이 안 되었던 것을 하늘의 물과 땅의 물로 나누어지면서 천지가 드러난다.
인간의 탄생을 보면 그것은 금방 알 수 있는데, 한 방울의 물에서 몸과 마음이 동시에 이루어지지만, 그것이 일정한 기간을 거쳐야 비로소 구체적인 人身으로 드러나는 현상과 같지 않은가?
하지만 자세히 살피면 물만 있던 것은 아니다. 성경에도 말하기를 하나님의 신이 수면에서 운행한다고 하면서 첫 번째로 ‘빛이 있으라!’고 하였다.
이 말은 물속에는 이미 빛이 있었다는 증거다. 빛은 불이다. 물과 불, 이 두 가지는 만물의 가장 기초적인 음양이다.
사람의 의식도 역시 물과 불을 기초로 하여 질서가 잡힌다. 이런 것이 제대로 정리가 안 되면 평생을 혼돈과 공허 속에서 지낼 수밖에 없다.
성경에서는 그런 상태를 가리켜 짐승이라고 하였다.
짐승은 머리를 땅으로 향하지만, 인간은 하늘로 향한다. 서종과는 인간이 머리를 하늘로 향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니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조차 없다.
오죽하면 후천 5만 년의 기틀이라고까지 표현을 하였으리오! 머리를 하늘로 향한다는 것은, 곧 한 얼로 향한다는 말이다.
한 얼은 우주령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만물은 본래 거대한 하나의 영과 육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마치 하나의 인체에 무수한 생각과 세포들이 있는 것처럼, 우주에는 무수한 생령과 생물들이 함께 한다.
머리를 하늘로 향하면 차가운 기운이 감도는데, 선천은 반대로 머리가 땅으로 향하였으니 머리가 열을 받았다.
머리가 열을 받으면 사람들은 신경이 예민해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마련이어서 병이 많게 된다.
또한 배는 땅으로 향해야만 따스한 법인데, 선천에서는 하늘로 향하였으니 오히려 배가 차가왔다.
배가 차가우면 배탈이 나게 마련이고, 온갖 질병들이 난무하게 마련이다. 두한족열(頭寒足熱)은 건강의 기본인데 이런 것이 선천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그렇게 된 근원적인 까닭은 우주가 낙서의 운기대로 흘렀기 때문이다. 의사들이나 건강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인체에서 일어나는 상황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실은 보다 기본적인 우주변화의 원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인체를 이루고 있는 세 가지의 보물(三寶라고 함)을 정기신(精氣神)이라고 한다. 정은 맑아야 하고, 신은 밝아야 한다.
맑은 것은 차가우며, 밝은 것은 열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정은 수기(水氣)를 근본으로 하며, 신은 화기(火氣)를 근본으로 한다.
정을 8괘로 말한다면 건괘가 되고, 신은 곤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나머지 손, 리, 태, 진, 감, 간은 기가 된다.
3남, 3녀이므로 6남매인데, 6기라고도 한다. 6기는 음양에서 나오는데, 순음을 가리켜 곤괘라고 하며, 순양을 가리켜 건괘라고 한다.
기가 정과 신 사이를 왕래하면서 승강운동을 하는 것처럼, 6기도 건곤 사이에서 변화한다.
건곤과 6남매를 합해서 8괘라고 하는 것처럼, 정신과 6기를 합하면 8상(象)이라고 하며, 이들이 운동하는 공간을 가리켜 8방(方)이라고 한다.
건은 상(간괘 : 간상련), 중(감괘 : 감중련), 하(진괘 : 진하련)의 3변을 한다. 곤도 상(태괘 : 태상절), 중(리괘 : 리허중), 하(손괘 : 손하절)의 변화를 한다. 건을 가리켜 정이라고도 하지만, 현무경에서는 심(心)이라고 하였다.
곤을 가리켜 신이라고도 하지만, 현무경에서는 영(靈)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정과 신 사이에서 왕래, 승강의 변화를 하는 6기는 현무경에서는 무어라고 할까?
그것은 신(神)이다. 이른바, 심령신대는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이런 것은 심령신대를 언급할 적에 상술하기로 하겠고, 여기서는 다만 8괘가 모든 만물의 체이므로 현무경 첫 머리에 인간의 머리에는 반드시 8괘의 이치를 알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익자삼우 손자삼우’ 여덟 자로 시작하였음을 상기시키도록 하겠다.
하늘을 가리키는 머리가 8자로 시작하였다면, 땅을 가리키는 배는 ‘기서재동’ 넉 자이고, 인간을 가리키는 사지는 ‘언청신계용’ 다섯 자다.
인간은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존재이므로 땅과 인간을 합한 9자는 9궁을 가리킨다.
이처럼 서종과는 8괘와 9궁이 합한 17자로 시작하였다. 8과 9를 합하면 17이지만, 곱하면 72가 되어 둔갑수가 된다. 현무경은 이처럼 만물의 기본은 8괘와 9궁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선포하고 있는데, 천지공사를 단행하면서 개벽주는 ‘주역은 개벽 시에 사용한다’고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주역은 8괘와 9궁이다. 머리를 하늘로 향하는 까닭은 이와 같은 이치를 알게 하려는 조물주의 배려다.
머리를 하늘로 향한다는 것은 결국 8괘를 깨닫는 일임을 현무경은 첫 장부터 일러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하기를 ‘8괘는 주역 같은 어려운 학문을 알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앞에서 알아 본 것처럼 8괘는 음양의 변화상을 나타낸 것이다. 음양을 아는 일이 어찌 주역에서만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인생 자체가 음양이 아니던가? 다만 그걸 너무 어렵게만 여긴 나머지 아예 공부할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