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 낙서에서는 한 시간을 120분으로 계산하다보니 오전에 6시간, 오후에 6시간 등, 하루에 12시간으로 구분을 하였다.
이처럼 6을 기본으로 하게 된 것은 선천은 건이 곤을 용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천에서는 곤이 건을 용사하게 되므로 오전 9궁, 오후 9궁 도합 18궁, 18도수를 용사한다.
그러므로 선천 낙서에서는 9궁이란 말조차 성립할 수 없었다.
시간의 시(時)란 용어는 지구가 태양을 모시고 돌아가는 자연의 질서를 가리키는 것인데, 그것은 아직 인존시대가 오기 전에 사용하던 것이고, 인존시대에는 인간의 의식과 마음속에 직접 천주님을 모시고 살아가는 시(侍)천주이므로 용어도 시간이 아니라, 궁(宮)으로 바뀌어야 한다.
따라서 하루는 12시간이 아니라, 18궁으로 살아간다. 만약 12시간으로 계속 사용하는 한, 인간의 존엄성을 찾지 못하고 견성(見性)을 하지 못한 증거이므로 성리(性理)가 밝아지는 건 불가능하다.
말로만 인간이 존엄하다고 해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이 실질적으로 인간이 천지를 의식 속에서 밝게 운행할 때에 비로소 인간다운 인간의 존엄성이 확립된다.
선천에 있었던 성리학은 이런 이치와는 거리가 먼 채, 지극히 인륜에 얽매인 사단칠정론이나 이기론으로 세월을 보냈지만, 이제 현무경을 통하여 완벽한 성리학을 이목구비에서 대전(大全)할 수 있게 되었으니 복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8괘와 9궁에 대한 것을 간략하게나마 짚고 넘어가면 다음과 같다.
하도를 풀이한 복희 8괘도는 만물의 형상을 하늘을 기준으로 삼아 나타낸 것이다.
복희도의 남방에는 1건천이 있으니, 그것은 하늘은 위에 있고, 남방의 형상은 밝기 때문이다.
북방에는 8곤지가 있으니 땅은 밑에 있고, 북방은 어둡기 때문이다. 만약 땅을 기준으로 삼았다면 정반대로 곤지가 위에 있고, 건천은 밑에 있어야 한다.
실제로 그렇게 본 것이 용담도다. 용담도의 남방에는 2곤지가 자리를 잡고, 북방에는 10건천이 자리를 잡았다.
그뿐이 아니라, 복희도의 하늘에 있던 천지사상(天之四象) 건, 태, 이, 진은 용담도에서는 지지사상이 있던 곳으로 몽땅 자리를 바꾸고, 땅에 있던 지지사상(地之四象) 손, 감, 간, 곤이 용담도에서는 오히려 천지사상이 있던 하늘로 자리를 이동하였으니, 이야말로 천지가 뒤집어진 개벽이다.
다만, 뒤집히는 과정에서 복희도에 함께 붙어 있던 태양 건천과 태음 태택, 소양 이화와 소음 진뢰도 자리를 건너서 땅으로 옮겼으며, 소강(少剛) 손풍과 소유(少柔) 감수도 역시 용담도의 하늘에서 서로 자리를 건너 뛴 상태로 이동하고, 태강(太剛) 간산과 태유(太柔)도 역시 용담도의 하늘에서 자리를 건너뛰어 자리를 잡았다는 점이 다르다.
이렇게 된 것은 단순하게 천지만 뒤바뀌어서는 온전한 개벽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 천지 뿐 아니라 음양도 서로 자리를 교환하여 음이 양으로, 양이 음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복희도와 용담도는 정반대의 입장에서 만물을 바라 본 것이라고 한다면, 문왕도는 그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다. 복희도가 시작을 가리킨다면 용담도는 완성을 가리키고, 문왕도는 그 중간 과정이다.
그러기 때문에 문왕도를 보면 하늘의 사상 중에서 건괘와 태괘가 땅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머지 이괘와 진괘는 그대로 하늘에 남아 있으며, 땅의 사상도 역시 곤괘와 감괘가 땅에 남아 있을 뿐, 나머지 손괘와 간괘는 하늘로 이동했다.
이처럼 천지가 서로 절반으로 나뉘어 자리를 이동한 것만 보아도 문왕도는 천
지개벽의 과정을 가리키는 것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