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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청신계용 - 2

영부, 精山 2007. 4. 10. 08:03
 

 따라서 천지만물을 통하면 얼마든지 하나님의 형상을 볼 수 있으며, 그것은 곧 인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상태가 되면 인간의 중심에는 신이 있어서 모든 것을 계산하고 판단한다. 같은 가마에서 구워진 그릇이라고 하여도 신전에서 성수를 담으면 성기(聖器)가 되지만, 개밥을 담으면 개밥그릇이 된다.

 

사람의 형체와 구조는 같지만 그 안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하늘 사람이 되기도 하고, 땅의 사람이 되기도 한다. 언청계용하는 이목구비 속에서 신이 주인이 된다면 사람이 곧 신이다. 이를 가리켜 시천주(侍天主)라고 한다.

 

 기서재동은 속에 중심이 없었지만, 언청신계용은 신이라는 중심이 있다. 이런 현상은 ‘익자삼우 손자삼우’라는 여덟 글자도 역시 짝수이기 때문에 중심이 서지 않았다는 점과 상통한다.

 

그것은 곧 천지가 비록 만물의 기본이라고는 하지만 인간이 없으면 중심이 서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따라서 천지의 성공은 곧 인간이 중심을 잡을 때에 가능한 일임을 알 수 있다. 기서재동은 언청신계용으로 더불어 아홉 글자이니, 이는 곧 9궁을 가리킨다.

 

성경에서는 위에서 기록한 것처럼 인간의 형상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다고 하였으나,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여천지합기덕(與天地合其德)한 인간을 도덕군자요, 성인이라고 하였다.

 

그 표현은 다르지만, 그 지향하는 것은 같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언청신계용된 상태의 인간을 가리킨다.

 

천지와 더불어 덕을 같이 하려면 불가불 여일월합기명(與日月合其明)해야 하는데, 그것은 천지사상강유에 능통해야 한다.

 

여천지합기덕은 사실 건곤의 합을 가리키는데, 복희도의 건 자리로 용담의 곤이 합하고, 복희도의 곤자리로 용담의 건이 합하는 의미를 아는 것이 바로 여천지합기덕이라고 한다.

 

 복희도의 곤자리는 문왕도의 임자가 들어가고, 그 자리로 용담도에서는 계사가 들어가 새로운 후천의 덕을 열고 있으니 여천지합기덕이다.

 

여일월합기명도 마찬가지 이치인데, 일월은 리괘와 감괘를 가리킨다. 문왕도의 1감수 자리에는 용담도의 10건천이 들어가 11귀체를 이루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여일월합기명이다.

 

여사시합기길흉(與四時合其吉凶)은 춘하추동과 더불어 길흉을 함께 한다는 말인데, 이때의 사시는 봄을 가리키는 간괘와 가을을 가리키는 태괘, 여름을 가리키는 손괘와 겨울을 가리키는 진괘라고 할 수 있다.

 

간괘는 申12월이 되어 손괘가 있는 酉正月과 두미합(頭尾合)으로 길흉의 시종을 알리고, 진괘는 후반기의 첫 머리인 卯7월과 전반기의 마지막인 태괘의 寅6월로 또한 두미합이 되어 길흉을 일러준다.


 이처럼 서종과는 현무경의 첫 머리가 되어 모든 기강을 바로 잡는 단서가 되고 있으니, 익자삼우는 성(誠)이요, 기서재동은 경(敬)이며, 언청신계용은 례(禮)가 된다. 또한 익자삼우는 허령부를, 기서재동은 지각부를, 언청신계용은 신명부를 각기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