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 만물이 응하면 땅에서 화함
우화물지주 (雨化物之走) 풍화물지비 (風化物之飛) 로화물지초 (露化物之草) 뇌화물지목 (雷化物之木) 만물지소이응어지지화야 (萬物之所以應於地之化也)
: 비는 땅에서 만물을 달리게 하고, 바람은 만물을 날게 하며, 이슬은 만물에서 풀이 되고,
: 주비초목은 지상에 있는 짐승과 초목을 가리킨다.
주는 들짐승을 가리키고, 비는 날개 달린 새 종류를 가리킨다.
곤괘와 간괘는 다 같이 사상 중의 태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짐승을 상징하고, 손괘와 감괘도 역시 같은 소양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초목을 상징한다.
짐승과 초목은 지상을 터로 하여 살아가는 생물이다.
그러나 짐승은 여러 곳으로 이동하면서 활동하는 동적인 반면, 초목은 한 곳에 뿌리를 박고 움직이지 못하는 정적인 면이 다르다.
비는 모든 만물을 적시어 생기가 돌게 하는데, 이런 속성을 이어 받아 탄생한 것이 바로 땅에서 활동하는 동물이다.
곤괘의 성질은 순음이 모여 태유하므로 비교적 중탁(重濁)하기 때문에 위로 날아오르는 성질보다는 밑으로 갈아 앉는 성질이 강하다.
이에 비해 간괘는 지극히 맑은 양기가 강한 태강이므로 위로 솟으려는 속성이 강하다.
그러기에 날개가 달리게 되고,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다.
초목은 짐승보다는 비교적 음기가 적은 편이므로 소강과 소유라고 하였다.
날짐승이 태강한 속성이 있어 비록 하늘을 난다고 하여도 초목에 비한다면 아무래도 탁한 기운이 많다.
초목이 우거진 숲에 들어가면 청정한 공기를 느끼는 것은 이런 사실을 입증한다.
이슬은 풀에 맺히고, 우레는 마치 나무가 크는 것처럼 강한 생장력을 자랑한다. 그러기 때문에 손괘를 가리켜 오행으로 목(木)이라고도 한다.
⑨ 서한주야와 성정형체
서변주비초목지성(暑變走飛草木之性) 한변주비초목지정(寒變走飛草木之情) 주변주비초목지형(晝變走飛草木之形)하고 야변주비초목지체(夜變走飛草木之體)라
: 더위는 주비초목의 소리로 변하고, 추위는 주비초목의 정(情)으로 변하며, 낮은 주비초목의 형상으로 변하고, 밤은 주비초목의 체로 변한다.
: 땅에서 응하여 이루어진 주비초목은 반드시 하늘의 기운과 맞물려 돌아간다.
하늘의 태양에서 뿜어져 나온 서기(暑氣)는 주비초목의 성(性)이 되고, 달의 한기(寒氣)는 주비초목의 정(情)으로 되며, 낮의 기운은 주비초목의 형(形)이 되고, 밤은 주비초목의 체(體)가 된다.
성정(性情)이나 형체(形體)라는 용어는 하늘의 사상인 건태이진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주비초목과 성정형체! 이 두 가지를 놓고 보면 주비초목은 형이하적인 면을 가리키고, 성정형체는 보다 형이상적인 면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주비초목으로 상징되는 땅의 생물들에는 반드시 성정도 있고, 형체도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성정은 땅의 생물인 주비초목에 들어 있는 태양과 달의 기운인 한서(寒暑)에서 비롯된 것이요, 형체는 별들의 영향으로 생긴 주야(晝夜)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성정은 태양과 달의 영향으로 말미암고, 형체는 성신의 영향으로 말미암는다는 사실은 무얼 의미할까?
사람은 누구나 성정형체가 있다.
사람마다 지닌 고유한 성정이 있고, 형체도 제각기 다르게 마련이다.
그렇게 된 원인을 찾으라고 한다면 거의 ‘유전(遺傳)이나 환경적인 요인(要因)’을 거론한다.
그러나 유전과 환경적인 요인의 바탕에는 일월성신이 있음을 알고 있는 이는 매우 드물다.
성정은 일월의 영향, 즉 태양과 태음의 영향에서 나온 것이요, 형체는 성신의 영향, 즉 소양과 소음의 영향에서 나왔다. 태양은 서기(暑氣)를 발산하고, 서기는 만물의 성(性)으로 변한다고 하였으니 주비초목의 성을 이루는 건 당연하다.
성은 본래 따스한 것이므로 사랑이나 자비, 인 등은 사람을 따스하게 하며, 육체적으로도 성적인 능력이 강하면 뜨거운 정력을 발산한다.
이에 비해 달은 한기를 발산하여 만물의 정(情)으로 변한다고 하였으니 주비초목의 정을 이룬다.
정은 본래 차갑고 맑은 것이므로 사람의 성질을 차분하게 하며, 육적으로도 정을 단단하게 한다.
성(星)은 태양을 닮은 소양이므로 갖가지 동적인 만물의 형(形)을 이루고, 신(辰)은 달을 닮은 소음이므로 정적인 만물의 체를 이룬다.
그러므로 따스해야 사람의 성이 편안해지고, 차가울 적에 사람의 정이 단단해지며, 낮에 만물의 형상이 드러나고, 밤에 만물의 체가 견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