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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유 정월 일일 사시

영부, 精山 2007. 5. 1. 08:11
 

기유정월일일사시

 

 

 현무경의 정종과는 ‘기유정월일일사시‘로부터 시작한다.

 舒宗課가 모든 기강을 풀어나가는 실마리라면 正宗課는 그것을 바로 잡는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기유정월일일사시‘라는 여덟 글자로 시작을 하였으니, 그것은 연월일시라는 팔자(八字)를 바로 하는 것이 正宗이라는 뜻이다.

서종과는 팔괘로 머리를 들고, 정종과는 팔자로 머리를 들었다.

 

 팔자는 흔히 사주팔자라고 하는 것으로서 예로부터 결혼이나 택일(擇日) 등의 척도(尺度)로 삼았다.

팔자가 좋아야 한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것이 좋은 팔자일까? 아마 오행이 조화하고, 용신(用神)이 대운과 세운을 따라 순조롭게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주팔자는 어디까지나 인생에 국한된 것이다.

세상에는 인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비초목도 있고, 비록 눈에는 안 보이지만 무수한 신명들도 함께 한다.

이것을 천지인물(혹은 천지인신) 사물(四物)이라고 한다. 사물이 한 덩이가 된 상태를 사물탕(四物湯)이라고 한다.

하루는 한 술객(術客)이 이르거늘 개벽주가 허령부(虛靈符)를 그려 보이시며 가라사대 이제 동양이 서양으로 떠 넘어가는데 공부하는 자들이 이 일을 바로 잡으려는 자가 없으니 어찌 한심(寒心)치 아니하리오 그대는 부질없이 떠돌지 말고 나와 함께 이 일을 공부 들임이 어떠하뇨 그 술객이 놀래어 가로대 나는 그 능력이 없나이다 개벽주 그 무능함을 꾸짖어 쫓으니라. - 대순전경 3장 97절


 남의 사주팔자를 아무리 잘 보고, 명당자리를 잘 본다고 하여도 사물탕을 먹지 않고서는 그냥 술객에 지나지 않는다.

 

사물탕은 곧 匡濟蒼生, 布德天下의 묘약이다.

 선천에는 衆生濟度를 하였지만 후천에는 광제창생과 포덕천하를 한다.

중생제도는 불쌍한 사람을 건져주는 것이요, 광제창생은 온갖 사물의 기강을 바로 잡는 일이다.

 

세상에 기강이 없는 것은 바른 깨달음이 없기 때문인데, 그것은 곧 물질관에 사로잡힌 인간의 의식 때문이다. 그것을 가리켜 서양의 문물이라고 한다.

서양의 문물로부터 동양을 지켜내지 못하면 무도(無道)한 세상을 벗어나지 못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것은 동방에 있던 자축인묘진사가 서방으로 이동하고, 서방에 있던 오미신유술해가 동방으로 이동하는 것을 가리킨다.

子가 未자리로 이동을 하여 侍天主를 이루고, 午가 丑으로 이동을 하여 太乙主를 이루어야 한다는 걸 가리킨다.

 

이것은 수운선생이 경신년(서기 1860년) 4월 5일 하느님으로부터 영부(靈符)를 받을 때에 ‘西學이 아니라 東學으로 할 것’을 약속했다는 사실로서도 입증이 된다.

 

즉 동양의 정신문명으로 서양의 물질문명이 밀물 듯 들어오고, 서양의 물질문명으로 동양의 정신문명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동서양이 교류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십중팔구 얼이 빠진 정신문명으로는 정신과 물질의 조화를 이룰 수가 없으니, 결국 동양이나 서양이나 다 같이 공멸(共滅)할 수밖에 없다.

 

즉 동서남북이 개벽된  상태에서의 사주를 사용해야 하는데도, 선천의 사주에만 매달려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술객을 개벽주는 책망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