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천지의 운행이 어떻게 세상의 질병을 유발하는 지에 관한 걸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천지는 모든 생물의 살아가는 기본적인 터전입니다.
하늘은 텅 빈 허공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없는 것이 없습니다.
땅은 모든 물질을 담고 있는 밭이라고 합니다.
그러기에 하늘은 인체에서 머리에 해당한다고 한 것이며, 땅은 배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주역에서도 건괘를 하늘이라 하며, 곤괘를 땅이라 하였습니다.
머리가 움직이고 배가 활동하는 것을 보면 천지도 살아서 움직이는 게 분명합니다.
땅이 공전과 자전을 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하늘이 움직인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하늘은 텅 빈 허공이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하늘도 엄연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天回地轉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하늘은 왼쪽에서 오른 쪽으로 돌고, 땅은 오른 쪽에서 왼쪽으로 돌고 있습니다.
이것을 하늘은 좌선하고, 땅은 우선한다고 합니다.
하늘이 좌선을 하는 걸 잘 보여주는 것은 하도의 숫자 중에서 양수(홀수)가 좌선을 하는 것이고, 땅이 우선을 하는 걸 잘 보여주는 것도 하도의 음수(짝수)가 우선을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천지의 운행을 잘 보여주는 것이 하도인데, 천지는 왜 이처럼 돌아야 하는 걸까요?
그것은 왜 인간은 움직여야 하느냐 하는 것과 같은 질문입니다.
그 이유는 천지는 음양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음양이 똑 같은 힘으로 균형을 이룬다면 사실 아무런 움직임도 없게 됩니다.
팽이를 돌릴 적에 음양의 힘이 완벽하게 균형을 맞춘다면 한 군데에 멈추어서서 마치 움직임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약간의 편차라도 생기면 금방 눈에 띄게 움직임이 나타납니다.
팽이가 서 있는 것처럼 완벽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팽이 속에 들어 있는 음과 양의 편차가 거의 없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음과 양이 하나 되는 속도가 느려질 수록 기울기의 편차도 심해집니다.
그 속도가 점차 느려지다가 나중에는 결국 쓰러지고 맙니다.
음양의 편차가 생기는 것을 질병이라고 하며 쓰러지는 걸 죽음이라 합니다.
음양은 누가 만든 것이 아니라, 본래 부터 모든 사물 속에 들어 있습니다.
음양이 없다면 음과 양의 부딪침이 없고, 부딪침이 없으면 열도 없고, 소리도 없게 됩니다.
열을 가리켜 빛이나 색이라 하며, 소리를 가리켜 율려라 합니다.
따라서 빛이나 율려가 있다는 것은 곧 음양의 조화를 의미합니다.
음이 모자라면 얼른 양이 채워주고, 양이 모자라면 얼른 음이 채워주어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천지는 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여서 무언가 어느 한 쪽이 모자란 듯 보이면 얼른 채워주어야 합니다.
어느 한 쪽이 부족한 걸 알아차리는 것을 가리켜 깨달음이라 하고, 그걸 채워주는 것을 가리켜 덕을 베푼다고 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늙고 병드는 까닭도 이런 깨달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체를 보면 거의가 한 쪽으로 약간씩 틀어져 있습니다.
골격이 틀어지기도 하고, 근육이 뒤틀려 있기도 하는데, 그것은 결국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습니다.
한 쪽으로 쏠리면 병이 생깁니다.
천지도 그간 陽쪽으로 모든 기운이 쏠려 있었기 때문에 陰이 허하여 각종 질병이 생겼던 것입니다.
그것을 증거하는 것이 바로 윤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