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간은 중심이 5무와 10기 둘인데, 지지는 왜 진술축미의 네 개로 되어 있느냐는 질문을 하였더니, 택현님이 재미있는 답을 주셨군요.
원동기의 비유를 들면서 중심에는 수직운동이 일어나지만, 변방에서는 행정력이 일어나서 4개의 사이클이 된다고 답을 하셨네요.
그러면서 원은 사방으로 펼쳐지지만 구는 土라고 하는 수직의 운동축이 생긴다고 하셨네요.
이른바 수직운동과 수평운동을 말씀 하시려고 한 것 같군요.
그러면 이런 질문에는 어떻게 답을 주실 건가요?
"土를 상하 수직운동이라고 하면 사방 수평운동에 土가 없다는 말인지? 있으면 서로 어떻게 다른 건지요?"
상하의 수직과 사방의 수평과 다르다고는 할 수 없을 듯 하네요.
왜냐하면 상하의 입장에서 보니까 그렇지, 상하를 만약 옆으로 뉘어 놓고 보면 그게 곧 수평이나 다름이 없는 건 아닌가요?
즉 서서볼 때와 누워서 볼 때의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게 아닌가요?
원과 구(球)는 분명 다르지만, 사실 원이 음양으로 나누어진 것이 구라고 한다면, 수직과 수평은 본래 같다고 봅니다.
천체의 움직임도 그와 같아서 현무경 巳符에서는 천문은 우종우형(于縱于衡)이라고 기록을 했습니다.
태양은 우형을 하고, 태음은 우종을 한다는 말이지요.
그걸 다른 말로 하면 경도와 위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한다면 수직운동에도 수평운동을 병행하고 있으며, 수평운동에도 수직운동이 병행하고 있다는 말이지요.
왜냐하면 모든 사물은 직선과 곡선이 함께 하며, 음과 양이 함께 하는 것이 철칙이거든요.
겉으로 보기에는 수직으로만 움직이는 듯 하여도, 실은 수평으로도 움직인다고 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시각의 차이가 있는데, 그것은 천간과 지지에 대한 인식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불변하는 것은 천간이요, 변하는 것은 지지로 나타난다는 걸 간과하신 듯 하네요.
불변하는 것은 공간(장소)이며, 그 속에서 움직이는 물체들의 현상이 곧 시간으로 나타납니다.
공간 속에서는 아무런 형상도 없고 변화도 없기 때문에 시공도 있을 수 없지요.
그런 공간을 가리켜서 5방이라고 부릅니다.
중심만 공간이 아니라 4방도 공간이라는 걸 역학을 한다는 사람들도 꿰뚫어보지 못하고 있더군요.
이말은 곧 중심 뿐 아니라, 모든 사방은 사실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걸 의미하지요.
그런데, 왜 사계절이 생기고, 하루에도 무수한 변동이 생길까요?
그것은 공간이 변한 것이 아니라, 공간을 통해서 드러난 시간의 현상이라고 봐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물체의 움직임이나 변동은 공간 속에 있는 음양이 각기 3변을 하면서 빚어낸다는 사실입니다.
이걸 가리켜 3음, 3양이라고 하는데 이를 합하면 6기가 됩니다.
6기에도 각기 음양이 있으니 이것이 곧 12지지로 나타난 겁니다.
그러니까 12지지는 음양의 움직임을 상징합니다.
이에 반해서 10천간은 공간 즉, 5방 속에 있는 음양을 가리킵니다.
5방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물체를 담고 있는 그릇이지요.
따라서 10천간은 불변하는 상징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6은 음양의 움직임 즉 3음 + 3양이라고 하면 될 것이고, 5는 음양의 합을 가리킨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1 + 4 = 5
2 + 3 = 5
는 이와 같은 의미를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심에서건, 변두리에서건 '움직인다' 혹은 '운동 한다'고 하는 것은 천간이 아니라, 이미 지지의 입장에서 본 견해입니다.
상하수직운동을 한다고 하는 것도 지지의 입장에서 본 것이지, 결코 천간의 입장은 아닙니다.
4방이건, 5방이건 방위는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
변하는 것은 다만 그 속에 있는 물체, 즉 천체들이지요.
그러므로 천지개벽도 천간은 그대로 있고, 다만 12지지만 바뀌게 되는 법이지요.
택현님이 말씀하신 중심이나 변방이라는 것은 천간의 입장에서 본 것이 아니라, 지지의 입장에서 본 것입니다.
따라서 천간의 중심이 왜 두 개이고, 지지에서는 네 개가 되었는 지에 대한 답이 나온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 했다고 할 수 있죠.
다시 한 번 질문을 드립니다.
왜 천간은 중심이 두개이고, 지지는 네 개로 되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