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丙)은 상양하음(上陽下陰)의 상태(狀態)로 내음외양(內陰外陽)의 상(象)이므로 불꽃 병(炳)과 같아서 병이라고 하였습니다.
불꽃은 양기(陽氣)는 위에 있고 음기(陰氣)는 아래에 있는 상이니 만물(萬物)이 확연(確然)히 나타남이며, 즉 내음외양(內陰外陽)의 상(象)입니다.
이걸 가리켜 양화(陽火)라고 합니다.
<丙言萬物炳然着見 : 병(丙)은 만물(萬物)을 환하고 밝게 출현(出現)시켜주는 것이다>
정(丁)은 '장정 정'이라고 합니다.
장정은 알다시피 힘이 강합니다.
힘이 강하다면 당연히 양이라고 해야 할 텐데 연약한 음을 장정이라고 한 것은 좀 납득하기 어렵지요?
음이 강하기 때문에 정이라고 한 것이라기 보다는 음화(陰火)인 정을 통해 만물이 단단해지기 때문이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겁니다.
<丁言萬物壯實之形成丁 :丁은 만물(萬物)을 장실(壯實)하게 하여 성물(成物)해 준다.>
즉, 병은 만물의 형체를 환하게 나타나게 한다면, 정은 내실을 다져 단단한 모습을 띠게 한다고 보면 틀림이 없습니다.
이런 성질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하도의 2, 7火입니다.
2는 검은 점 두개가 되어 밑에 위치하고, 7은 흰점 일곱 개가 되어 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것은 앞에서 말한 상양하음(上陽下陰) 내음외양(內陰外陽)의 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불이란 것이 겉으로 보면 뜨겁고 밝은 듯 하여도, 속을 보면 텅 비어 있으며, 탁하기가 이를 데 없어 전혀 앞을 볼 수 없습니다.
물은 반대로 겉은 차갑고 어두운 듯 하지만, 속에서는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하지요.
이처럼 불과 물은 서로 정반대의 성질과 기능을 지녔습니다.
이걸 보통 상극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겉만 보고 하는 소리일 뿐, 실상은 서로 모자란 걸 보완해주며, 완성을 향하는 훌륭한 동반자입니다.
물과 불을 상극으로 보고, 목과 금을 상극으로 보며, 토와 수를 상극으로 보는 선천의 사고방식은 이처럼 사물을 겉에서 본 이치입니다.
따라서 제대로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려는 사람이라면 선천의 학문에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합니다.
2는 내면에 있고, 7은 외면에 있는 것이 하도의 모습이라고 하였는데, 2는 음이요, 7은 양입니다.
불이 겉으로는 뜨겁고 밝은 기운이 강한데 그걸 가리키는 숫자가 바로 7이요, 그 내면은 허하면서 탁하고 어두운데, 그걸 가리키는 숫자가 2입니다.
2는 본래 태극에 들어 있던 음과 양이 갈라진 상태를 말합니다.
갈라지기 때문에 허한 것이며, 비록 분량이 둘로 나누어져서 색은 더 많다고 하겠지만, 그 본질은 약해지게 마련이어서 탁해지게 되어 있습니다.
텅 빈 공간에 무언가 자꾸 형상이 많아지는 상태를 탁하다고 하지 않던가요?
바로 그것이 2의 성질입니다.
그러니까 2는 물질 속에 들어 있는 음과 양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 주는 기능이 있다고 해야 겠군요.
물질의 음양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걸 가리켜 성물(成物)이라고 합니다.
앞에서 성물하는 기능을 가리켜 丁이라고 하였으니, 정은 비록 음이지만 음의 본래 속성인 모성(母性)을 발휘하여 모든 사물의 형체를 구체적으로 단단하게 역할을 합니다.
丙은 밝은 태양 볕을 가리키고, 丁은 그로 인해 만물을 성숙하게 하는 힘을 가리킵니다.
이런 이치를 볼 수 있다면, 천간에 丙이 들어가는 해와 금년처럼 丁이 들어가는 해의 근본적인 차이점이 눈에 보일 겁니다.
그러나 아직 천간만 가지고 운운하는 건 말도 안 되지요.
왜냐하면 지지가 해마다 달라지기 때문이거든요.
12지지에 관한 걸 파악하고 나면 당해년의 의미와 운기, 운세 등이 어느 정도는 명료하게 보이게 마련이지요.
물론 대갑자, 중갑자, 소갑자 등에도 눈을 떠야 한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