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戊)는 양토(陽土)이므로 화기가 섞인 흙입니다. 이에 비해서 기(己)는 수기가 섞인 흙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무는 양의 성질대로 만물(萬物)의 출생(出生)이나 극벌(克伐)을 주도합니다. 따라서 무토(戊土)는 높은 곳의 대지에 해당하고, 건조(乾燥)하며, 만물을 무성(茂盛)하게 하는 속성이 강합니다. 무(戊)는 무(茂)와 상통합니다.
<무언만물지무성(戊言萬物之茂盛)이라.>
이에 반해서 기(己)는 낮은 곳의 흙을 가리키며, 음의 속성대로 무와는 달리 만물의 기강을 튼실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습토에는 수기(水氣)가 섞여 있으니, 이는 곧 수기가 일어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己)는 기(起)와 통하며, 잊혀 지지 않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기(記)와도 상통한다고 할 수 있고, 만물의 벼리를 뜻한다고 해서 기(紀)라고도 봅니다.
<기언물유형(己言物有形)이면 가기식야(可紀識也)라.>
만물(萬物)이 형체(形體)를 갖추게 되면 비로소 만물을 기록하여 식별(識別)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무는 만물이 무성하게 자라는 양적인 상태를 상징하며, 기는 만물로 하여금 개성을 또렷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식별하는 음적인 상태를 상징합니다. 즉 흙속의 화기를 무, 수기를 기라고 보면 큰 잘못은 없을 겁니다.
土를 시간적인 측면에서 살핀다면 각 계절 중에서 18일씩 도합 72일을 가리키는 것인데, 이를 공간적인 측면으로 말한다면 동서남북의 사방에 들어 있는 기본바탕 도수인 72도를 나타낸 것이라고 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각기 90일씩이지만 각 계절마다 18일은 토에 해당하고, 이를 다시세분하면 1개월에 4.5일씩이 토에 해당하는 셈이므로 황극력에서는 4.5일을 일자(一字)라고 합니다. 하루는 오전 9궁, 오후 9궁 합 18궁인데, 그것이 4.5일을 가면 81궁이 되기 때문에 결국 一字는 81궁입니다. 9字가 되면 729궁, 40.5일이 되는군요. 이걸 가리켜 일천(一天)이라고 하며, 일천이 9개 모인 九天, 364.5일, 6561궁을 가리켜 황극력의 1년이라고 합니다. 하도의 중심에 있던 15도수가 십일조의 원리에 입각해 1.5일로 존공(尊空)이 되어 도합 366일로 되는 것이 후천의 역법입니다. 이처럼 土에는 후천의 평등세상을 이루는 기본 바탕수가 애초부터 들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될 것입니다.
하도에서는 중심에 흰점 5와 검은 점 10이 있는데, 백점 5를 무라 하고, 흑점 10을 기라고 합니다. 5라는 숫자는 생수 1을 성수 6으로, 생수 2를 성수 7로, 생수 3을 성수 8로, 생수 4를 성수 9로 바꾸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또한 양수 1을 음수 6으로, 음수 2를 양수 7로, 양수 3을 음수 8로, 음수 4를 양수 9로 바꾸어 주기도 합니다. 이처럼 양토 5는 음에서 양으로, 생에서 성으로 사물을 변하게 하는 작용을 합니다. 이에 반해 음토 10은 사물의 형태나 속성을 그대로 유지하게 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1, 2, 3 등 각종 수에 0(10)을 아무리 더하거나 빼주어도 그 수는 그대로 나타납니다. 이런 이치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무는 만물이 무성하게 자라는 양적인 상태를 상징하며, 기는 만물로 하여금 개성을 또렷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식별하는 음적인 상태를 상징한다는 사실을 명료하게 일러주고 있습니다.
* 6,561궁에 대한 걸 많이 궁구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