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부인을 가리켜 '임자'라고 하지요.
부인이 남편을 가리킬 때에 쓰는 말이 아니라, 남편이 부인을 가리킬 때에 쓰는 말입니다.
부인은 여성이므로 물이요, 남편은 불에 해당하므로 임자라는 용어는 여성에게만 붙여야 합니다.
오늘은 임자가 상징하는 여러가지 경우를 살피기로 하겠습니다.
택현님이 '임자'라고 하니까 '흑임자'가 생각난다고 하셨는데, 黑荏子는 검은깨를 가리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는지 모르겠군요.
검은깨는 신장에 좋은 식품이니까 임자와 상통하고도 남음이 있지요.
대체로 검은 색은 천간의 임이나 계를 상징한다고 보면 과히 틀리지 않을 겁니다.
검다는 것은 아직 빛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이므로 1양이 물 속에서 나타나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같은 기름이라도 붉은 색이 감도는 것들은 대개 신을 밝게 하지만, 검은 색이 감도는 것들은 정을 튼실하게 해줍니다.
임자를 24절기에 비유한다면 아마 동지라고 해야 할 겁니다.
동지는 1양이 시생하는 계절이기 때문이지요.
동지를 1년의 시작으로 보는 경우가 있는 가 하면, 입춘으로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지를 시작으로 보는 것은 1양이 비롯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은 경우이고, 입춘을 시작으로 보는 것은 2양이 비롯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은 경우입니다. 그렇다면 3양을 기준으로 볼 적에는 입하(入夏)라고 해야겠죠.
1양은 임자요, 2양은 갑인이며, 3양은 병진이라고 하면 될 겁니다.
동지에서 비록 1양이 시생하였다고는 하여도 아직 그 세력이 미미하므로 형체를 분간할 정도로 밝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임자의 속성이 강한 사람은 그 성격이 여리게 마련이며, 의심이 많습니다.
그걸 제대로 상징하는 짐승이 바로 쥐입니다.
어두운 가운 데에서 홀로 먼저 눈을 떴으니 그만큼 바지런하지만, 주위에 믿을 만한 동지가 없으니 모든 걸 혼자서 처리하려는 경향이 강하겠지요.
이걸 하루로 친다면 子時라고 한다는 건 이제 잔소리 정도로 들릴 겁니다.
자시에는 1양이 시생하기 때문에 젖먹이 아이들은 성욕을 못 느끼면서도 저절로 발기가 되게 마련이지요.
그러니까 유아들의 발기는 임자요, 학생들의 그것은 갑자이며, 청년들의 그것은 병자라고 할 수 있겠군요.
경자나 임자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을 안 해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임자를 나무에 비유한다면 뿌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군요.
뿌리는 겉으로 그 모습을 보이지 않는데, 그것은 마치 동지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1양이나, 자시에 보이지 않는 1양과 같기 때문이지요.
인체에서 임자의 기운이 솟는 곳을 찾으라고 한다면 아마 용천이라고 해야 할 겁니다.
용천은 발 바닥에 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자리를 잡았거든요.
그래서 신장의 기운이 시작하는 곳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