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자가 북방의 차가운 물 속에서 시작하는 1양이라면, 갑자는 해가 솟는 동천에서 시작하는 1양입니다.
임자의 壬과 갑자의 甲은 어떻게 다를까요?
땅에는 1양이 시작하는 子인데, 하늘이 서로 다르군요.
하늘이 다르다는 말은 곧 태양과 달의 움직임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壬天은 달이 중천에 뜬 상태요, 丙天은 반대로 태양이 중천에 뜬 상태입니다.
甲天은 태양이 솟는 상태이며, 庚天은 반대로 달이 솟는 상태입니다.
甲이라는 문자를 보면 태양(日)이 하늘에서 빛을 밑의 땅으로 내리 비추는 형국입니다.
북방의 壬은 만물을 懷姙하기 때문에 붙은 용어라고 하였는데, 만물을 잉태한다는 것은 곧 태양을 품는다는 의미입니다.
남방의 丙은 태양이 불꽃처럼 강렬하게 드러난 상태를 가리키므로 炳이라고 합니다.
서방의 庚은 태양과 달이 서로 맞교환하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를 가리켜 '方夫貫日之道'라고 합니다.
方夫를 합하면 庚字가 나옵니다.
농사를 지으면 농부(農夫)가 되고, 고기를 잡으면 어부(漁夫)라고 하는 것처럼, 천하의 방위를 바로 잡으면 방부라고 합니다.
이처럼 갑, 병, 무, 경, 임이 모두 하늘의 태양과 달의 상태를 가리키는데, 하필이면 동방의 甲에서 日이 빛을 밑으로 내려준다는 字型이 생기게 된 것은 태양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곳은 동방이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갑자는 태양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밝은 상징이며, 밑에 子가 있으니 1양의 시작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지요.
甲은 木이요, 子는 水이므로 땅에 있는 물을 나무가 취하는 水生木이라고 하는 것도 일리는 있겠지만, 그것은 한 단면에 지나지 않는 견해입니다.
그렇게 따진다면 乙亥도 水生木이라고 해야겠지요.
그렇다면 갑자와 을해는 서로 같다는 말일까요?
같은 걸 굳이 다르게 표현해야 할까요?
수생목에는 乙丑도 있네요.
乙은 木이요, 丑은 토인 동시에 水도 되니까요.
이처럼 수생목의 경우는 세 가지나 되는데, 그 모두가 다 뜻이 다릅니다.
이런 걸 잘 살피면 그야말로 문리가 터지고 도통이 되게 마련입니다.
아무리 현무경이 난해하고 위대하다고 하여도 실은 천간과 지지, 팔괘, 숫자 등만 통하면 누구나 다 통하게 마련입니다.
그게 어렵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기초적인 학문이 부실하다는 증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