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가 동천에서 시작하는 1양이라고 한다면, 을해는 동천에 있는 3음이라고 해야합니다.
1양과 3음의 차이는 1양을 동지에 시생하는 양의 시작이라고 한다면, 3음은 입동, 소설, 대설과 같은 음의 극을 가리킵니다.
하루로 친다면 1양은 밤 12시 정도를 가리키고, 3음은 밤 9시에서 11시 정도를 가리킵니다.
을축은 동천에서 시작하는 1양 속의 음기를 가리키는데, 수에서 목으로 전환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앞으로 심층적인 연구를 필요로 합니다.
여하튼 임자가 하늘과 땅이 모두 물로 이루어진 '물판'이라고 한다면, 갑자는 하늘은 목이요, 땅은 물이므로 水生木의 이상적인 결합이라고 말합니다.
하늘이 목이라고 한 것은 태양의 기운이 나무처럼 위로 솟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요, 땅이 물이라고 한 것은 만물이 물의 기운속에서 막 형상으로 드러난다는 말이지요.
동방은 밝은 곳이요, 그 빛이 두루 비치게 되어 만물의 형상이 어슴프레 드러나는 것이 바로 갑자의 형국입니다.
만일 동방에 있는 만물이 그 형상을 또렷하게 드러낸다면 갑인이라고 해야겠지요.
거기에 열기가 더해 진다면 갑진이라고 해야 할 겁니다.
봄의 자시는 갑자요, 여름의 자시는 병자요, 가을의 자시는 경자이며, 겨울의 자시는 임자라고 생각하면 틀림이 없습니다.
자시는 어느 때나 1양이 시생하는 형국이지만, 이처럼 사시에 따라 그 격이 달라집니다.
겨울의 임자는 추워서 자칫 하다가는 얼어죽기 십상이요, 반대로 여름의 병자는 요즘 겪는 것처럼 열대야 현상이 벌어져 야외에서 잠을 잘 정도입니다.
봄과 가을의 갑자와 경자는 비슷한 면이 있지만, 갑자는 임자의 잔해가 남아 냉기가 더한 반면, 경자는 병자의 잔해가 남아 열기가 남아 있게 마련이지요.
갑자를 색으로 한 번 살펴볼까요?
하늘은 갑이니 당연히 푸른색이요, 땅은 자이니 검은색이라고 보면, 푸른색과 검은색이 합한 형국이 되겠군요.
이걸 검푸른색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데, 갑인이나 갑진에 비하면 아무래도 냉기가 많이 남아 있는 색이라고 봐야겠습니다.
따라서 갑자는 봄의 어진 인덕과 넓은 포용력, 막힘이 없는 자유와 진취성 등도 있는 반면에 겨울의 한기도 함께 남아 있으니 무언가 크게 기상을 떨치지는 못하겠죠.
겨울의 수기는 본래 근묘화실 중에서 근에 해당하므로 갑자에는 기본에 충실하려는 경향이 강하겠군요.
뜻은 큰데 성격이 좀 여린 게 단점이죠.
그러니 험난한 세상을 돌파하기에는 힘이 좀 모자라네요.
그러나 60갑자의 우두머리인 것처럼, 갑자는 기본적으로 큰 선구자라고 봐야 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