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하루라는 자전의 입장에서 본 것이고, 만약 공전의 입장으로 본다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자전은 단순하게 지구의 입장에서 보지만, 공전은 태양과 달과 지구라는 셋의 입장에서 보아야 하니까요.
태양은 지구에 양기를 부어주고, 달은 음기를 부어줍니다.
단순하게 자전하는 지구의 입장에서만 본다면야 하루 중 양기가 발동하는 자시를 1양으로 보고, 태양이 형상을 비치기 시작하는 인시를 2양으로 보며, 태양이 강렬해지는 진시를 3양으로 보고, 태양이 다하여 음기가 시작하는 오시를 1음, 음기가 성숙한 신시를 2음, 음기가 극성한 술시를 3음으로 보면 그만이겠죠.
하지만 공전의 입장에서는 계절로 나타나게 마련이지요.
계절의 시작은 봄으로부터 시작하는 법이므로 寅月이 정월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季節의 의미를 한 번 새기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季는 ‘끝 계, 계, 막내 계, 말년 계’ 등에서 보는 것처럼 일정한 기간의 마지막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막내를 가리켜 季子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계절이란 말은 일정한 마디를 가리키는 기간의 마지막이라고 보면 되겠지요.
1절은 15일씩이므로 동서남북 4절의 마지막은 60일을 가리킵니다.
60일은 각기 6기로 운행하여 1년 360일을 만들어냅니다.
물론 6기는 3음, 3양입니다.
선천은 3양이 주도하고, 후천은 3음이 주도 합니다.
낙서문명의 시두는 1양인 자시가 맡고, 세수는 2양인 인월이 맡았다면, 태세는 3양인 진년(辰年)이 맡았습니다.
공전은 지구의 중심에서 보아야 하므로 무진년과 무술일로 태세와 일진을 삼은 공전도수가 나온 것이고, 자전은 지표를 기준으로 본 것이므로 북방의 임자시로 시두가 나오고, 동방의 갑인월로 세수가 나오게 된 것이 바로 낙서의 사주였습니다.
임자에서 낙서의 첫 시간이 시작되었고, 그로부터 하루가 지난 다음 날에는 갑자로 시작을 합니다.
임자에서 갑자까지는 13번째가 되는데, 이를 가리켜 천유 13도라고 합니다.
즉 갑자는 12시간이라는 자전이 완성되는 동시에, 360일의 공전 도수도 함께 출발하기 때문에 자전과 공전이 일치하는 시간이라고 봅니다.
이런 이치에 의해 선천 낙서에서는 60갑자의 출발을 갑자로 삼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후천에 이르면 그 사정은 달라집니다.
<계사 - 갑오 - 을미 - 병신 - 정유 - 무술 - 기해 - 경자 - 신축 - 임인 - 계묘 - 갑진 - 을사>의 13차에 이르러 후천의 하루가 성립하기 때문에 자전과 공전의 일치를 이루게 됩니다.
그러기 때문에 후천에는 갑자가 아닌 ‘을사’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합니다.
갑자에서 을사까지는 42번째에 이르는데, 선천과 후천의 시간의 차이는 모두 42차가 됩니다. 예를 들어 선천의 을축시는 후천에서는 42차에 이르는 병오시가 되고, 선천의 정사시에서 42차에 이르는 무술시가 후천의 시간으로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