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8일 (월) 21:59 국민일보
“한글 수출하자”… 민간·학계중심 소수종족에 보급운동
독자적인 문자를 갖추지 못한 세계 소수민족에게 한글을 보급하는 움직임이 학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한글의 세계화가 보다 활성화되려면 민·관의 체계적인 지원과 상대 민족에 대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글 수출 현황=한글을 현지 문자로 채택하려는 노력은 주로 아시아 소수민족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1995년부터 태국과 미얀마 접경 지대에 사는 소수 민족 '라후(Lahu)족'에게 한글을 가르쳐온 이현복 서울대 언어학과 명예교수는 8일 "한글이 라후족의 언어를 문자로 표기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2002년에는 전광진 성균관대 중문학과 교수가 중국 내 소수민족인 '로바(Lhoba)족'의 언어를 한글로 적는 시스템을 고안했다. 2004년에는 이호영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가 중국 내 또다른 소수민족인 '오로첸족'에게 한글 보급을 시도했다. 같은해 경북대와 동티모르는 동티모르어인 '떼뚬어'의 표기수단으로 한글이 가능한지 여부를 공동으로 연구하기도 했다.
시민단체인 한글사랑 나라사랑 국민운동본부는 최근 "한글을 글자가 없는 전 세계 6000여 종족의 문자로 만들자"는 내용의 '한글문화 대강대국 선언문'을 발표했다.
◇한글 왜 우수한가='대지'의 작가 펄벅은 '살아있는 갈대' 서문에서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고 가장 단순한 글자이며 한글 자모음을 조합하면 어떤 언어 음성도 표기할 수 있다"고 극찬한 바 있다. 유네스코는 1989년 세종대왕 문해상을 제정해 매년 9월8일 각국에서 문맹퇴치사업에 공이 많은 개인이나 단체를 뽑아 시상하고 있다.
다만 학자들은 중국의 성조(聲調) 등 한글로 표기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선 한글을 개조해 새로운 문자를 만들어 이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이현복 교수는 라후 족에게 한글을 보급하기 위해 한글 자음과 모음을 현재의 24개에서 40개로 늘린 '국제한글음성문자'를 만들기도 했다.
◇앞으로의 과제=한글 보급 운동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와 사회의 체계적인 지원이 부족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실제 정부조직인 국립국어원은 올해부터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세종학당 사업'을 시작했지만 한글 수출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지 민족의 문화 연구 등 한글의 세계화를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주원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한글 보급 운동은 1년에 몇 차례 소수 민족국가를 다녀오는 수준"이라며 "현지 상주 교육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지원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전광진 교수는 "소수 민족 언어의 음절, 어휘, 형태론, 어법 등을 분석한 뒤 해당 민족의 습성, 역사까지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
“한글 수출하자”… 민간·학계중심 소수종족에 보급운동
독자적인 문자를 갖추지 못한 세계 소수민족에게 한글을 보급하는 움직임이 학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한글의 세계화가 보다 활성화되려면 민·관의 체계적인 지원과 상대 민족에 대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글 수출 현황=한글을 현지 문자로 채택하려는 노력은 주로 아시아 소수민족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1995년부터 태국과 미얀마 접경 지대에 사는 소수 민족 '라후(Lahu)족'에게 한글을 가르쳐온 이현복 서울대 언어학과 명예교수는 8일 "한글이 라후족의 언어를 문자로 표기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2002년에는 전광진 성균관대 중문학과 교수가 중국 내 소수민족인 '로바(Lhoba)족'의 언어를 한글로 적는 시스템을 고안했다. 2004년에는 이호영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가 중국 내 또다른 소수민족인 '오로첸족'에게 한글 보급을 시도했다. 같은해 경북대와 동티모르는 동티모르어인 '떼뚬어'의 표기수단으로 한글이 가능한지 여부를 공동으로 연구하기도 했다.
시민단체인 한글사랑 나라사랑 국민운동본부는 최근 "한글을 글자가 없는 전 세계 6000여 종족의 문자로 만들자"는 내용의 '한글문화 대강대국 선언문'을 발표했다.
◇한글 왜 우수한가='대지'의 작가 펄벅은 '살아있는 갈대' 서문에서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고 가장 단순한 글자이며 한글 자모음을 조합하면 어떤 언어 음성도 표기할 수 있다"고 극찬한 바 있다. 유네스코는 1989년 세종대왕 문해상을 제정해 매년 9월8일 각국에서 문맹퇴치사업에 공이 많은 개인이나 단체를 뽑아 시상하고 있다.
다만 학자들은 중국의 성조(聲調) 등 한글로 표기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선 한글을 개조해 새로운 문자를 만들어 이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이현복 교수는 라후 족에게 한글을 보급하기 위해 한글 자음과 모음을 현재의 24개에서 40개로 늘린 '국제한글음성문자'를 만들기도 했다.
◇앞으로의 과제=한글 보급 운동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와 사회의 체계적인 지원이 부족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실제 정부조직인 국립국어원은 올해부터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세종학당 사업'을 시작했지만 한글 수출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지 민족의 문화 연구 등 한글의 세계화를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주원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한글 보급 운동은 1년에 몇 차례 소수 민족국가를 다녀오는 수준"이라며 "현지 상주 교육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지원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전광진 교수는 "소수 민족 언어의 음절, 어휘, 형태론, 어법 등을 분석한 뒤 해당 민족의 습성, 역사까지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