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괘는 세 개의 효가 모두 양효로 되어 있고, 곤괘는 세 개의 효가 모두 음효로 되어 있습니다. 양효는 밝음이요, 음효는 어둠이므로 건괘는 인체에서 눈이 되고, 곤괘는 귀가 되었습니다.
눈은 이목구비 중에서 유일하게 광채를 발하는 곳이기에 태양이라 하고, 귀는 이목구비 중에서
유일하게 받기만 하고 내보내지 않는 곳이므로 달이라 합니다.
태양과 달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관음보살이라는 용어입니다.
관음은 ‘소리를 본다’는 말인데, 소리는 듣는 것인데, 굳이 소리를 본다고 한 것은 태양 빛을 달이 반사하는 것처럼, 귀는 눈으로 들어 온 색을 반사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시력이 안 좋으면 청력도 안 좋아지게 마련입니다.
태양은 별로 변하지 않는데 반해, 달은 매일 그 모양을 달리하는 것처럼, 사람을 변덕스럽게 만드는 것은 눈으로 보이는 것에 의해서가 아니라, 귀로 들리는 것 때문이라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태양처럼 밝은 지혜가 없으면, 옆에서 누가 말하는 걸 따라서 이리 저리 흔들리게 마련입니다. 태양은 항상 뜨거운 불덩이를 안고 살아가지만, 달은 초승달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심지어 보름달이 되어도 태양처럼 뜨거운 열을 발산하지 못합니다.
그것은 그만큼 달은 물을 본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을 말해 줍니다.
태양이 뭇 생명을 살리는 것처럼, 사람의 밝은 지혜는 만민의 영혼을 살립니다.
그러나 태양 볕만 있다면 만물은 열기에 타 버릴 것입니다.
정작 사람을 편안한 안식에 들어가게 하는 것은 달입니다.
달은 비록 스스로 빛을 만들어내지는 못하지만, 태양의 더운 열기를 차가운 물 기운으로 정화하여 마음을 차분하게 해줍니다.
태양의 밝음을 지혜라고 한다면, 달의 차가움을 지식이라고 합니다.
지혜가 물론 중요한 것이지만, 지식을 통해 여과되어야 비로소 달처럼 포근해 집니다.
지식이 없는 지혜는 자칫 만물을 태워 버리게 마련이지요.
사람이 마음에서 불같은 동요가 일어나면 귀를 막지 않고, 눈을 감는 이유도 이런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눈은 불이므로 눈을 감는다는 건 불을 끈다는 것과 같습니다.
반대로 희열이나 신이 날 적에는 눈이 저절로 크게 떠지게 마련이지요.
그것은 속에 있는 양기인 불기운이 발산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주위의 소음으로 인해 소리가 잘 안 들릴 때에는 얼른 눈을 감아보세요.
그러면 저절로 귀에 신경이 집중되어 잘 들리게 마련입니다.
불같은 욕망은 눈을 감으면 진정이 되고, 달콤한 유혹은 눈을 반짝거리게 합니다.
이말 저말에 줏대가 없이 잘 흔들리는 사람은 눈의 광채가 비교적 흐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