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서 옆으로 찢어진 건 눈과 입이요, 상하로 벌어진 건 귀와 코입니다.
눈을 아버지인 건괘라 하고, 입을 장남인 진괘라고 하여 같은 남성으로 보는 까닭은 이처럼 옆으로 벌어진 것과도 연관성이 있습니다.
귀는 막내 딸을 가리키는 태괘요, 코는 가운데 딸을 가리키는 이괘라고 한 것도 역시 같은 연관성이 있습니다.
옆으로 벌어진 눈과 입의 특징은 활발하게 뜨기도 하고 감기도 하는 등, 동적인 활동을 하는데 비해, 상하로 벌어진 귀와 코는 신축성에 있어 비교적 정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귀와 코는 눈과 입에 비해서 돌출 되어 있다는 걸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겉으로는 음이지만, 속으로는 양이요, 겉으로는 양이지만, 속으로는 음이라고 할 수 있는 표리부동의 상태가 만물이라는 점을 일러줍니다.
눈과 귀가 각기 日月을 가리킨다면 코와 입은 星辰을 가리킵니다.
일월이 더위와 추위를 주관한다면, 성신은 주야를 주관합니다.
성신 중에서도 성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별들이요, 신은 일월성이 움직이는 바탕인 허공을 가리킵니다.
더위와 추위는 1년 4시의 기후를 가리키지만, 주야는 1일 사시의 기후를 가리킵니다.
눈과 귀가 무형의 광색과 성음과 연결되어 있다면, 코와 입은 공기나 음식물이라는 물질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광색이나 성음은 모든 생물체가 공유하는 것임에 비해, 공기나 음식물은 개인의 코와 입으로 들어가는 것만 각자의 것으로 화하게 마련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눈과 귀를 1년의 사시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暑寒이라 하고, 코와 입은 1일의 사시를 주관하는 晝夜라고 한 것입니다.
따라서 눈과 귀는 공전인 연월을 가리키고, 코와 입은 자전인 일시를 가리킨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