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은 공적인 운동이며, 자전은 사적인 운동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도 공전과 자전을 하게 마련인데, 선천에서는 무조건 공적인 면을 우선하였지요.
그래서 滅私奉公이 미덕인 양, 예찬을 했습니다.
낙서 구궁에서도 역시 공전을 상징하는 대궁을 먼저 하고, 자전을 상징하는 소궁을 밑에 달아서 괘를 만들었었는데, 황극 구궁에서는 반대로 소궁을 먼저 하고, 대궁을 나중에 하여 괘를 만들어 일기장의 궁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마치 낙서에서는 1에서 9로 9변을 우선하던 것이, 용담에서는 2에서 10으로 9복을 우선 한다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선천에서는 성리요, 후천에서는 이성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이걸 오해하면 나 자신부터 챙기는 이기주의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자신부터 온전해진 후에 공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극단적인 개인주의, 이기주의로 흐른다고 우려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저속한 서구의 영향으로 인해서 그렇게 된 것은 우려할 만하지만, 그렇게만 볼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후천은 열매가 숙성하는 계절이기 때문이지요.
열매는 낟알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개체를 가리킵니다.
개체가 온전해지지 않으면 전체는 부실해지기 마련입니다.
선천에서는 온전한 열매가 드러나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이 부족한 서로 간의 힘을 모으기 위해, 종교가 나오고, 부족이나 국가를 우선으로 하는 전체우선주의를 충, 효, 열이라는 명분으로 미화하였지만, 낟알이 온전해지면 더 이상 그렇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성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상태로 가야 한다는 상징입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이성적인 인간을 바라고 있는 것입니다.
코는 이괘요, 입은 진괘라고 하였는데, 그 이유는 무얼까요?
일월을 중심으로 성신이 운행하는 것처럼, 눈과 귀를 중심으로 코와 입이 기능을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눈과 귀의 역할과 코와 입의 역할은 전혀 다르지만, 눈과 귀에서 벌어지는 형이상적인 일은 코와 입에서 하고 있는 것보다 더 근원적인 것임을 이해하라는 뜻입니다.
아무리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와 음식물을 원활하게 섭취한다고 하여도 눈과 귀를 통한 바른 깨달음이 없다면 그저 그렇고 그런 건강한 짐승들과 다른 점이 별로 없습니다.
비록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와 음식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목숨에 지장이 있다고 하여도, 올바른 깨달음을 얻었다면 일월이라는 음양이 살아 있는 천지와 같아서 그리 큰 영향은 받지 않습니다.
물론 육적인 목숨으로 보면 눈과 귀 보다도 오히려 코와 입이 더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겠죠.
이괘의 형상은 위, 아래에 양효가 있고, 중간에 음효가 있어서 離虛中이라고 부릅니다.
즉 겉으로는 양이 있고, 속에는 음이 둘러싸인 형국입니다.
두 개의 구멍을 통해 공기가 들랄날락 하는 모습과 이괘의 모습을 같다고 보면 어떨까요?
두 개의 구멍을 위, 아래의 양효로 본다면 그 속으로 출입하는 한 줄기 공기를 음효로 본 경우입니다.
이와 반대로 한 개의 구멍으로 액체와 고체라는 두 개의 물체가 출입하는 입은 진괘의 형상이라고도 볼 수 있겠군요.
입 구멍은 양효이고, 그리 출입하는 두 개의 물체는 음효로 보면 진괘의 모습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