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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무경과 증산

영부, 精山 2008. 1. 1. 06:03

1. 현무경과 증산


 서울로 돌아 온 정도는 대충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가 준비했던 그간의 모든 것들은 천부동을 방문한 이후로 한낱 뜬구름 같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눈을 뜨건, 감건 그의 머릿속에는 천부동의 산천이 어른 거렸고,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천부동 식구들이 너무 깊이 정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는 영미에게 모든 걸 정리하고 천부동으로 같이 가자고 말을 했다. 영미는 그렇게 하고 싶지만 집안 정리를 조금 더 한 후에 내려가겠다고 하였다. 정도는 할 수없이 혼자서 천부동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초겨울의 천부동은 스산하였다. 낙엽을 떨군 나무들이 양 옆으로 도열한 입구로 들어서니 안개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마치 그곳은 속세를 지나 영원으로 향하는 관문 같았다. 간간이 마주치는 얼굴들은 정도를 알아보고 환하게 웃었다. 비록 이름은 몰랐지만 낯이 익은 얼굴들인지라 정도는 한 없이 반가왔다.


 운곡선생은 전과 마찬가지로 흰 수염을 드날리며 온화한 모습으로 그를 맞았다. 정도는 운곡선생에게 그가 다시 천부동을 찾은 이유를 말씀드리고 가르침을 베풀어달라고 간청 하였다. 특히 현무경에 대한 가르침을 원한다고 하였다. 운곡선생은 잠시 눈을 감은 채 말이 없었다.

 

“현무경을 알고 싶다고? 젊은이들이 현무경에 뜻을 둔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야. 현무경은 원체 난해하기 때문에 웬만한 인내심으로는 견디기 힘들거든. 그래도 자네 결심이 대단한 모양이니 현무경을 같이 연구해 보기로 하세. 그러나 그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게 있네.”

 

 정도는 의아하였다. 자신의 간절한 마음과 정성, 믿음만 있으면 그만이지, 무얼 더 확인하려는 걸까? 혹시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숙식비를 지불하라고 하는 걸까? 하긴 그런 걸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어디를 가건 자신이 먹고, 입을 건 손수 해결해야 한다는 건 상식이 아니던가? 그러나 그는 하루라도 빨리 천부동의 일원이 되어야겠다는 일념 때문에 그런 것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너무 성급하였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자네가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님의 동의가 있어야 하네. 이곳에서는 무엇보다도 가족 간의 화합을 우선한다네.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해도 가족 간에 걸림돌이 있다면 결코 마음이 편하지 않는 법일세. 더욱이 현무경은 후천 5만 년의 심법인데 마음에 조금이라도 걸림돌이 있어서는 곤란하거든.”

 

“그런 거라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 가족은 아무도 없거든요. 부모님은 다 돌아가시고 저만 혼자 남았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군. 그럼 오늘은 편히 쉬고 내일 새벽 인시부터 공부를 하기로 하세.”


 다음날 새벽, 운곡선생의 서재에서 강좌는 시작되었다. 정도를 비롯해 젊은 사람들이 30여 명은 되는 듯 했다. 운곡선생은 특별히 정도를 맨 앞 좌석으로 나오라고 했다. 맨 바닥에 가부좌를 틀게 하고 허리를 꼿꼿이 펴게 한 후 다 같이 몇 번 심호흡을 하게 하였다.

 

 “앉는 자세는 항상 허리를 꼿꼿하게 펴야 합니다. 옛말에 이르기를 생긴 대로 놀고, 꼴값을 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자세가 단정하면 마음도 단정해 지게 마련입니다. 요즘 학생들의 몸을 보면 거의가 틀어지고 비뚤어져 있는데, 그것은 그만큼 자세를 바로 하지 않았다는 반증입니다. 무엇을 하건 바른 자세를 잡는 것으로부터 시작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운곡선생은 횡격막을 높이 들어서 호흡을 하라고 가르쳤다. 숨을 마실 때에는 횡격막이 올라가고, 내 쉴 때에는 내려가는 걸 유의하라고 하면서 될 수 있으면 숨을 내 쉴 때에도 횡격막이 내려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하였다. 정도도 여러 사람과 같이 따라 해 보았지만, 숨을 내 쉴 때에는 어김없이 횡격막이 밑으로 처지곤 하였다. 그러나 횡격막을 처지지 않게 한 상태에서 숨을 쉬다 보니 저절로 등과 허리가 반듯하게 펴지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트림이 연속적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