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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

영부, 精山 2008. 1. 2. 06:57

 “트림이 나오면 속이 시원할 겁니다. 등과 허리가 굽어지면 그만큼 기가 정체되기 쉬운 환경이 됩니다. 그걸 꼿꼿하게 펴면 기가 원활하게 소통이 되어서 트림이 나오게 마련이지요.”

 

다른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는지 자세가 다들 단정해 보였으며, 별로 힘든 기색이 없었다. 운곡선생은 간단한 도인체조를 곁들이면서 몸의 근육과 관절을 풀도록 유도 하였다.

 

 “무엇이건 굳으면 병이 옵니다. 柔能制剛이란 말은 만고불변의 법칙입니다. 몸도 마음도 부드러워야 합니다. 부드러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호흡이 깊어야 합니다. 호흡은 산소를 마시는 행위이고, 될수록 풍부한 산소를 마셔야 몸은 부드러워집니다.”

 

 산소를 마시면 몸이 부드러워진다? 정도는 그 말이 선뜻 와 닿지 않았다. 산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이 유연함과 무슨 상관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산소는 맛이 상큼하다고 하는데, 그건 곧 시다는 말입니다. 신 맛은 오행으로 木에 해당한다고 하는 건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목은 동방이요, 동방은 부드러움과 탄력의 상징이죠. 인체에서도 신맛은 굳어진 근육과 뼈를 부드럽고 탄력이 있는 상태로 만들어 줍니다. 그러기에 체조 선수들이 식초를 마신다는 이야기가 있는 겁니다.”

 

 그러면서 운곡선생은 산에는 나무들이 많고, 나무들은 산소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에 산에 가면 다른 곳보다 더 많은 생기를 얻게 된다고 하였다. 山이라는 용어도 이처럼 생기가 많아서 죽은 것을 ‘산 것’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에 나왔을 거라는 말도 하였다.

 

“자, 이제 몸 풀기 운동은 그만하고 공부로 들어갑시다. 오늘부터는 여러분처럼 젊은이들만 따로 모아서 강좌하기로 한 첫 날입니다. 마침 때맞춰 서울에서 박정도 군이 여러분과 함께 공부하고자 내려 왔습니다. 자, 모두들 뜨거운 환영의 인사를 보냅시다. 정도 군은 앞으로 나와서 인사를 해야죠?”

 

 정도의 인사가 끝나고 강좌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현무경에 대한 공부를 시작합니다. 물론 여러분의 부모나 형제들로부터 현무경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정도 들었으리라고 봅니다. 하지만 천부동에서 이렇게 젊은이들만 따로 모아 현무경 강좌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천부동은 물론 이 세상을 짊어지고 나아가야 할 새싹들입니다. 새싹 때부터 좋은 영양과 태양, 산소를 공급 받아야 하는 것처럼, 여러분도 영육 간의 상큼한 산소를 원활하게 공급 받아야 합니다. 사실은 더 어릴 적부터 현무경과 천문 40자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은 아직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여건조성이 안 되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왕성한 젊은 시절에 이런 공부를 하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큰 행운을 잡은 셈입니다.”

 

운곡선생의 말은 힘이 있었다. 일찍 일어나 잠에 취하려고 하던 눈이 초롱초롱해지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여기 이것이 현무경입니다.”

 

운곡선생은 얇은 책을 한 권 들어 보였다.

 

“이 책은 열 여덟 장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처럼 붓으로 씌어졌는데, 만약 이걸 현대처럼 활자로 만들었다면 더 얇아졌을 겁니다. 여기에 기록 된 글자 수라고 해봤자 겨우 1,100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물론 81자로 된 천부경이 더 간략하다고는 하지만 그것과는 감히 비교도 할 수 없는 오묘한 진리가 이 속에는 들어 있습니다. 여러분이 이 공부를 하기 전에 먼저 지녀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순결한 一心입니다. 현무경을 성편하신 분은 선천의 천지인을 뜯어고치고, 후천 5만 년의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기 위한 하느님이라는 사실이 머리와 가슴에 와 닿아야 합니다. 그냥 좀 뛰어난 학자, 또는 신비한 仙人이나 聖人이 만들어낸 경전쯤으로 여기는 분도 있겠지만, 앞으로 이 경전의 참 맛을 음미하면 할수록 과연 하느님의 작품이라는 것이 저절로 각인 될 것입니다. 한 마음을 지닌 자에게는 海印을 주겠다고 하신 하느님의 말씀처럼, 현무경을 성심성의껏 공부를 하면 반드시 해인이 보인다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운곡선생은 하얀 칠판에 海印歌를 써 내려갔다.

<海印海印何海印 見而不知火雨露 化字化字何化印 無窮造化是海印 해인해인하해인 견이부지화우로 화자화자하화인 무궁조화시해인>

<甘露如雨海印이라 火雨露三豊海印 極樂入卷發行下 化字化字化字印 無所不能海印이라 감로여우해인이라 화우로삼풍해인 극락입권발행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