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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

영부, 精山 2008. 1. 3. 08:00

<海印海印何海印 見而不知火雨露 化字化字何化印 無窮造化是海印>

<甘露如雨海印이라 火雨露三豊海印 極樂入卷發行下 化字化字化字印 無所不能海印이라>

“이글은 격암유록에 있습니다. 해인 해인하는데 해인이 무엇인고? 화우로3풍을 보고서도 모른다네. 극락으로 들어가는 입장권이 해인인데 무궁조화, 무소불능한 것이 해인일세라고 풀이를 할 수 있겠군요. 天文類抄라는 책에는 천지의 화기가 진액으로 응결된 것이 이슬이요, 양기가 강해지면 흩어져서 비와 이슬(雨露)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천문에 관한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지상에 있는 모든 것들은 하늘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며,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있고, 그 별들의 기운이 지구에 반사되어 나타난 것이 역사와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천문을 가르치는 천문유초에 화우로 3풍에 관한 것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는 걸 주목해야 합니다. 火는 양의 결집이요, 雨는 음의 결집이며, 이슬은 이 둘이 합한 상태입니다. 여러분은 이슬이 언제 내린다고 보나요?”

“새벽에요”

“새벽이슬만 있나요? 여러분은 밤이슬을 맞아본 적이 많을 텐데요”

순간 아! 하는 탄성이 넓은 방안에 울려 퍼졌다.

“그러니까 이슬은 음과 양이 교차하는 시간대에 내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건 곧 이슬은 음과 양의 조화체라는 증거입니다. 이것이 곧 모든 化 즉 造化의 근원이며, 무궁조화, 무소불능한 해인이라는 얘기입니다. 이처럼 음양, 그리고 음양의 조화야말로 모든 것의 근본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자연의 물리적인 현상이요, 그것이 우리 인간의 마음으로 들어와서 자연과 심성이 하나로 어우러진 조화를 부려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해인입니다. 그런데 왜 해인이라는 용어를 썼을까요?”

 해인이라면 바다 海, 도장 印이니까 바다에서 나온 도장이라는 말인데, 바다와 도장이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정도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뒤에서 누군가가

“바다에는 온갖 생물이 살고 있고, 우리 사회도 바다와 같다고 해서 나온 이름이 아닐까요? 모든 걸 다 받아들이는 바다와 같은 마음을 지니라고 해서 붙인 용어 같기도 하고 ...”

“음. 그도 그럴 듯 하군요. 바다는 물을 다 받아들였고, 물은 물질을 만들어내는 곳이죠. 쉽게 말하자면 물에서 모든 생물은 찍혀서 나온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바다는 거대한 생명의 도장인 셈이지요. 이번 태안 앞 바다가 기름으로 오염되어 대재앙을 맞게 된 것도, 알고 보면 거룩한 생명을 지니고 있어야 할 세상, 즉 생명의 道場이 그토록 오염되었다는 걸 보여주는 하늘의 처사라고 보면 어떨까요? 여하튼 하느님은 일심을 가진 자에게 해인을 준다고 약속을 하셨습니다. 해인을 소지하면 자연의 음양조화는 물론 자성에서 벌어지는 모든 조화까지도 자유자재로 무궁무진하게 할 수 있으니 어찌 탐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느님은 3대 상서를 통하여 해인을 전달하셨는데 그것은 하도, 낙서, 용담입니다.”

정도는 상서에 대해서 전혀 들은 바가 없었다. 많은 사람 앞에서 그런 질문을 한다는 게 약간 자존심이 상하는 듯 했지만 모르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상서가 무언가요?”

운곡선생은 칠판에 祥瑞라고 크게 썼다.

“상서는 하늘이 세상에 내리는 좋은 징조 혹은 계시,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하도를 통해서 하늘의 이치를 전달하였고, 두 번째로는 낙서를 통해 땅의 이치를 전달하였으며, 마지막 세 번째로는 용담을 통해 인간의 이치를 전달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하도는 하늘이 만물의 상을 찍어내는 도장이요, 낙서는 땅에서 만물의 형체를 찍어내는 도장이며, 용담은 인간의 자성에서 천지만물을 온전하게 찍어내는 도장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종합하여 하나의 경전으로 만들어 낸 것이 바로 현무경입니다.”

그때 우렁찬 목소리로 누군가 질문을 하였다.

“현무경이 해인이라는 증거가 있나요?”

“그것은 현무경을 공부해보면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여러분은 해인을 찾아서 탐사를 나와 함께 할 겁니다. 이왕이면 신나고 즐겁게 하고 싶은데 여러분의 의향은 어떤가요?”

“좋습니다. 기대가 큽니다”

“가슴이 벅찹니다”

학생들은 손뼉을 치면서 큰 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운곡선생의 입가에는 빙그레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