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음성이 아주 좋군. 대순전경은 몇 번이나 읽어보았나요?”
“아닙니다. 오늘이 처음입니다.”
“흐음. 그래요? 앞으로는 자주 읽어보세요.”
운곡선생은 비록 시천주가 친필로 남겨 놓은 건 현무경이 유일하지만, 대순전경을 통해 그 분의 행적을 더듬어보는 것도 매우 의의가 있다고 하였다.
“시천주는 수부(首婦)를 두 분으로 정했으니 고수부와 김수부가 바로 그들입니다. 수부를 마치 증산의 부인으로 믿는 분들이 있지만, 수부는 많은 여인들 중에서 천지공사를 위해 선택한 인류의 대표라는 의미입니다. 모든 것에는 음양이 있게 마련인 것처럼, 수부도 역시 음양이 있어야 하는 법칙에 따라 두 분의 수부가 있었던 것입니다. 고수부는 ‘내가 너를 만나려고 15년 간 적공(積功)을 드렸다’고 하신 시천주의 말씀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낙서의 도수 15를 용담의 18도수로 돌리기 위한 상징이었으며, 김수부는 화천하시기 하루 전날에 택한 점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법신으로 돌아가기 위한 상징적인 공사였습니다. 고수부에 대한 것은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에 다시 언급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김수부에 관한 것만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수부의 이름은 말순(末順)인데, 말순은 맨 마지막 순서를 가리킵니다. 그것은 그 아버지 김형렬이 임술생이라는 사실과도 상통하는데, 壬戌은 60갑자 중에서 맨 마지막 번째 陽干과 陽支입니다. 본래 戌은 亥와 더불어 戌亥之間이라고 하여 가장 어두운 3음인데, 현무경에는 ‘天地之中央은 心也라 故로 동서남북이 身依於心이니라’고 하여 마지막에는 모두가 戌에 그 몸을 의지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死無餘恨(죽어도 한이 없다는 말)이 된다고도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술이 선천 낙서의 辰巳之間으로 들어가는 것이 진정한 개벽의 완성이기 때문입니다. 진사지간은 子丑에서 비롯한 1양이 3양으로 다 자랐으니 그것을 팔괘로 말한다면 건괘(☰)라고 합니다. 건은 곤과 만나야 죽어도 한이 없는 법인데, 곤괘(☷)는 음이 다 자란 3음의 상태요, 그것은 곧 술해지간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술이 진사지간으로 개벽하여야 진정한 천지의 중앙이 된다고 한 것입니다. 음이 다 자라면 장녀가 되는 법이므로 손괘(☴)가 용담도의 동남방에 자리를 잡았으며, 서북방에는 양이 다 자란 장남 진괘(☳)가 자리를 잡았다는 것도 주목해야 합니다. 이런 이치에 의해 시천주는 형렬을 가리켜 ‘너는 좌불(坐佛)이 되고 나는 유불(遊佛)이 되리라’고 했던 것입니다. 여하튼 이 문구를 인용한 까닭은 시천주는 일순이요, 김수부는 말순이라는 이름이 붙었음을 강조하려고 한 것인데, 말순이로 하여금 약장을 세 번 돌게 하였다는 사실과 일순이라는 이름을 연결시키면 어렵지 않게 3위1체를 가리킨다는 걸 알게 됩니다. 약장은 온 세상을 살리는 의통을 상징하는 시천주의 법신이며, 그것은 천지인 3계가 하나 된 것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처럼 말순의 몸은 천지공사를 위해 바쳐졌기 때문에 그 후에 그녀를 이리 저리 시집보내려고 하였지만, 허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팔청춘 꽃다운 나이에 수부가 된 말순의 개인적인 입장에서 보면 가엾다고 보겠지만, 천지공사라는 차원에서 보면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겠군요. 약장을 세 번 돌게 하신 뒤에 경석으로 하여금 ‘大始太祖出世帝王將相方伯首領蒼生點考 后妃所‘라고 쓰게 하신 것은 증산의 몸이 육신에서 법신으로 돌아가는 순간, 즉 열석자의 몸으로 돌아가는 순간부터 천지인 3계는 하나로 일관되어 새로운 역사와 정치가 시작된다는 암시를 주고 있습니다. 경석으로 하여금 글을 쓰라고 하신 것은 그가 ’布政度數‘를 상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후천의 정사가 시작하는 大始가 되어 태조가 출세하고 제왕 장상 방백 수령과 창생들을 점고하는 후비가 바로 김말순으로 상징한 것입니다.
이것을 성경과 결부시킨다면 ‘또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바다도 다시 있지 않더라. 또 내가 보매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이 하나님께로부터 하늘에서 내려오니 그 예비한 것이 신부가 남편을 위하여 단장한 것 같더라. 내가 들으니 보좌에서 큰 음성이 나서 가로대 보라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매 하나님이 저희와 함께 거하시리니 저희는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은 친히 저희와 함께 계셔서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씻기시매 다시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잇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 갔음이러라.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계시록 21장 1절 - 5절)’고 한 것과 같습니다. 남편을 위하여 단장한 새 신부는 특정인을 가리킨 것이 아니라, 새롭게 성령으로 거듭난 모든 인류를 가리킨다고 볼 적에, 김말순도 역시 그렇게 보아야 합니다. 새로운 역사의 태조가 되어 진정한 제왕 장상 방백 수령이 나오고 창생이 나와야 하는데, 그걸 점고하는 곳이 바로 황극후비소입니다. 이처럼 일순이란 이름에는 깊은 의미가 들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군대에 갔다 온 사람도 있을 터이니 점고나 점호라는 걸 알고 있지요?“
정도도 군대에서 제일 어려운 시간이 오전과 밤에 하는 점호시간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특히 밤에 하는 점호시간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오죽했으면 점호가 없는 취사병을 부러워한 적도 있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