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에는 이런 의미가 있기 때문에 ‘세상사를 하고도 세 번 남을 현무경’을 두게 되었습니다. 성경에는 우물이 많이 등장하는데, 야곱이 라헬을 만난 곳도 우물이요, 예수가 수가여인을 만나 영원한 진리의 샘을 전해 준 곳도 우물이었습니다. 우리민족이 정성을 드릴 때에도 정화수(井華水)로 시작을 하였습니다. 그것은 용담도의 중심에 1, 6水가 들어가야 한다는 개벽의 원리를 일러주는 셈입니다.
얘기가 나온 김에 용담도의 중심에 1, 6수가 들어간다는 게 무얼 의미하는 지 짚고 넘어가는 게 좋겠군요. 낙서판으로 공부한 사람들은 5, 10토가 중심에 들어가는 걸로만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5와 10은 형상의 중심을 가리킨다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만물은 무형과 유형으로 구분하는데, 무형의 중심은 10이요, 유형의 중심은 5이기 때문에 5, 10토를 중심에 배치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1, 6수가 중심에 들어간다는 건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1은 10과 2사이의 매개체이므로 무극과 음양의 매개체입니다. 그것은 곧 무형의 중심을 음양이라는 형상으로 드러내게 하는 것이 1태극이라는 의미입니다. 6은 5와 7 사이의 매개체인데, 5는 평면의 중심이요, 7은 입체의 중심입니다. 이것은 우주를 한 개의 수박으로 보고 세 번 가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현상입니다. 세 번 가를 적에 비로소 5와 7이 하나 되어 천부경에 기록한 ‘五七一妙衍’이 이루어집니다. 선천 낙서의 물질문명에서는 1과 6이 북방에 배치하여 차가운 精水가 되어 만물을 만들어내는 물리적인 면을 보여주었지만, 후천에서는 천지와 인간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매개체인 自性으로 자리매김을 하였습니다. 6은 1이 5를 머금은 상태요, 1은 무형을 음양이라는 형상으로 나타내기도 하고, 반대로 음양이라는 형상을 10이라는 무형으로 돌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1에는 5가 없는 반면에 6에는 있지요? 5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무얼까요? 5는 형상의 중심이니까 5가 없으면 형상이 바로 보이지 않게 마련입니다. 즉 1이 제아무리 무형을 음양이 있는 형상으로 드러내려고 하여도 5가 없이는 음양의 허상만 보일 따름이지요. 5를 머금어야 비로소 6이 되고, 6이 되어야만 大三合六이 되어 生七八九가 되게 마련입니다. 여기서의 大三은 天之陰陽, 地之陰陽, 人之陰陽의 셋을 가리킵니다. 천지인 속에 들어 있는 음양을 실상으로 드러내는 것이 1로 상징되는 태극이 5를 머금을 적에 가능하다는 얘기가 되겠군요. 이처럼 천부경은 볼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이치의 바다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용담도를 알면 천부경은 저절로 해득이 가능해집니다.
여하튼 시천주가 全羅道 古阜郡 優德面 客望里 (현재 全北 井邑郡 德川面 新月里)에서 탄강하신 것은 철저하게 천지의 도수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부는 옛 언덕이니 선천의 하도와 낙서를 가리키고 우덕면은 덕이 우수하다는 뜻이니, 이는 곧 후천의 곤덕을 가리킵니다. 객망리는 ‘손바라기’이므로 ‘손님이 오기를 학수고대하는 곳’이라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이때의 손님은 일반적인 손님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아주 귀한 손님, 즉 인류의 불행과 고통을 없이해 줄 미륵을 의미합니다. 전북이 팔방 중에서도 손방(巽方)을 가리키는 곳이라는 사실도 시사(示唆)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으니, 巽괘는 후천의 1음이 시작하는 장녀(長女)이며, 새로운 개벽의 바람을 불러 오는 바람을 상징합니다. 인류가 염원해 온 위대한 손님인 개벽주의 탄강을 바라보는 상징처가 바로 객망리입니다. 오늘 아침 공부는 여기까지 하고, 내일 아침 다시 이 자리에서 또 만납시다. “
이렇게 해서 그날 새벽 공부는 끝났다. 정도와 그 일행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빙 둘러 앉아 주송(呪誦)을 하기 시작했다. 정도는 평소에 주문이나 부적 따위 등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그런 것들은 미신 같다는 느낌이 들어 거리를 두어 오던 참이었다. 그러나 그 날 새벽의 분위기는 너무나 엄숙하였다. 운곡선생의 멋진 강좌의 여운이 남아 있기도 하였거니와, 자세를 바로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무언가 모를 기운이 온 몸을 휘감고 있다는 걸 느꼈다. 기도주, 태을주, 진법주, 개벽주, 도통주, 운장주 등등 주문은 의외로 많이 있었다. 주송 시간 내내 정도는 온 몸에서 피어나는 더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으며,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날 하루 동안 전혀 피로하거나 힘이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