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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未會

영부, 精山 2008. 1. 11. 08:05

“으음. 다른 사람들은 알고 있나요?”

학생들은 서로 눈치를 보는 듯 했다. 잠시 후에 운곡선생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모르면 이 사람처럼 질문을 해야 합니다. 모르면서 아는 것처럼 그냥 가만히 있으면 점점 모르는 것이 쌓이게 마련이거든요. 子는 시간의 시작을 가리킵니다. 하루의 시작은 밤 11시에서 새벽 1시 사이의 두 시간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이걸 우주의 시작과 연결시켜서 보면 12回 중에서 첫 회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子回라고 합니다. 이처럼 子는 어느 경우건 시간의 출발을 가리킵니다. 시간이 만약 어두운 북방에서 시작한다면 壬子라 하고, 동 트는 동방에서 시작한다면 甲子라 하며, 뜨거운 남방에서 시작한다면 丙子라 하고, 해지는 서방에서 시작한다면 庚子라 하며, 지구 중심에서 시작한다면 戊子라고 합니다. 선천은 낮과 같아서 밝은 양을 위주로 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임자와 갑자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잠깐만요. 낮이라면 갑자와 병자를 주로 사용했다고 해야 하지 않나요?”

안경 낀 여학생이 조심스레 질문을 하였다.

“호오. 안경을 껴서 남보다 더 주의 깊게 살피는 모양이군요.”

장내는 일순 웃음이 흘렀다.

“아직 천부동에 적응한 지 얼마 안 되는 모양이군요? 천부동에 있으면 저절로 시력이 좋아져서 안경도 필요 없게 되거든요. 그런데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나요?”

“그건 … 하루를 놓고 보면 밝은 양에 속하는 시간대가 오전과 대낮이거든요. 오전은 동 트는 시간대이므로 갑자가 될 것이고, 대낮은 뜨거운 열기가 한창인 병자라고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정도가 들어도 그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양 시간대를 갑자라고 한 것은 이해가 되었지만, 임자라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되는 듯 했다. 임자라면 캄캄한 어둠이 충만한 깊은 밤중일 텐데, 그때는 음에 속한다고 해야 할 것이 아닌가?

“매우 예리한 질문이군요. 하지만 그건 아직 하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반증입니다. 하도를 보면 북방에 1, 6수, 동방에 3, 8목이 있지요?”

“네”

운곡선생의 눈은 날카로우면서도 온화한 기색을 띠고 있었다.

“그 말은 곧 1과 3으로 상징되는 홀수 즉, 양은 북방과 동방을 주관한다는 말입니다. 하루로 치자면 자시에 1양이 솟고, 인시에 2양이 돋우며, 진시에 3양으로 극에 달한다는 말이지요. 그러니까 子를 위주로 할 적에 북방의 임자에서는 1양이 솟고, 동방의 갑자에서는 3양이 돋아난다는 말이지요.”

“자시에 1양이요, 인시에 2양이며, 진시에 3양이라고 하였는데, 갑자에서 3양이 솟는다고 하시면 앞, 뒤가 안 맞는 데요”

그 여학생은 조금도 기가 죽지 않는 눈치였다. 정도는 살짝 고개를 돌려 여학생을 쳐다봤다. 매우 앳된 얼굴에 하얀 얼굴과 갸름한 턱선이 안경과 더불어 매우 이지적인 향취를 풍기고 있었다.

“아차. 거기서 착각을 하였군요. 천간과 지지의 특성을 말씀 드리지 않아서 생긴 오해군요. 천간은 중앙을 빼면 4상으로 이루어집니다. 쉽게 말하자면 동서남북을 상징하는 게 천간입니다. 이에 비해서 지지는 12시간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니까 4상으로 12지지를 나누면 동서남북이 각기 3시간으로 구성이 됩니다. 이 세 시간을 가리켜 3변이라 하고, 3변에는 각기 음양이 있기 때문에 3음, 3양이라고 하여 합하면 6이 되는데, 이를 6기라고도 합니다. 따라서 양이 시작하는 북방에는 1변, 2변, 3변이 있는데 이를 가리켜 자축인이라 하며, 간지로는 임자, 임인, 임진, 임오, 임신, 임술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동방에도 1변, 2변, 3변이 있는데 이를 가리켜 묘진사라고 하고, 간지로는 갑자, 갑인, 갑진, 갑오, 갑신, 갑술이라고 하는 겁니다. 양이 다하면 음이 있게 마련인데, 음은 午를 기점으로 하기 때문에 午前, 午後라는 용어가 나왔습니다. 午는 비록 밝은 대낮이지만 이미 1음이 시생하기 때문에 오후라고 하여 음의 시간대로 잡아야 합니다. 그러기에 병자, 병인, 병진, 병오, 병신, 병술이 이에 해당합니다. 물론 서방은 두말할 것도 없이 경자, 경인, 경진, 경오, 경신, 경술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