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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영부, 精山 2008. 1. 12. 07:50

안경 낀 여학생은 이해가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지만, 정도는 정리가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정도 알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와 닿았다.

그냥 무심코 보아 온 천간과 지지 속에 이렇게도 복잡하고 미묘한 이치가 담겨 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하기만 하였다.

 그는 내심으로 ‘자축인묘진사‘ 여섯 개는 양을 가리키는데, 그 방위는 북방과 동방에 걸쳐 있고, ’오미신유술해‘ 여섯 개는 음을 가리키는데, 그 방위는 남방과 서방에 걸쳐 있다는 정도로 대충 정리를 하였다.

그렇게 보니까 子가 未로 간다는 말이 보다 선명하게 보이는 듯 했다.

운곡선생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자축인묘진사‘는 3양이요, ’오미신유술해‘는 3음인데, 3양과 3음은 6기가 된다는 것이다.

360도를 각기 6기로 나누면 1기는 60도씩으로 나누어지는데, 그것을 상징으로 나타낸 것이 60갑자이고, 6기에는 음양이 있어 12가 되는데 그것을 나타내는 것이 12지지요, 12개월이며, 12시라고 하였다.

오전에 태양이 있는 3양의 시간을 가리켜 선천이라 하고, 태양이 지는 오후를 가리켜 후천이라고 한다는 등이었다.

 

“이처럼 하루를 오전 3양, 오후 3음으로 구분하여 선, 후천으로 본다면, 3양이 있는 선천과 3음이 있는 후천은 서로 교대를 하면서 순환을 반복하게 마련인데, 6기이기 때문에 6수만큼 이동을 해야 합니다. 6수만큼 이동을 해야 비로소 온전한 음과 양의 교대가 완성되었다고 하는 거겠죠.”

 

 “그럼 子가 午로 가야 하는 게 아닌가요? 자가 오로 가고, 오가 자로 가서 맞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정도는 자신도 모르게 질문을 하고 말았다.

 

“그렇게 보는 게 타당하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양이 양을 만나는 결과가 되고 말거든. 그러면 음양의 조화라고는 할 수 없겠지. 시이소오를 타 본 경험이 있지요?”

 

운곡선생은 느닷없이 시이소오를 거론하였다. 정도는 어린이 놀이터에서 영미와 함께 시이소오를 타던 기억들이 불현듯 떠올라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시이소오는 반드시 좌우가 동일한 비중을 지녀야 합니다. 시이소오를 타는 사람의 체중도 동일해야 합니다. 한 쪽이 모자라거나 넘치면 움직임은 멈출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동일한 체중을 지닌 두 사람이 앉아 있다고 하여도 누군가가 먼저 힘을 가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려면 어쩔 수 없이 한 쪽으로 균형이 깨져야 합니다. 우주의 움직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축인묘진사’ 6과 ‘오미신유술해’ 6이 교대로 움직이는 것이 우주변화의 원리라면 반드시 무언가 한 쪽에서 먼저 균형을 깨야 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선천의 시작을 알리는 子는 북방의 축을 맡은 丑을 타고 움직이지만, 후천에는 반대편에 있는 남방의 축을 타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未로 이동을 하게 된 것입니다. 단순한 수치로만 따지면 子는 午자리로 이동을 해야 하겠지만 이런 원리에 의해 子는 未로 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면 시이소오를 탈적에 한 쪽 사람이 발을 땅에서 떼어주어야 한다는 걸 상기시키면 될 겁니다. 발은 子이고, 땅은 丑과 未라고 하면 될 겁니다. 우주의 변화도 양에서 출발할 적에는 丑에서, 음에서 출발할 적에는 未에서 子가 시작을 하게 되는데, 이걸 수치로 계산하면 7도를 지나 8차에 해당 된다는 말이지요.”

 

운곡선생의 눈빛은 다시 정도에게로 향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운곡선생의 말씀들이 시이소오를 비유하니까 아주 선명하게 들어왔다.

아! 이런 걸 가리켜 세차운동(歲次運動)이라고 하는 모양이라고 정도는 속으로 생각을 하였다.

낮에 선배한테 배웠던 말들을 상기했다.

子는 양, 丑은 음, 寅은 양, 卯는 음, 辰은 양, 巳는 음, 午는 양, 未는 음, 申은 양, 酉는 음, 戌은 양, 亥는 음의 순서로 배치되었는데, 그것은 양이 다하면 음이 오고, 음이 다 하면 양이 오는 자연의 철칙을 가리킨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子는 天, 丑은 地, 寅은 人, 卯는 天, 辰은 地, 巳는 人, 午는 天, 未는 地, 申은 人, 酉는 天, 戌은 地, 亥는 人을 가리키므로 子午卯酉는 天之四正이요, 辰戌丑未는 地之四庫이며, 寅申巳亥는 人之四維라고 표현한다고도 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子가 未로 간다는 건, 하늘이 땅으로 내려간다는 걸로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떠올랐다.

 

“네. 잘 알았습니다. 子는 양이고, 未는 음이니까 자미회가 되어야 비로소 음양이 합덕 한다고도 할 수 있겠군요. 그런데 이렇게 간지를 가지고 논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