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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묵대사

영부, 精山 2008. 1. 16. 08:29

이 말은 3년 전부터 계속 반복하는 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지 대월(大月)화상이 아침 공양 때 희 노장에게 간밤의 꿈 이야기를 했는데, ‘간밤에 한 꿈을 꾸었는데, 석가모니불께서 천 이백 대중을 거느리시고 우리 절로 올라오시는 것이었습니다. 이 꿈이 길조인지 모르겠습니다.’고 하니, 희 노장은 그건 매우 큰 상서라고 하면서 아침 일찍부터 도량을 쓸고 닦고 법석을 떨었다. 이날따라 까치 떼들이 수 십 마리나 날아와 삼삼오오 떼를 지어 종일토록 지저귀고, 저녁 공양을 마치고 인경이 울릴 때까지도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고 한다. 대중은 하릴없이 각 법당에서 예불을 마치고 대웅전 큰 법당에 모여 예불을 드렸다. 이윽고 예불이 끝나고 대중은 대웅전을 차례로 나오는데, 대웅전 마당에 칠팔 세 되어 보이는 동자가 대웅전을 향해 합장하고 서 있기에 동자 앞으로 다가간 법무(法務)스님이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 저의 집에서 왔습니다.’ ‘그래? 너의 집은 어디냐?’ ‘만경현 불거촌입니다.’ ‘네 이름은 무엇이며, 몇 살이나 되었느냐?’ ‘이름은 一玉이고, 일곱 살입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대중은 웃으며 떠들면서 하루 종일 기다린 상서로운 꿈의 결과가 겨우 일곱 살 된 동자 한 명에 불과한 사실에 허탈해졌다고 한다.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동자 곁에는 희 노장과 주지 대월화상만 남았다고 한다. 주지스님이 묻기를 ‘여기 어떻게 왔느냐? 혼자 오지는 않았을 터이고.’ ‘어머님이 일주문 밖에 까지 데려다 주셨습니다.’ ‘여기에 어인 일로 왔느냐?’ ‘예, 부처가 되려고 왔습니다.’ ‘허허, 깜찍한 동자구나. 그래, 어떻게 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더냐?’ ‘글쎄요? 하긴 제가 본래 부처인데 아직 사람들이 몰라주거든요.’ ‘허허. 네가 본래 부처님이었다면 어째서 지금 어린 동자중생으로 있는고?’ ‘중생과 부처가 둘이옵니까?’ ‘너는 대체 누구한테 그런 말을 배웠느냐?’ ‘스님은 숨 쉬는 것을 누구한테 배우셨는지요?’ 이렇게 하여 진묵은 희 노장의 시봉(侍奉)이 되어 서방산(西方山) 봉서사에서 사미(沙彌)의 길을 가게 되었다고 한다. 진묵에게 신중단(神衆壇)에도 향을 사루고 예배하는 소임을 맡겼는데, 이 일을 맡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주지스님은 또 꿈을 꾸었는데 ‘부처님을 받들어 모셔야 하는 것이 우리들 소신(小神)이 해야 할 일이온데, 어찌 감히 부처님의 절을 받을 수가 있겠습니까? 제발 다시는 부처님으로 하여금 새벽과 저녁에 예향(禮香)하지 않도록 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몸 둘 바를 모르고 있는 소신들로 하여금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여 주십시오.”라고 여러 보살들이 나타나 말을 하였다고 한다. 이 일이 있은 후 절의 대중들은 “부처님이 다시 태어 나셨다.”고 하여 진묵을 ‘작은 부처님’으로 생각하였다고 한다. 진묵이 봉서사에 온지도 팔년이 지난 어느  봄 날, 채마밭에서 점심 공양을 위해 상추를 솎고 있던 진묵은 문득 남쪽 하늘을 응시하다가 표정이 달라지면서 갑자기 상추바구니를 들고 우물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함지박에 물을 길어서 상추를 깨끗이 씻은 후 두 손에 가득 움켜쥐고 물을 묻혀 남쪽 하늘을 향해 연신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입으로는 무엇을 계속 외면서 물을 뿌려 대기를 반 시간째 계속하더니 ‘해남 대흥사에 불이 나서 그걸  껐다’고 하였다. 나중에 대흥사 주지스님이 말하기를 ‘거참, 신기한 일이오. 틀림없이 지난 음 사월 스무 닷새 날 사시에 불이 나서 대중이 불을 끄느라고 정신없이 뛰어다녔는데, 불길이 하도 거세어서 불길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던 때에, 난데없이 북녘에서 맑은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 와서 우리 절에만 비가 쏟아져서 겨우 불을 끌 수 있었다오. 더욱 이상한 것은 그날 밤에 온 대중이 같은 꿈을 꾸었는데, 제석보살님이 나타나서 하늘에서 큰 소리로 외치기를, 대흥사 불을 끄신 분은 석가여래시니라! 라고 하시었습니다.’고 하였다. 이외에도 곡차를 좋아하는 진묵대사를 시험하기 위하여 생선을 먹게 한 후, 사람들이 중의 신분으로 살생을 했다고 힐난하자, 물고기를 다시 원 상태로 다시 살려 낸 일, 아이 낳게 해달라고 치성 드리는 아낙의 소원을 풀어 준 일, 바늘이 변하여 국수가 되게 한 일 등등, 마치 그 옛날 할아버지로부터 구수한 옛날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운곡선생의 말씀은 맛깔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