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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억 7천만 년

영부, 精山 2008. 1. 18. 06:56



                         4. 미륵불(彌勒佛) 탄생 공사


 운곡선생은 대순전경을 집어 들더니 아까 질문을 한 안경 쓴 여성에게 읽게 하였다.

낭낭한 목소리가 새벽 공기를 타고 방안에 울려 퍼졌다.

 

 <형렬의 집이 가난하여 보리밥으로 천사께 공양(供養)하더니 추석(秋夕)을 당하여 할 수 없이 솥을 팔아서 반찬(飯饌)을 장만하려 하는지라 개벽주 가라사대 솥이 들썩임은 미륵불이 출세함이로다 하시고 형렬로 하여금 쇠꼬리 한 개를 구(求)해들여 불을 피우고 두어 번 둘러낸 뒤에 형렬을 명하사 해를 보라 하시니 형렬이 우러러 봄에 햇머리가 둘려 있는지라 개벽주 가라사대 이제 천하대세가 큰 종기(腫氣)를 앓음과 같으니 내가 그 종기를 파하였노라 하시니라 - 대순전경 4장 2절>

 

 누가 창문을 열어 놓았는지 냉랭한 바람이 사람들의 머리를 훑고 있었다.

잠시 정도의 곁으로 다가오던 졸음이 다시 멀어져갔다.

 

“여러분은 미륵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겁니다. 미륵불은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열반하신 지 56억 7천만 년 뒤에 내려와 용화수 아래에서 설법하여 고통 받는 중생들을 제도한다는 부처님입니다. 미륵부처님(미륵보살)의 세상은 어떤 고통도 없는 낙원이며, 인간의 수명은 8만 8천 살이며, 생각만 해도 모든 것이 저절로 생기는 곳이라고 합니다. 미륵불이 오시는 시기에 관한 것은 석가모니 사후 200여 년이나 지난 후에 문자로 정리되는 과정에서 7개나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정확하다고 할 수 없지만 제7세불인 석가모니에  이어 제8세불로 오신다고 한 것은 공통적인 사항입니다. 제7세불은 자1, 축2, 인3, 묘4, 진5, 사6, 오7에 해당하고, 제8세불은 미8에 해당합니다. 그러니까 석가모니불은 후천이 시작하는 午回에 오신 부처님이요, 미륵은 未回에 오시는 부처님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이것은 앞에서 이미 밝힌 것처럼 개벽주가 신미생으로 오신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미륵불은 개벽주가 된다는 얘기입니다. 석가모니 사후 56억 7천만년이라고 한 것은 용담도의 5진뢰 - 6중앙 - 7손풍과 천부경의 五七一妙衍과 같은 맥락입니다.”

 

“잠깐만요”

 

정도의 옆에 앉아 있던 키 큰 청년이 뭔가 다급한 듯 말을 하였다.

 

“선생님. 56억 7천만년과 五七一이 어떻게 같다는 말인가요? 저는 사실 천부경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데, 선생님의 논리는 처음 들어봅니다.”

 

운곡선생은 빙그레 미소를 짓더니 거실로 들어갔다.

 그의 손에는 커다란 사과와 과도가 들려 있었다.

 

 “자, 이 사과를 잘라 봅시다.”

 

운곡선생은 사과의 중심을 갈랐다.

사과는 보기 좋게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

다시 한 번 칼로 가르니 네 조각이 되었다.

 

“사과를 두 번 가르니 네 조각이 되었군요. 여기서 문제를 하나 내겠습니다. 지금 이 사과에는 5라는 숫자가 몇 개가 있나요?”

 

사과가 네 조각이면 각기 1, 2, 3, 4가 될 것이고, 그 중심을 5라고 하면 5는 하나 밖에 없는데 … 정도가 답을 하려고 할 때에

 

“한 개입니다.”

라는 대답이 누군가의 입에서 튀어 나왔다.

 

“더 살펴보세요.”

 

운곡선생은 자른 사과를 상하좌우로 보여주었다.

그러고 보니 十字를 이루고 있는 것은 두 군데였다.

 

“두 군데인가요?”

 

정도가 약간 자신이 없는 투로 말문을 열었다.

 

“그렇죠. 맨 위에 십자가가 하나 있고, 밑에 또 하나가 있으니 십자가가 두 개인 셈이죠. 십자가는 동서남북과 중앙을 합하였으니 숫자로 말하면 5가 됩니다. 이처럼 5라는 숫자는 모든 공간의 중심을 가리키는데, 정작 두 번 자른 사과의 내부 중심에는 아무런 십자가도 형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이건 무얼 가리킬까요?”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언가 있는 것 같은데, 꼭 집어서 그게 무엇이라고 할 수 없는 게 갑갑하기만 하였다.

 

“그건 두 번 갈랐기에 그런 겁니다.”

 

운곡 선생은 다시 한 번 사과를 들어 올리면서 힘주어 말을 하였다.

그래도 선뜻 말이 나오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마 처음에는 생소할 겁니다. 나 역시 그게 왜 그럴까 하고 명상을 많이 해서 터득했으니까요. 시간이 없으니 답을 말씀드리죠. 두 번 갈랐다는 건 하늘과 땅의 입장에서 보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아직 인간의 입장에서 우주를 본 건 아니라는 말이지요.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사과를 세 번 가른 형국입니다. 자, 이렇게 사과의 중심을 다시 한 번 갈라 봅시다.”

 

운곡 선생은 칼로 사과의 중심을 다시 한 번 더 갈랐다.

 

“여러분이 보시다시피 사과는 모두 여덟 조각으로 갈라졌습니다. 이것을 팔괘라고 합니다. 팔괘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것이고, 오늘 아침에는 56억 7천만년과 오칠일묘연의 상관성에 관한 것만 언급하기로 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아까 두 번 갈랐을 적에 나타난 5는 사과의 상하에만 있었지만, 지금 여러분이 보시는 것처럼 이번에는 사과의 내부 한 중심에 5가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유의할 점은 그것이 동시에 7수도 겸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