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짐승도 이렇듯 신심이 있는데 우리가 사람이 되어 신심이 없겠는가."하고서는 곧 스스로 낫을 들어 두발을 잘랐다. 율사가 다시 자비심으로 그들의 머리를 깎아주고 계를 주었다. '속리산'이라는 이름은 여기서 나왔다.
속리산에 도착하여 길상초(吉祥草)가 수북이 난 동굴 옆에서 잠시 머문 후 다시 금강산으로 발걸음을 옮겨 강릉으로, 다시 강릉을 지나 금강산으로 가면서 중생을 교화했다. 금강산에 도착한 율사는 고성군(高城郡)에 위치한 금강산(金剛山)에 발연사(鉢淵寺)를 짓고는 7년 동안 머물면서 불법을 전하기에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에 명주 지방에서 심한 흉년이 들어서 그곳 주민들은 나무껍질과 풀뿌리로 연명해 나가는 처지였다. 율사는 이것을 안타깝게 여겨 명주해변에 다시 가서 불공을 올리고, 동해바다를 향해서 계법(戒法)을 암송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바다 속에서 수많은 물고기떼와 자라들이 해변가에 올라오니 그 양이 작은 동산을 이룰 정도였다. 그리하여 명주 지방의 주민들은 이것들을 식량으로 이용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의 사람들의 쌀과 맞바꾸어 흉년을 무사히 넘기게 되었다 한다.
율사가 발연사에서 나와 다시 부사의방에 이르렀다가 고향 집에 가서 아버지를 뵙고 간혹 진문대덕방(眞門大德房)에 가 머물렀다. 어느 날 율사에게 영심과 그의 두 명의 친구가 함께 찾아와 계법을 전수해 주기를 간절히 청하였다. 이에 율사는, 그들의 불법을 얻으려는 간절한 마음에 감동을 하여 스승인 숭제 법사에게 받은 두 권의 책과 가사와 바리때를 그들에게 주고는 자신의 법통을 계승시켰다. 율사는 그들에게 “속리산으로 가서 길상초가 자라는 옆에 동굴 근처를 찾아서 그곳에 절을 세우고 이 불법을 널리 전하도록 하여라”고 영심 등이 해야 할 일을 일러 주었다. 그 길로 대덕영심 일행은 율사에게서 책과 가사와 바리때를 공손히 받아가지고 율사가 가르쳐 준 곳에 절을 지어 길상초가 있는 곳이라 하여 길상사(吉祥寺)라 절명을 작성하고는 점찰법회(占察法會)를 열었다.
율사는 만년에 고향에 두고 온 아버지가 그리워져서 고향으로 가서 금강산 발연사로 부친을 모시고 와서 돌아가실 때까지 지극한 효성으로 봉양하였다. 율사는 자신의 죽을 날을 알고는 절 동쪽에 있는 거암(巨岩)위에 올라가서 마지막으로 기도를 한 후에 조용히 입적(入寂)을 하였다. 율사가 입적하자 그 제자들은 율사의 육신을 그대로 모셔두고 공양을 올리다가 세월이 흘러 뼈만 남게 되자 그것을 거두어 장사를 지냈다. 그런데 율사의 무덤에서는 소나무가 솟아났는데, 수명이 다해 죽으면 다시 그 뿌리에서 다른 소나무가 자라나 계속하여 소나무가 생겨났다.>
“재미있어요. 더 해 주세요.”
일행은 힘찬 박수로 화답했다.
“허허. 옛 얘기는 그냥 양념으로 하는 건데. 진표율사가 미륵불이 반야선을 타고 龍華樹와 鷄頭城 밑으로 오실 것을 그림으로 그리신 곳이 김제 금산사였습니다. 후천은 음의 상징인 母岳山 줄기를 따라 개벽주가 오신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진표율사가 미륵불을 친견한 지 1,140년 후인 1,902 임인 년, 추석을 맞이하여 김형렬의 집에서 미륵불 공사를 보게 된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정도의 머릿속은 재빨리 1,140이라면 60 × 19 = 1,140이라는 계산이 떠올랐다. 19적멸수가 환갑수인 60회전을 했다는 말인데,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1,140년은 1會가 15도 一節을 경과한 수입니다.”
“네? 1회는 무엇이고, 15도나 1절이라는 말은 무언가요?”
일행은 모두 의아한 눈빛으로 운곡선생을 바라보았다. 정도도 역시 난생 처음 들어보는 용어인지라 어지러웠다.
“ 1會라는 것은 태양과 달이 온전하게 다시 모이는 기간을 가리킵니다. 태양과 달이 처음에 같은 지점에서 출발하여 다시 같은 지점에서 만나려면 76년이 걸립니다. 이것을 가리켜 ‘천행이 1도 퇴차‘한다고 말합니다. 이런 식으로 15도를 가면 1,140년이 흐르게 마련입니다.”
“굳이 15도를 계산하는 이유라도 있나요?”
“15도는 지구의 24절기와 같이 우주에서도 15일마다 한 절기를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도 볼 수 있고, 달리 60 × 19 = 1,140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