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는 방금 전에 자신의 머리에 떠올랐던 계산을 운곡선생이 하였다는 사실이 신기하였다.
“19는 적멸수라고 합니다. 적멸수가 환갑을 하게 되면 1,140이 되거든요. 적멸수라는 용어도 하긴 여러분은 처음 들어볼 겁니다.”
운곡선생은 30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한 번씩 훑어보는 듯 했다. 그리고는 빙그레 웃음을 머금었다.
“이게 모두 우리의 것이었는데 여러분은 조상의 얼과 혼이 단절이 되어서 아무 것도 모르는군요. 일제는 우리의 땅만 뺏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혼과 얼을 빼 버렸습니다. 적멸은 일체의 번뇌에서 해탈한 불생불멸(不生不滅)의 높은 경지를 가리킵니다. 19라는 숫자는 그 중심에 10을 바탕으로 삼고 있으니, 그것은 곧 영원한 무극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태양과 달이 출발지점에서 만나는 기간은 19년 적멸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동서남북 사방에서 모두 적멸 상태를 이루면 76년이라고 하며 천행이 1도 퇴차한다는 표현을 씁니다. 19년마다 한 번씩 태양과 달이 적멸을 이루기를 60번 하면 1,140년이 됩니다. 진표율사가 미륵불을 친견한 후부터 정확히 1,140년이 경과한 임인 년 8월 추석에 개벽주는 스스로 미륵불 공사를 통해 자신의 실상을 알렸습니다.”
정도 옆에서 잠시 머리를 숙이고 생각에 잠겨 있던 의산이 갑자기 손을 들어 질문을 하였다.
“이왕이면 19적멸수보다 4방이 모두 적멸한 76년이 60환갑을 맞이하는 4,560년에 미륵불이 나오는 게 더 의미가 있는 게 아닌가요?”
“에이, 그럼 진표율사로부터 1,000년 후에 오신다고 한 예언이 맞지 않게 되는데 … ”
누군가 뒷자리에서 운곡선생을 대신 해 답을 하였다.
사람들은 모두 운곡선생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무슨 대답이 나올 지 궁금한 눈빛이었다.
“맞습니다. 4,560년이 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운곡선생은 칠판에 다시 ‘一統數’라고 크게 글씨를 썼다.
“4,560년은 일통수라고 합니다. 일통이라는 말은 천지인 3계의 중심을 자성에서 한 번 온전히 거느린다는 의미입니다.”
정도는 무언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어정쩡한 상태가 되었다.
“456이 10무극을 거느리면 4,560년입니다. 4는 天中이요, 地中은 5이며, 人中은 6입니다. 그러니까 천지인 3계의 중심이 10무극을 세상에 거느리고 나타나는 숫자가 일통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456은 19 × 24이니까 결국 1년 24절기가 모두 적멸한 상태가 되는군요.”
의산이 눈을 반짝이면서 하는 말이었다.
“그렇게 보는 게 더 쉽겠군요. 허어, 계산 한 번 빨라서 좋군.”
운곡선생은 대견한 듯 의산을 쳐다보았다.
“나중에 공부할 순서인데, 미리 얘기가 나왔으니 간단하게 언급하고 넘어가기로 하겠습니다. 사실 현무경은 黃帝가 선천 선법을 현묘지도로 정리한 기원전 2,658년 기유년으로부터 4,560년 만에 나온 겁니다.”
황제라면 중국인들이 그들의 조상으로 떠받는 3황5제 가운데 한 사람이 아닌가?
지금도 의학의 바이블로 여기는 황제내경이라든가, 음부경 등은 황제가 편찬하였다고 하는데, 갑자기 왜 운곡선생은 중국인과 현무경을 연결시키는 걸까?
정도의 이런 생각을 알기라도 한 듯 운곡선생의 말이 이어졌다.
“여러분 중에는 황제가 중국인이라고 하여 언짢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중국인이건, 한국인이건 하늘의 입장에서는 모두 다 한 형제요 자매입니다. 나중에 더 자세한 얘기가 나오겠지만 모든 것은 천지의 운기에 따라서 결정이 되는 법인데, 그 당시에는 중국에 더 많은 기가 결집하였기에 세계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中華사상을 가지게 되었는데, 지금 부터는 조선이 대중화가 되고, 그들이 소중화가 된다고 개벽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것은 청주 만동묘에서 天子神을 중국으로부터 조선으로 모셔오는 공사를 본 이후로 이루어진다고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