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믿음과 도수

영부, 精山 2008. 1. 25. 08:21

천자신이라니?

그럼 운곡선생은 귀신들을 믿는다는 말인가?

 정도는 전에도 그랬지만, 운곡선생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가끔씩 튀어나올 때가 있었는데, 천자신이라는 말을 듣자 또 혼돈이 왔다.

 

“그런 건 나중에 천지공사편에서 상세한 내용을 살피기로 하고, 지금은 미륵불의 탄강에 관한 이야기를 위주로 하는 게 순서라고 봅니다. 이처럼 현무경의 등장이나 미륵불의 탄강은 모두 철저한 도수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오늘 하는 공부를 잘 이해한다면 역사와 문화를 보는 안목이 전혀 새로운 경지에 도달하게 됩니다. 보다 넓고 깊은 면을 볼 수 있으며, 그것은 곧 하느님의 형상으로 화하는 지름길이라고 나는 확신합니다.”

 

하느님의 형상으로 화한다?

정도는 성경에서 인간은 하느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았다는 구절을 본 일이 있다.

그때 하느님은 무형이라고 하였는데, 어떻게 인간의 형상과 연결시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진 일이 있었다. 

그러면서 인간의 내면에 들어 있는 무형의 마음이나 정신, 영혼의 상태가 하느님처럼 지어졌다는 뜻이지, 결코 육신적인 형상을 가리킨 건 아니라는 결론을 나름대로 지니고 있었다.

 성경에서는 사랑, 화목, 믿음, 소망, 신실 등 긍정적인 마음을 지니면 그렇게 된다고 가르쳤는데, 지금 운곡선생의 말씀은 천지의 도수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게 달랐다.

 

“제가 알기로는 하느님의 형상은 믿음, 소망, 사랑, 화목 등 긍정적인 정신 상태를 이룰 적에 가능하다고 믿는데 선생님의 말씀은 그런 것과는 좀 차이가 있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천지의 도수와 성경이나 불경 등 기존 종교의 가르침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옆에 있던 의산도 동감이라는 듯, 정도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들도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근본바탕에 있는 천지도수를 모른다면 마치 사랑으로 운전을 하려는 것과 같습니다.”

 

“사랑으로 운전을 하다니요?”

 

“자동차를 운전할 적에 많은 승객을 사랑하는 심정을 지녀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런 갸륵한 심정을 지녔다고 하여도, 만일 자동차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이나 작동요령을 모른다면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이런 걸 가리켜 천지도수라고 합니다. 천지가 제멋대로 작동하는 게 아니라 분명 일정한 도수에 의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천지도수를 다른 말로 하면 理라 하고, 승객을 사랑하는 마음을 氣라 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겁니다.”

 

그렇게 설명을 하니 정리가 쉽게 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기존의 종교에서는 거의가 예수나 부처님을 믿기만 하면 된다고 하였지, 우주나 자연, 천지의 이치를 가르쳐주지는 못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하느님이 인간을 흙으로 만들었다고만 하였지, 흙을 어떻게 무엇과 결합하여 반죽을 하고, 코에 어떻게 생기를 통하게 하였는지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동정녀가 잉태를 하여 예수를 낳았다고만 하였지, 어떻게 해서 성령이 그런 능력을 나타내는지에 관한 언급도 없었지 않은가?

그러기 때문에 오늘날 지식인이나 이성적인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게 마련이요, 보지 않고 믿는 것이 믿음이라는 식으로 맹신을 조장하고 있지 아니한가?

 그런데 지금 운곡선생은 천지도수라는 수리에 입각해 분명하게 잣대를 들이대고 있지 않은가?

다만 아직도 천지도수라는 게 낯설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정도의 눈에는 새로운 가능성이 보이는 듯 했다.

참다운 하느님의 형상으로 화할 수 있는 길이 천지도수를 통해 볼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무얼 바라겠는가!